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비어천가 지명 '쇠벼라', 왜 집중 연구대상 됐나

'쇠'와 벼라' 무슨 뜻…해석·위치 둘러싸고 논쟁
양주동 박사 시작으로 60년 간 무려 12편 논문
근래들어 충주 탄금대 건너편 일대로 정설화 돼
도로공사로 일부만 잔존, 표지석 하나 존재안해

2014.10.07 19:59:45

고한글 '쇠벼라'의 표기.

9일이 제 568돌 한글날인 가운데, 용비어천가에 등장하는 충주일대 고한글 지명의 하나인 '쇠벼라'라가 아직도 국어학계의 깊은 주목을 받고 있다.

용비어천가는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1440년)한 후 처음 만든 서사시 형태의 책으로, 여기에는 2백60여개의 순한글 옛지명이 등장하고 있다.

'쇠벼라'는 용비어천가 여러 내용중 남한강 수계의 흐름을 설명하는 대목에 등장한다. 관련 부분의 원문은 '至忠淸道忠州與達川달내合爲淵遷쇠벼라西流'로 돼 있다.

용비어천가에 등장한 '쇠벼라'.

해석하면 '(남한강물은) 충청도 충주에 이르러 달천(달내)과 합쳐져 연천(쇠벼라)이 되어 서쪽으로 흐른다' 정도가 된다.

이와 관련, 국내 국어학자들은 용비어천가 2백여개의 지명 중 유독 충주일대 고한글 지명의 하나인 '쇠벼라' 해독에 수십년간 강한 집념과 애착을 보여왔다. 최근까지 '쇠벼라'를 직접 주제로 다룬 논문은 무려 편이 이르고 있다.

향가를 처음으로 해독해 "인간 국보 1호", "걸어다니는 국보"를 자칭했던 양주동 박사를 시작(1954년)으로 김윤경(1962년), 김종운(1964년), 이기문(1964년), 유재영(1974년), 최범훈(1982·1983년), 강헌규(1995년), 박병철(2010·2011년), 조항범(2010·2012년) 씨 등 무려 12편에 이르고 있다.

이중 박병철 교수는 서원대, 조항범 교수는 충북대에 현재도 재직하고 있으면서 고한글 지명 '쇠벼라' 연구의 폭과 깊이를 보다 확장·심화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처럼 국내 국어학자들은 작은 지명의 하나일 수 있는 '쇠벼라'에 수십년간 관심을 보이는 것은 △단번에 해석되지 않는 점 △충주 어디일까라는 궁금성 △고려사에도 관련 한자 지명이 등장하는 점 등이 복합 작용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국어학자들은 '쇠벼라'가 '쇠'와 '벼라'의 결합어라는 데는 쉽게 견해를 일치했다. 그러나 '쇠'와 '벼라'가 독립적으로 갖는 뜻에 대해서는 수십년간 논쟁을 해왔다. 특히 '쇠'에 학문적인 궁금증이 배가됐다.

그러나 근래들어 △'沼(소)와 접한 벼랑길'(박병철) △'沼와 접하면서 벼랑으로 난 돌길'(조항범) 정도로 압축된 상황이다.

이 경우 '沼'는 남한강 물이 짧은 시간 정체하는 모습, 그리고 '쇠'의 'ㅣ모음'은 속격(=관형격)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이 '쇠벼라'로 지목하는 곳이다.

논쟁이 여기까지 이르자 '쇠벼라'의 위치에 대한 궁금증도 상당부분 해소되고 있다. 현재 국어학자들은 '쇠벼라'의 정확한 위치에 대해 "남한강 본류와 달천 수계가 만나는 탄금대 건너편의 수면공간"이라고 견해를 같이 하고 있다.

실제 일대를 찾으면 두 물줄기가 합류되면서 흐름이 약간 정체됐다가 서쪽 하류로 빠져나가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따라서 국어학자들은 '쇠벼라' 할 때의 '쇠'가 '金'이 아니라 '沼+ㅣ'의 결합어라는데 상당히 일치된 견해를 보이고 있다. 이는 주변 '쇠꼬지'라는 지명에 화석어로 남아 있다.

그러나 언중(言衆)들이 '쇠벼라'의 '쇠'를 '金'으로 오해하면서 금가면(金加面), 가금면(可金面·현 중앙탑면)의 지명을 낳았다고 전문가들은 밝히고 있다.

한편 고려사에도 일대 지명으로 한자 '金遷浦'(금천포)가 등장하나, 이 역시 당시 언중들은 '쇠벼라나루' 정도로 불렀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원문은 '여수포: 이전에는 금천포라고 하였는데 대원군에 있다'(麗水浦 前號金遷浦大原郡)로 돼 있다. 대원군은 충주의 별호다.

그러나 이처럼 '쇠벼라'는 역사성이 깊고 발음이 아름다운 지명임에도 불구, 도로공사로 일부만 잔존하는 가운데 표지석 하나 세워져 있지 않다.

/ 조혁연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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