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순 청주청원경찰서 강력 3팀장
박 팀장이 노래방 업계에 도는 소문을 들은 건 7년 전이다.
하지만 불법영업을 하던 업주들은 자신도 처벌될까 입을 열지 않았다. 피해사실과 범행 수법까지 다 알고 있었지만 진술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박 팀장은 전전긍긍했다.
지난 9월3일 '동네조폭 특별단속'이 시행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불법영업을 하던 업주들이 진술만 한다면 그동안의 불법행위는 면책됐다.
10명의 업주에게 진술을 받은 박 팀장은 드디어 A씨의 덜미를 잡았다.
"새벽마다 청주시내 노래방을 돌아다니며 일일이 업주들을 설득한 팀원들이 고생했습니다."
형사 경력만 21년인 박 팀장의 경찰 생활은 지난 1989년 음성군 대소면에서 시작됐다.
청소년 시절 잠시 방황했다던 박 팀장은 쑥스럽게 경찰이 된 이유를 말했다.
"어렸을 때 누군가 저를 엄하게 꾸짖어 줬으면 방황하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청소년들에게 그런 역할이 되고 싶어 경찰이 됐습니다."
지난 1993년 10월 박 팀장은 보다 많은 청소년을 계도하려는 생각에 수사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 10년 전 찢긴 옷을 입은 한 여성이 경찰서로 찾아오면서 달라졌다. 결혼상담소를 통해 알게 된 남성에게 성폭행을 당한 여성이었다.
조사 끝에 구속된 그 남성은 어느 날 당당하게 경찰서로 찾아왔다. 합의와 함께 석방된 남성은 아들까지 데리고 박 팀장을 향해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자신이 무죄기 때문에 풀려놨다며 오히려 박 팀장을 나무랐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아들까지 데리고 와서 그럴 줄은 몰랐습니다. 자신의 죄가 뭐냐고 재차 묻는 그에게 차마 이야기를 할 수 없었습니다. 아들때문이었죠."
박 팀장이 만류했지만 아들이 들어도 된다는 그 남성은 당당했다. 이런 일을 겪은 후 박 팀장은 평범한 시민을 괴롭히는 흉악범들을 잡으러 뛰기 시작했다.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짓밟고도 당당한 범죄자들.
사회를 바꾸는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하는 일념이다.
"흉악범은 별다른 게 아닙니다. 평범한 시민을 괴롭히면 그게 흉악범입니다. 평범한 동네 주민, 어렵게 생계를 유지하는 영세 상인들을 괴롭히는 사람들 말입니다. 앞으로도 시민들이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발로 뛰며 그런 사람들을 검거하고 싶습니다."
/ 김동수기자 kimds032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