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창작음악은 작곡가 안익태, 홍난파를 시작으로 윤이상, 박영희, 진은숙, 류재준과 같은 대가들을 배출하며 그리 길지 않은 시간동안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해왔다.
하지만 이러한 성장 이면에는 아이러니 하게도 창작음악에 대한 외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많은 작곡가들은 곡을 쓰고도 연주 기회조차 같기 힘든 것이 현실이며, 어렵게 초연을 한다 해도 재연의 기회를 갖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아르코창작음악제와 대구현대음악제에서 공모를 통해 창작관현악곡을 매년 발표하고 있지만, 이 음악제만으로 창작관현악곡을 활성화하기에는 매우 역부족인 것이 현실이다.
충북도립교양악단의 양승돈 지휘자는 이런 창작음악의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끼며, 한국 창작음악 활성화에 사명감을 가지고 한국의 작곡가들에게 주목하였다.
지난 13일 '창작곡 페스티발'이라는 주제로 지역을 대표하는 작곡가 이래근, 이병욱, 박의홍, 김보현과 독일을 대표하는 작곡가 C.Meijering 그리고 아.창.제(아르코창작음악제)선정 작곡가 정승재의 곡으로 15회 정기연주회를 가졌다.
현대음악(창작곡)으로만 구성되는 프로그램은 매우 이례적이다.
현대음악 연주는 지휘자와 연주자에게 많은 노력과 희생을 요구한다.
생소한 멜로디와 화음을 연주해야하기에 기존의 곡 연습량보다 몇 배의 연습량을 필요로 하며, 특히 관객들은 새로운 현대음악을 듣는데 익숙하지 않아 음악회를 찾아오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이렇기 때문에 창작곡 연주회는 기획단계에서 무산 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충북도립교향악단의 새로운 프로그램은 작곡가, 연주자, 관객 3박자가 잘 어우러져 새로운 현대음악을 알리면서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적인 연주였다.
지휘자와 연주자들의 노력은 작곡가의 곡을 더욱 빛나게 하였으며,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그에 보답하듯 힘찬 박수를 선물하였다.
작곡가와 연주자가 아무리 준비를 많이 한들 관객이 없으면 그 노력은 물거품이 되었을 것이다.
'현대음악(창작음악)은 어렵다는 이유로 즐겨 듣지 않는 분들이 더러 있다. 하지만 모든 음악이 처음 나왔을 때는 현대음악이었다. 베토벤시대에는 베토벤의 음악이, 브람스의 시대에는 브람스의 음악이 현대음악이었다. 그 음악이 세대를 거듭하면서 고전이 되고 역사가 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고전으로 만들고 역사로 만든 첫 번째 사람들은 바로 그 음악을 현대음악으로 즐겼던 사람들이었다. 이제 우리 시대의 고전을, 우리 시대의 역사를 만들러 간다.'
서울대학교 언어학과 조원형 교수의 말이다.
이번 연주회는 충북도립교향악단이 현대음악의 역사에 한 발 나아갔음을 방증한다.
무엇보다 연주자들의 혼신을 다한 무대로 관객들에게 새로운 현대음악을 선사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한다. 앞으로도 음악의 역사를 만들어가는 충북도립교향악단의 참신한 기획이 계속되었음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