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사람들 - 오춘식 오창지구대장

"주민에게 봉사하는 것도 경찰의 임무"

2015.01.22 18:44:54

"경찰로서 남은 소임을 언제나 고향에서 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난해 2월12일 오춘식(58·사진) 오창지구대장이 이곳으로 지원한 이유다.

언제나 긍정적으로 즐겁게 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오 대장은 정년이 코앞이지만 젊은 경찰 못지 않은 열정을 가지고 있다.

이 열정이 오창지구대가 치매 노인, 자살기도자를 구하는 등 범죄예방뿐만 아니라 각종 미담사례의 주인공이 되는 원동력이다.

지난해 9월28일 오 대장은 13년 동안 연락이 되지 않은 여동생을 찾아준 것은 물론 새로운 가족까지 만들어준 주인공이다.

이날 오전 7시20분께 충북지방경찰청 112지령실에 인천시 부평에 거주하는 O씨의 다급한 신고 전화가 들어왔다.

13년 전 잃어버린 여동생이 흐느끼다 전화를 끊자 여동생이 납치·감금된 것 같다며 신고한 것이다.

발신 번호를 추적하자 오창읍 양청리에 위치한 원룸이었다.

그러나 출동한 오창지구대원들이 인기척이 없다는 이유로 다시 돌아오자 오 대장은 불같이 노했다.

"납치·감금이 의심되는 데 안일하게 일을 처리할 순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시 직원들을 데리고 원룸을 찾았습니다."

34년의 경력을 가진 경찰답게 오 대장은 원룸 건물 곳곳을 살피기 시작했다.

주위를 둘러보던 오 대장은 전기 계량기를 보고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민들이 회사에 출근한 시간, O씨의 동생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원룸 계량기가 유독 빨리 돌아가고 있었다.

"사람도 없는데 전기를 많이 사용하니 이상했습니다. 분명 누군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한 오 대장과 직원들은 권총과 테이저건을 준비하고 한껏 긴장했다.

강제로 문을 열려는 순간 건장한 청년 한 명이 밖으로 나왔고 오 대장과 직원들은 O씨의 여동생을 찾기 위해 집 안으로 들어갔다.

"알고 보니 O씨의 여동생은 13년 전 집을 나와 이곳에서 한 남성과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오창에서 포장마차를 하는 O씨의 여동생은 추석을 맞아 가족이 그리워 오빠에게 전화했던 것입니다."

O씨와 O씨의 노모는 13년 만에 연락이 된 가족을 보기 위해 오창을 찾으려 했다.

하지만 오 대장은 O씨의 동생에게 부평으로 직접 가 인사를 할 권을 권했다.

같이 사는 남성을 정식으로 소개시키고 가족과 왕래를 하며 살 것도 조언했다.

"결국 O씨의 동생과 같이 사는 남성이 부평을 찾아 결혼 승낙까지 받아 왔습니다. 가족을 찾아 준 것은 물론 새로운 가족까지 생긴 O씨가 뛸듯이 기뻐했습니다."

지난 1980년 10월30일 진천군 상산파출소에서 경찰의 길을 걷기 시작한 오 대장은 단순히 범죄자를 검거하는 것뿐만 아니라 주민을 위한 봉사도 경찰의 임무라고 생각한다.


"보통 경찰은 자신의 고향으로 와서 일하기를 꺼립니다. 아무래도 규제를 하는 일이 대부분이다 보니 고향 사람들에게 싫은 소리를 듣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제가 태어난 곳에서 고향 사람들에게 무엇하나 더 봉사할 수 있다는 생각은 언제나 긍정적으로 일을하게 만드는 원동력입니다."

20대의 젊은 시절 수도경비사령부에서 근무하며 경찰 제복의 매력에 빠졌던 청년은 이제 경찰 생활을 마무리할 시기이만 언제나 주민들의 치안만족을 위해 고민하고 있다.

오 대장은 지금도 오창지구대에서 경찰의 도움이 필요한 주민들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

/ 김동수기자 kimds03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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