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피해 위기 60대 구한 경찰

모친, 막내아들 납치 전화에 곧장 은행으로 달려
신고 받고 온 현도파출소 경찰, 현장서 신속 대치

2015.01.07 18:52:29

지난달 31일 오후 1시30분께 청주시 서원구 현도면의 한 은행에서 권희성(45) 경사가 K(65)씨와 메모로 대화하고 있다.

"이웃 할머니가 조폭에게 협박을 당해 돈을 보내주려고 해요."

지난달 31일 오후 1시10분께 현도파출소 사무실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한 남성이 다급한 목소리로 이웃인 K(여·65)씨를 말려 달라고 부탁했다.

사건은 이날 오후 1시께 일어났다.

"아드님이 L씨 맞으시죠? 아드님이 교통사고를 당하셨습니다."

슬하의 사남매를 모두 타지로 보내고 혼자 살고있는 K씨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K씨가 당황하는 사이 수화기 너머로 아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엄마. 나 조폭들한테 붙잡혀 있어. 이 사람들이 3천만원만 주면 풀어 준다고 하니깐…."

대전에 사는 막내아들의 목소리였다.

K씨는 통장과 도장을 챙겨 인근 은행으로 달려갔다.

휴대폰으로 조폭들과 통화하며 은행 여직원에게 귓속말로 3천만원을 이체해달라고 부탁했다.

아들을 붙잡고 있는 조폭들은 K씨가 신고라도 할까 전화통화로 계속 감시를 하고 있었다.

이웃주민은 K씨의 이러한 상황을 듣고 '보이스 피싱'이라는 생각에 경찰에 신고를 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현도파출소 소속 박병화(52) 경위 등 2명은 K씨가 있다는 은행을 찾았다.

K씨는 여전히 전화통화를 하며 은행창구 앞에 앉아 있었다.

박 경위가 다가가 말을 걸어도 K씨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혹시라도 경찰과의 대화를 수상하게 여긴 남성들이 아들에게 해코지를 할 수 있다는 불안 때문이었다.

결국 K씨와 은행 여직원, 경찰들은 메모를 통해 대화를 시작했다.

당황한 K씨를 진정시키며 메모를 통해 아들의 휴대폰 번호를 알아낸 박 경위는 아들과 통화를 시도했다.

자신의 막내아들이 붙잡혀 있다고 생각한 K씨는 마침내 아들의 목소리를 듣자 자신이 '보이스피싱'에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경찰들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노년을 위해 사용할 3천만원이 사라질 뻔한 상황이었다.

현도파출소 권희상(45) 경사는 "우연히 보이스피싱으로 걸려 온 전화번호가 아들의 번호와 유사해 속기 쉬웠다"며 "경찰이 할 일을 했을 뿐 오히려 K씨를 안심시키며 침착하게 대응한 은행 여직원의 공이 더 컸다"고 소감을 전했다.

/ 김동수기자 kimds0327@naver.com


이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저작권자 충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PC버전으로 보기

충북일보 / 등록번호 : 충북 아00291 / 등록일 : 2023년 3월 20일 발행인 : (주)충북일보 연경환 / 편집인 : 함우석 / 발행일 : 2003년2월 21일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715 전화 : 043-277-2114 팩스 : 043-277-0307
ⓒ충북일보(www.inews365.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by inews365.com, I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