스스로를 닦는 조약돌을 생각하며

2014.08.20 13:49:26

김형식

행정초등학교 교감·아동문학가

올해 8월은 온 국민의 시선이 '명량'과 '프란체스코 교황'에게 쏠려 무더위도 잊은 채 환호를 보내며 지나간다.

1597년 임진왜란 6년, 단 12척의 배로 330척에 달하는 왜군의 공격에 맞서 싸워 승리로 이끈 명량대첩을 다룬 영화 '명량'에 대한 환호는 이순신 장군에 대한 환호이다. 한국 영화 최초로 1500만 명의 영화 관객을 그것도 21일 만에 끌어 모았다고 한다. 한국 박스오피스 사상 최다 관객 수를 수립한 것이다. 영화 관객 수를 많이 끌어 모은 요인은 명량대첩을 통해 현시대를 바라보는 우리들에게 주는 메시지가 감동을 선사하고 그 감동으로 위안을 받음이다.

임진왜란 당시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도 두려움을 떨치고 나아가 나라를 구한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에 감동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런 리더십을 가진 사람이 나타나 나를 평화롭게 해주고 나를 힘들지 않게 해달라는 희망사항으로 영화를 보는 사람들도 많이 있는 것 같다. 누가 누가 잘못해서 이 영화가 맘에 든다는 식의 말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8월 무더위를 날리는 환호를 보낸 것 중 또 하나는 프란체스코 교황의 방한이다.

로마의 주교 로마 카톨릭 교회의 영적 지도자이며, 바타칸 시의 국가 원수인 교황에게 우리가 '비바 파파(Viva Papa)'를 연호하며 열렬히 환영한 것은 온 국민이 카톨릭 신자여서도 아니고, 경제적인 효과를 가져다주어서도 아니다. 프란체스코 교황은 청빈과 겸손함을 실천하는 보통사람들의 교황이기 때문에 그런 교황에게서 마음의 안식을 얻을 수 있길 바라는 뜻에서 환호하는 것이다.

지난 16일,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124명의 복자에 대한 시복식에 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운집하였다고 한다. 전부가 카톨릭 신자는 아니겠지만 한 발이라도 더 가까이에서 백성을 하느님께 이끌어 감회시키는 자인 파파께 다가가기 위함일 것이다. 멀리서 TV화면을 통해 바라보면서 교황의 온화한 미소에 절로 흐뭇해졌다.

가난한 사람에게만 다가가고 병든 자에게만 다가가고 어린 아이들에게만 다가가는 것이 아니다. 낮은 자세로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이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지만 내미는 손 모두를 잡아주기도 하고 따스한 손길을 내미는 모습이 존경심을 일으킨다.

나에게 은총이 내리길 구원하는 이기적인 발상이나 나를 평화롭게 하기 위하여 어려운 일에 앞장서 떨쳐 나갈 장수를 앞세우고 싶다면 평화는 오지 않는다. 명량에서도 장군을 도와 무지렁이 백성들이 목숨을 던져 나라를 구하는 일에 많은 힘을 보태었다. 장군 혼자의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나를 알고 나를 닦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도록 한다면 나에게도 이웃에게도 평화가 찾아 올 것이다.

너무 이기적이지 않았는지 편애하지 않았는지 돌아보고 이무일 시인의 시 '조약돌'을 읽으며 이 8월을 다시 생각한다.

수천 년을/ 갈고 닦아도// 조약돌은 아직도/ 물 속에 있다.// 아직도/ 조약돌은/ 스스로가 부족해서// 물 속에서/ 몸을 씻고 있다./ 스스로를 닦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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