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차만별 간판어' 충북대 오영미씨 충주지역 분석

옛도심 한자, 청년운집 지역은 외래어 간판많아
근래 접두사는 '참-'…접미사는 '-네' 간판 증가
'이차는 내가 쏜다'와 같은 문장형 간판도 등장

2015.03.30 19:15:36

충주 자유시장 입구 모습으로, 기사 내용과는 관련이 없다.

'간판어는 세상을 변화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창이다.'

충북대학교 오영미 씨가 석사논문 '충주시 간판어 연구'를 통해 충주지역 상업건물에 내걸린 상호명을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그는 이를 위해 구시가지인 성서동과, 성내동 그리고 신시가지인 연수동, 칠금동 등 4개 동 1천5백32개(63개 업종) 간판어를 수집했다.

분석 결과, △혼종어 간판어가 압도적으로 많고 △또 구시가지에는 한자어 간판어가 많은 반면 신시가지에는 외래어 간판이 많은 점 등이 충주지역 간판어의 주요 특징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 혼종어는 고유어+한자(예: 까치방), 고유어+외래어(예: 얼짱몸짱 피부관리), 한자+외래어(예: 삼일커텐), 고유어+한자+외래어(예: 원두커피 볶는 집)가 결합된 간판어로 전제 49.7%를 차지했다. 혼종어 간판어 중에는 고유어+한자어가 25.7%로 가장 많았다.

후자의 경우 구시가지인 성내동은 한자어 간판이 48.6%를 차지 매우 높은 비율을 보였다. 이는 가구, 술집, 병원, 음식점, 다방 등 중장년층이 이용하는 업종이 많이 분포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반면 구시가지이지만 차 없는 거리, 패션거리 등으로 인해 젊은층 유동인구가 많은 성서동은 외래어 간판 비율이 31.3%를 기록, 다른 곳보다 높은 비율을 보였다.

이밖에 업종별 분석을 한 결과, 한자어 간판은 부동산, 건설업, 금은방, 세탁소, 약국, 병원, 다방 등의 업종에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외래어 간판은 커피전문점, 의류판매, 미용실 등의 업종에서 많이 관찰됐다.

특히 미용실의 경우 '헤어샵', '헤어', '스타일', '클리릭' 등 외래어 간판이 많았으나, 이발소는 '이용원', '이발관' 등의 한자어 간판이 다수를 차지,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접두어를 통한 분석에서는 '참-'(참소리 피아노, 참이맛 감자탕) , '신-'(예: 신보석, 신짬뽕), '온-'(온누리 약국), '한-'(한아름 알뜰매장, 한아름 마트) 자가 붙은 간판어가 많았다.

이때의 접두어 '참-'은 '진실'·'품질이 우수한' , '신-'은 '새롭다', '온-'은 '꽉 찬'·'완전한', '한-'은 '가득한' 이미지를 은연 중에 드러내고 있다.

접미사를 통한 분석에서는 '-네'의 간판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가네'(칼국수), '이가네'(낙지보쌈), '민자네'(치킨호프), '최가네'(해장국), '순복이네'(식당) 등이 부분별 용례가 되고 있다.

이처럼 접미사 '-네' 식의 간판어가 유행하고 있는 것은 상업주가 순우리말 '네'가 지닌 가족, 집안 등의 이미지를 통해 고객에게 친근감 있게 다가가려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다.

근래 들어서는 단순한 명사가 아닌 구(句)나 절(節)의 형식을 통해 간판어를 작명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그는 용례로 '늘푸른 화원', '정다운 독서실', '가위든남자', '늘푸른 소아과', '철따라 해물탕' 등을 제시했다.

오씨는 절형식의 간판어에 대해 "획일적인 단어 형식의 간판어가 주는 딱딱하고 무미건조함을 벗어나 부드럽고 설명적인 친근감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간판어 자체가 '주어+서술어' 구조를 갖는 절형식의 상호도 최근들어 많이 선호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용례로는 '이차는 내가 쏜다', '이 집이 좋겠네', '내가 키운 토종닭' 등이 제시됐다.

한편 충주지역에도 비문법이거나 국적불명의 간판어도 상당수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냐무냐'(뭐냐뭐냐), '떳다OOO'(떴다OOO), 참조은(참좋은), '이쁜OO"(예쁜OO), '땃다붓따'(따따부따), '뜨고바꼬'(뜯고박고), '끄러모아'(끌어모아) 등이 이에 해당하고 있다. () 안이 바른 표기다.

오씨는 "상호 작명자가 의도적으로 표현을 왜곡한 것으로 볼 수 있으나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 조혁연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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