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소는 왜 그렇게 생겼고, 다람쥐는 또 무슨 의미?

'용미·선익·순전', 풍수적인 의미와 함께 토목적 기능
'입수도두', 일반 가정집의 두꺼비집과 같은 기능지녀
망주석 다람쥐는 낮과 밤, 氣순환 관련설 등 해석다양
동자석, 죽어서도 시중받고 싶은 의미 '순장풍습 잔영'

2015.09.25 07:54:06

편집자 주

추석 명절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명절을 맞으면 아침에 차례를 지낸 후 성묘를 하게 된다. 묘소(산소)는 사자(死者)의 공간으로 풍수에서는 산 사람의 집인 양택과 대비해 음택(陰宅)이라고 부르고 있다.

우리나라의 일반 묘소는 봉분과 날개 모양을 갖추고 있는 등 다른 나라와 달리 독특한 모습을 하고 있다. 그 독특한 모습에는 나름의 까닭과 이유가 있으나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추석을 맞아 묘소의 조형성을 살펴본다.

[충북일보] 조선시대에는 능(陵)·원(園)·묘(墓)를 구분했다. '능'은 왕이나 왕비의 무덤, 그리고 '원'은 세자·세자비·종실 무덤에 대한 호칭이다. 반면 묘 혹은 묘소는 일반 백성들의 무덤을 가리켰다.

신문 지상에 가끔 등장하는 총(塚)과 분(墳)은 문화재와 관련된 용어이다. '총'은 옛무덤 가운데 특이한 유물이 출토된 경우에 붙여지게 된다. 경주 금관총은 금관, 천마총은 천마도가 출토됐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이에 비해 '분'은 특별한 유물이 출토되지 않음 무덤으로, 지역명을 따서 'OO동 고분' 식으로 작명해 오고 있다. 가령 '경주 황성동 고분'과 같은 사례가 된다.

충주시 동량면 대전리의 이극감(李克堪·1427-1465) 묘이다. 입수도두, 용미, 선익, 배계절 등이 뚜렷하다.

왕릉이나 사대부의 무덤과 달리 보통 사람의 무덤인 묘소는 대략 봉분(封墳), 입수도두(入首到頭), 용미(龍尾), 선익(蟬翼 혹은 사성), 계절(階節), 배계절(拜階節), 순전(脣前) 등의 구조로 이뤄져 있다. 모두 풍수적인 의미를 지닌 것들로, 나름의 풍수내지 종교적 기능을 지니고 있다.

◇ 봉분(封墳)

풍수상 혈(穴)에 해당하고 있다. 봉분이 큰 함지박을 엎어놓은 듯한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은 주변과 묘지를 구분하기 위해서 이다. 일부에서는 자궁을 표현한 것이라고 하나 분명치는 않다. 달리 분상(墳上)이라고도 부른다.

◇ 입수도두(入首到頭)

묘역 가운데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는 공간으로, 사람의 얼굴로 치며 이마에 해당한다. 풍수에서는 산천 정기의 기(氣)가 이곳에 모였다가 날개 모양의 선익으로 전달된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압수도두는 곧잘 가정의 전기 두꺼비집에 비유된다. 외부 전봇대에서 집으로 들어온 전기는 두꺼비집에 모였다가 방·부엌 등 실내 각 공간으로 배전된다.

◇ 용미(龍尾)

봉분 뒤의 꼬리 모양을 일컫는다. 용미는 입수도두의 기를 혈(봉분)로 연결시키는 기능을 지닌다. 그리고 토목적으로는 빗물을 좌우로 양분, 봉분을 보호하고 있다.

◇ 선익(蟬翼)

'매미의 날개'라는 뜻으로, 꽃받침에 비유하기도 한다. 선익은 혈의 기운이 좌우로 흩어지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때문에 선익은 단단할수록 좋고 그 생긴 모양에 따라 연익(軟翼)과 경익(硬翼)으로 구분한다.

