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과 제삿날

2008.06.20 23:39:45

사람의 한 생애를 통하여 절대로 변하지 않는 두 가지가 있으니 생일과 제삿날이다.
세상에 태어나 첫 인생살이를 시작한 날을 기념하는 것이 생일이고 인생을 마치고 본으로 돌아간 날을 추모하는 행사가 제삿날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날’이 맞는지 어쩐지는 생각하지 않고 숫자에만 매달려 생활에 불편을 겪는 경우가 많으니 개선의 여지는 없는지 한 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우리는 현재 사회생활에서 거의가 다 양력을 쓰고 있다. 그런데 유독 생일과 제삿날은 음력을 쓰는 사람이 적지 않음을 볼 수 있다. 관습에 따른 것으로 얼른 고쳐야 할 일이라 여겨진다. 제대로 된 ‘돌’을 찾고 정확한 ‘주기’를 쓰려면 양력을 써야하기 때문이다.

음력은 1년이 평균 354일(윤달이 없는 해) 정도에 지나지 않으므로 양력과 비교하면 10일 이상의 차이가 생긴다. 그리고 큰 달과 작은 달이 양력처럼 정해져있지 않기 때문에 음력 30일 생은 생일이 없는 경우도 있게 되니 29일에 생일잔치를 갖기도 한다. 어쨌건 1년에 열흘 이상이 틀리니 ‘돌시’라고 말할 수가 없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윤달에 태어난 사람은 한 달이 몽땅 없어져버리는 해가 많으므로 평 달에 생일을 찾는 경우도 생기는데, 자기가 태어난 윤달을 기다리려면 19년가량이 걸린다. “윤달에 태어난 사람은 생일을 평생 세 번밖에 못 찾아먹는다”는 말이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생일을 음력으로 찾는다면 윤달에 태어난 사람뿐만이 아니라 모두가 평생에 서너 번 정도만 옳은 ‘돌’을 찾게 되는 것이다.

“귀신은 양력을 모른다”는 말 때문에 제사는 음력으로 지내야 옳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은데 이는 일제치하에서부터 양력을 쓰기 시작했으므로 반일(反日)에 대한 방편에서 나온 말이라 여겨진다. “귀신같이 잘 아는 귀신”이 어찌 양력을 모를 리가 있겠는가?

근래에 와서 양력을 많이 쓰고는 있으나 제삿날은 고집스럽게 음력으로 찾는 경우가 많은데 이건 고집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조금만 더 넓혀보면 태어난 날도 그날 하루뿐이고 죽은 날도 그날 하루뿐이다. 생일도 제삿날도 날짜 그 자체에 뜻을 두지 말고 기념하고 추모할 사람들의 생활에 편리하게 조정하여 좋은 날을 잡아 지내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생각된다.

필자는 십 수 년 전부터 기념일은 물론 생일이나 제삿날 근처의 주말이나 공휴일을, 서로 상의해서 편리한 날을 선택하고 시간과 장소도 자유롭고 편리하게 정해 기념하며 추모하고 있다. 음식이나 형식도 현대생활에 맞게 고쳐 불편하고 미신적인 요소는 없애버렸다. 제일 좋아하는 사람들은 역시 며느리들이지만 남자나 아이들도 기분 좋고 능률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있게 되어 제사로 인한 스트레스는 거의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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