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이 일하기 좋은 사회

2008.05.28 21:18:13

이경미

충청북도여성단체협의회 사무국장

여성이 일하기 좋은 사회는 어떤 사회일까?

한 월간지에서 직장여성 2천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대한민국 여성들이 가장 일하기 좋은 직장의 조건으로 손꼽은 내용은 첫째, 성 차별 없이 성장할 수 있는 회사, 둘째 자유롭고 역동적으로 일하며, 열심히 일한 것에 대한 보상이 정확한 회사라고 한다.

단순한 사회적 성공과 경제적 풍요로움을 우선순위로 두기보다는 자신의 성장과 미래의 비전을 제시해 줄 수 있는 가능성에 초점을 두어 여성들은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고 또한 그것을 인정해주는 무한 가능성의 직장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고, 또 그것을 알아주는 무한 가능성의 직장’ 생각해보면 해볼수록 멋진 말이 아닐 수 없다.

이 멋진 말들이 먼 나라의 이야기처럼 들리는 것은 왜일까?

‘월급만 빼고 모두 오른다’는 최근의 경제 불안 심리 때문인지 요즘 취업알선을 부탁하는 재취업 희망 여성들을 자주 접하게 된다. 여성단체에 근무하니 여성이 일할 만한 직장도 많이 알 것이라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그녀들이 꿈꾸는 직장은 성차별이 없는 직장도 아니고,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직장도 아니다. 경력, 학력, 능력에 관계없이 그녀들이 가장 먼저 손꼽은 조건은 ‘나를 받아주는 직장’이다.

그 다음 조건을 보내 고작 백만원 안팎의 고정수입과 퇴근 후 가사활동을 위한 정확한 퇴근시간 정도여서 대도시 직장여성들이 선호하는 직장의 조건과 비교해 볼 때 그 소박함이 서글프기까지 하다.
정부는 다시 일하기를 원하는 전업주부들을 위해 중소기업분야의 여성취업 유망직종에 대한 인력양성을 위해 다양한 교육 훈련 프로그램을 실시할 예정이거나 이미 실시하고 있고, 각 지역의 여성인력개발센터을 비롯한 여성직업 교육 훈련기관에서도 여러 강좌를 개설하여 취업희망여성들이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이러한 교육들이 실질적 취업과 얼마나 연결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특히 여성유망직종의 개발과 발굴이 지방 중소 도시의 지역경제환경과는 동떨어진 직종이 거나 가사 간병인과 같이 단순 노동력을 바탕으로 한 사회서비스 분야에 한정되어 있는 점이 그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우리는 그동안 여성인력의 활용이 곧 국가 경쟁력이며, 때문에 여성의 경제참여 활성화에 대한 말들을 수없이 많이 들어왔다.

그 결과 여성의 사회진출을 방해하는 요소들로 규정되었던 사회구조적 모순들은 어느 정도 개선되어 나가고 있다. 예컨대 여전히 사회 안에 내재하고 있는 성 차별적 요소, 직장 속에서의 상하좌우 유연한 의사소통, 일과 가정의 양립 등과 관련한 사회적 지지기반이 확산은 진일보된 사회 환경의 발전적 모델이라 하겠다.

그러나 현실에 있어 이러한 환경의 변화와 더불어 반드시 선행되어야할 일은 여성의 일자리가 많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준비된 여성인력이 있다한들 일자리가 없다면 무슨 소용이겠는가?

충북을 비롯한 지방 중소도시의 경우 결혼과 함께 경력이 단절된 대다수 여성들에게 취업의 문은 아직 멀고도 좁다.

다행스러운 것은 여성의 재취업을 지원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경제특별도 충청북도 역시 여성 희망일터 만들기에 앞장서고 있다는 점이다. 다만 사회서비스분야 위주의 한시적 저임금 여성 일자리 창출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지역 경제시장에서 지속발전 가능한 여성일자리 창출은 앞으로 풀어가야 할 과제라 하겠다.

원하면 언제든지 일할 수 있고, 그 속에서 아무런 제약 없이 능력을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는 여성이 일하기 좋은 사회! 충청북도가 그 시작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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