연익은 선익의 모양이 보일 듯 말 듯 희미하게 나타나는 것을, 경익은 선익의 모양이 크고 확실한 것을 일컫는다. 선익은 달리 '사성'(莎城)이라고도 부르고 있다. 직역하면 '잔디로 된 성'이라는 뜻이다. 풍수가들은 "선익은 봉분을 충분히 감싸는 것이 좋고 도토리 모양은 안 좋다"고 말하고 있다.

왕릉에서는 토축대신 담장을 두르는 것이 보통으로, 이때는 곡장(曲墻)이라고 부른다.

진천군 초평면 용정리 이시발(李時發·1569-1626) 묘역의 망주석 다람쥐 조각상이다. 반대편 망주석에는 아래로 향하는 다람쥐가 조각돼 있다.

◇ 계절(階節)

무덤 주의의 평평한 공간으로 달리 '지절' 혹은 '제절' 이라고도 한다. 계절은 망자의 공간이다. 따라서 망자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상석, 망주석, 표석, 혼유석 등이 위치하게 된다.

계절은 봉분이 앞으로 밀려나지 않도록 하는 기능도 지니고 있다. 따라서 계절 끝부분을 화강암이나 자연석으로 계단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

◇ 배계절(拜階節)

계절보다 얕은 곳으로서 이곳은 산 사람이 위치하는 공간이다. 배계절은 역시 평평한 모습을 하고 있다. 자손들이 절하는 공간임이 감안됐다.

◇ 순전(脣前)

묘역 배계절 앞의 내리바지 언덕을 일컫는다. 뒷부분보다 경사가 급한 것이 특징이다. 달리 여기맥(餘氣脈)이라고 부르고 있고, 이는 혈을 만들고 남은 기운이 빠져 나가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순전을 가파르게 만드는 것은 이 때문이다.

◇ 혼유석(魂遊石)

문자적인 뜻은 신이 노니는 곳으로. 제물은 흠향하는 공간으로 볼 수 있다. 성묘를 가게 되면 상석에 여러 제몰을 올려놓게 된다. 따라서 상석이 혼령의 밥상이라면 혼유석은 방석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 망주석(望柱石)

묘의 위치를 알려주고 멀리서도 식별해주는 기능을 지니고 있다. 통일신라 때부터 보이기 시작하는 석물로, 후대로 올수록 장엄미가 더해졌다. 조선시대에는 다람쥐 상이 많이 조각됐고 그 모습도 하나는 위로, 또 다른 망주석은 아래를 향하고 있다.

한쪽 다람쥐는 촛불을 켜기 위해 올라가는 것이고 다른 쪽은 끄고 내려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견해가 존재한다. 불교에서 흰 쥐와 검은 쥐는 각각 낮과 밤을 상징한다. 불교적 상징이 무덤에 영향을 준 요소라고 볼 수 있다.

반면 일부에서는 묘소의 기가 민첩한 다람쥐처럼 빨리 순환하라는 바람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증평읍 율리 김득신(金得臣·1604-1684) 묘역의 동자상이다. 연꽃대신 홀을 쥔 모습이다.

◇ 동자석(童子石)

조선시대 16-18세기의 특정 기간에만 존재했던 묘지 석물이었다. 동자석은 본래 불교문화에서 유입됐다. 따라서 등장 초기에는 연꽃을 꽂을 수 있도록 동자의 양손이 모아진 부분에는 구멍이 나 있었다.

그러나 후대로 올수록 유교의 영향을 받으면서 연화(蓮花)대신 신하들이 드는 홀(笏)이 조각됐다. 머리 모양도 초기에는 쌍상투였으나 후대로 오면 유교식 관모를 쓰는 모습으로 변화했다.

그러나 동자석은 18세기 이후 묘역에서 사라졌다. 동자석은 기능이 문인석과 비슷하나 크기는 상대적으로 왜소한 것이 그 이유였다. 근래들어 부유층을 중심으로 이를 설치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조선시대 지배층이 묘역에 동자석을 설치한 이유는 죽어서도 동자의 시중을 받기위함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동자석은 당나라 가도(賈島)의 시 '소나무 아래서 동자에게 물으니(松下問童子) / 스승은 약초 캐러 갔다네(言師採藥去)'를 연상시키고 있다. 고대 순장풍습의 잔영으로도 볼 수 있다.

/ 조혁연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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