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기인들이 동굴을 주거공간으로 사용한 반면, 고조선인들은 무덤공간으로 많이 활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만주~한반도 북부의 고조선 동굴무덤에는 집돼지뼈가 거의 대부분의 무덤에서 출토, 이 시기들어 돼지가 완전히 가축화한 것으로 밝혀졌다.
충북대 출신의 세종대학교 하문식(역사학과) 교수가 얼마전 <고조선 시기의 동굴무덤 연구> 논문을 《백산학보》 제 98호를 통해 발표했다.
하문식 교수가 조사한 고조선 동굴무덤의 위치도이다.
그는 고조선의 동굴 무덤문화를 규명하기 위해 △중국 태자하 유역(라오닝성 신빈~본계) △북한 미송리 유적(압록강 유역) △덕천 승리산유적((대동강 유역) △무산 지초리유적(두만강 유역) 등 1백40여기의 동굴무덤을 여러 해에 걸쳐 현장 조사하고 관련 자료를 수집했다.
그 결과, 그동안 학계에 보고되지 않은 유의미한 내용들이 다수 확인됐다. 먼저 이들 무덤은 거의 공통적으로 △샛강 산자락의 석회암 동굴에 위치했고 △무덤양식은 무덤방이 아닌 낮은 구덩이를 파고 묻는 널무덤 형식이 다수를 차지했다.
그리고 관련 동굴무덤에서 27종의 둥물뼈가 수습된 가운데 집돼지뼈 10곳, 개와 사슴뼈 8곳, 노루뼈 6곳, 닭 및 멧돼지뼈 5곳 등의 분포도를 보여, 집돼지뼈가 가장 많이 수습됐다.
그는 이에 대해 "이같은 자료는 돼지가 고조선 시기에 완전히 가축화된 것을 보여주고 있다"며 "특히 사후세계와 관련된 공간에 발견된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일부 어문학자들은 한자 '家'자를 과거 제주도 식으로 집에서 돼지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제삿상에 오른 돼지의 모습으로 해석하고 있기도 하다.
대부분의 유적에서 단순매장이 아닌, 화장 흔적이 발견된 가운데 그 방법은 '간골 화장' 95기(74%), '제자리 화장' 32%(52기)로 간골 화장이 크게 선호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간골 화장은 외부에서 화장을 한 후 뼈를 특정 부위별로 선별해 다시 매장하는 것을 일컫는다. 이에 비해 제자리 화장은 무덤이 위치한 장소에서 화장을 한 후 곧바로 매장하는 방법을 말한다.
북한 덕천군 승리산에 위치하고 있는 고조선 유적은 동굴 전체가 거대한 집단무덤이다.
이밖에 여러 유적중 특이한 내용을 살펴보면, 중국 태자하 유역의 본계 장가보 A동굴유적에서는 옷감이 출토됐고, 중국학계가 정밀 조사를 한 결과 마류(麻類)로 확인됐다.
중국 본계 마성자 A동굴 유적에서는 다리뼈에 화살촉이 박힌 여자뼈가 출토됐고, 이는 전쟁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판단됐다.
본계 장가보 A동굴유적에서는 성인 여자와 어린 아이가 함께 묻힌 '어울무덤'(공동무덤)이 확인됐고, 둘은 모자간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해석됐다.
북한 덕천군 승리산에 있는 유적은 동굴 자체가 무덤이었으며, 어떤 이유로 같은 시기에 여러 사람이 묻힌 집단무덤으로 해석됐다.
두만강 유역의 무산 지초리 유적에서는 동굴 바깥에서 바위그림이 존재했고, 확인 결가 새기기 전에 먼저 길이 6m 정도를 구획한 다음 쪼기수법으로 타래, 번개, 동심원, 마름모 무늬 등을 만들었다.
하교수는 "고조선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이들 동굴무덤 유적에서는 정교한 간석기(마제석기) 유물이 많이 출토된 것으로 보고됐다"며 "이는 유적 형성 시기가 현재로부터 4천-3천년 전으로 , 이른 시기의 청동기인 점과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 조혁연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