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의사 순국 105주기를 맞아

2015.03.25 17:48:07

박걸순

충북대학교 교수

오늘은 안중근 의사가 순국한 지 꼭 105주기가 되는 날이다. 또한 천안함 침몰사건이 발생한 지도 꼭 5년이 되는 날이다. 그런데 거리 곳곳에 천안함 46용사를 추모하는 현수막은 여럿 나부끼건만, 안중근 의사를 추모하는 현수막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대북전단 살포를 둘러싸고 조성된 험악한 형국은 치킨게임을 방불케 한다.

'밸런타인데이'와 안중근 의사 사형선고일

지난 2월 14일은 '밸런타인데이'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날의 의미가 변질되어 여자가 남자에게 초콜릿을 주는 날로 인식되고 있다. 이날 인터넷 공간을 뜨겁게 달궜던 논쟁이 있었다. 안중근 의사가 사형선고를 받은 날이니 밸런타인데이 대신 '안중근 의사 사형선고일'로 고쳐 부르자는 논쟁이었다. 밸런타인데이에 별 감흥이 없는 필자이지만, 구태여 그날을 '안중근 의사 사형선고일'로 부르자는 것은 국수적 애국심의 억지 발동인 것 같아 별로 동의하고 싶지 않다. 밸런타인데이에 연인 사이에 초콜릿을 주고받더라도, 안중근 의사가 사형을 선고받은 그날의 역사적 의미를 올바로 새기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2월 14일, 한 TV 프로그램이 '안중근 의사 사망선고일'이라고 대문짝만한 자막을 내보내며 방송하는 것을 보았다. 사형과 사망선고를 분간하지 못하는 딱한 우리의 현주소이다. 그런 천박한 방송을 할 바에야 차라리 안중근 의사를 운운하지 않는 것이 그 분에 대한 도리일 것이다.

하얼빈 안중근의사기념관 개관

작년 1월 19일, 중국은 하얼빈 역사에 안중근의사기념관을 개관하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여 시진핑 주석을 만나 부탁한 것이 결실을 거둔 것이다. 사실 우리가 중국 정부에 안중근 의거 현장에 조그마한 표지석이나마 세울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는 부탁을 한 것은 오래 전의 일이다. 그러나 중국은 일본을 의식하여 우리 요구를 거절해 왔고, 심지어 의거 현장 출입을 금지시키기까지 하였다

하얼빈의 안중근의사기념관은 안중근 의사의 생애와 업적을 전시하고 있다. 전시관의 끝부분은 내부에서 외부를 내다볼 수 있도록 통유리로 되어 있다. 밖을 내다보면 안 의사 의거 현장 플랫폼이 바로 손에 잡힐 거리에 있다. 플랫폼 천정 벽면에는 '안중근격폐이등박문사건발생지(安重根擊斃伊藤博文事件發生地)'라는 설명판이 의거일자(1909. 10. 26)와 함께 붙어 있다. 안 의사와 이토 히로부미가 서 있던 자리는 흰 타일로 주변과 구별하고, 둘이 서 있던 방향을 화살표로 표시하였다. 누구라도 당시의 처단 광경을 쉽게 연상할 수 있도록 한 전시 연출이다.

얼마 전까지 동북공정이라는 해괴한 역사논리로 우리 역사를 침탈했던 그들이다. 그러니 안 의사 의거 현장을 잘 보존해 주어 고맙다는 생각 이전에, 일본을 의식하여 우리 독립운동유적지와 관련된 정책이 일관성 없이 널뛰는 그들의 이중적 잣대가 안타깝게 느껴졌다.

안중근 의사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

중국의 안중근의사기념관 건립을 계기로 한·중·일 사이에 역사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왜 이 시대에 안중근인가· 그것은 단지 안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한 때문만이 아니다. 새삼 안중근 의사가 주목받는 까닭은 그가 구상하고 주장한 원대한 동양평화론(東洋平和論)이 새롭게 주목되기 때문이다.

안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한 것은 동양평화론을 구현하기 위한 극히 일부의 실천에 불과한 것이다. 천안함 침몰사건도 기억해야 하나, 그 100년 전의 안중근 의사를 기억해야 하는 당위성이 여기에 있다. 감상적 애국심이나 비뚤어진 역사인식으로 안중근 의사를 희화화해서는 안 된다. 천안함을 빌미로 굳이 이날 대북전단을 살포하겠다고 소란을 부리는 세력과, 더불어 춤추는 세상이 딱하기는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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