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장군 기승' 새벽 육거리시장 가보니…

불황·강추위에 손님 '뚝' …지난해比 매출 반토막
적막감만 가득…성인 몇 명만 모닥불에 몸 녹여
"하루 몇 만원 벌기도 어려워 생계 유지 곤란"

2014.12.16 19:30:07

16일 새벽 5시께 청주육거리시장에서 상인들이 모닥불에 둘러앉아 몸을 녹이고 있다.

ⓒ김동수기자
"노점상 할머니들? 요즘 같이 추운 날에는 장사가 안돼서 시장에 안 나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분들인데 참 안됐지."

체감 온도가 영하 1도로 떨어지고 제천, 보은, 영동 등에 대설주의보가 발효된 16일 새벽 5시 청주육거리시장.

추운 날씨와 함께 시장 상인들의 활기도 얼어붙었다.

장기적인 경기침체와 추운 날씨로 시장을 찾는 손님들의 발길이 끊겼기 때문이다.

새벽마다 시장을 찾는 노점상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던 시장에는 적막감만 흘렀다.

도로까지 내려와 장사하던 노점상들의 평소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추운 겨울에도 장사를 위해 나온 상인 몇 명이 모닥불 주위에 모여 몸을 녹이고 있을 뿐이었다.

"10년 전에는 겨울에도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어. 노점상들이 자리를 맡기 위해 자정부터 나와서 기다리곤 했거든. 자리싸움이 대단했지."

10년째 이곳에서 채소가게를 운영한 K(60)씨가 대전시 오정농수산물시장에서 물건을 싣고 막 가게에 도착했다.

도매시장에서 가져온 채소를 상점으로 옮기는 K씨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았다.

지난해 겨울보다 매출이 50%나 줄었기 때문이다.

어려운 형편 때문에 이른 새벽부터 가게 문을 열고 물건을 하나라도 더 팔려는 상인들도 있었다.

새벽 3시부터 가게 문을 연다는 Y(77)씨도 그들 중 한 명이다.

얼굴이 베일듯한 매서운 바람이 부는 새벽, Y씨는 전기난로에 의지해 홀로 가게를 지키고 있었다.

하나뿐인 아들의 경제사정이 넉넉지 않아 팔순을 앞둔 나이에도 장사를 하고 있었다.

"겨울에는 많이 팔아야 하루 몇 만원 벌기도 어려워. 아무리 물건을 싸게 팔아도 손님들이 사가질 않아."

잡화점에서 장갑 하나를 팔아 남는 돈은 고작 100~200원.

육거리시장에서 반평생 장사를 하며 아들을 키운 Y씨는 조만간 장사를 그만둬야 할 것 같다고 연거푸 한숨을 쉬었다.

뉴스를 보던 Y씨는 기온이 영하 14도까지 떨어진다는 예보를 듣자 낯빛이 어두워졌다.

추워질수록 사람들이 대형마트로 발길을 돌리기 때문으로 보여진다.

인도에 좌판을 깔고 장사를 하는 노점상들의 겨울은 더 혹독했다.

무엇보다 추운 날씨로 하루 생활비조차 벌어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노점상 N(75)씨는 "대부분 노점상들은 하루 생활비를 벌기 위해 물건을 팔고 있다"며 "날씨가 추워진 탓에 찾는 손님이 줄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육거리종합시장 상인회에 따르면 올해 12월 기준 새벽회(새벽시장 상인회)에 가입된 상인은 모두 300~400명이다.

상인회 관계자는 "날씨가 추워지면 새벽시장 노점상들도 줄어든다"며 "지금 같은 겨울철이 상인들에게 매우 힘든 시기"라고 설명했다.

/ 김동수기자 kimds03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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