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타 스님과의 짧은 만남 긴 대화

2008.07.17 21:19:17

지난 주말 지인과 함께 경북 영천 안해사(安海寺)을 찾았다. 그 절의 주지가 북한에 국수공장을 세운 법타스님 이기에 가고 싶은 마음이 더 했다. 비록 면식은 없었지만 그에 관한 이야기는 조금 알고 있기는 했었다.

처음엔 조그마한 절 인줄 알았는데 웬걸, 조계종 10교구 본사로 지금까지 가 본 사찰 중 가장 큰 곳으로 풍치와 분위기가 그럴듯 했다.

주지인 법타(法陀)스님에 대한 평가는 종단 안팎과 시정에서도 엇갈리겠지만 필자 입장에서는 그의 평범치 않은 행보에 대한 궁금증을 풀 호기로 생각하고 만남에 적지않은 기대를 했다.

그렇다면 법타 스님은 누구인가. 청원 출신으로 청주에서 고교를 졸업하고 65년 법주사에서 출가한 그는 동국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클레이튼 대학(미주리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학구파인 동시에 행동파로 활발한 대외 활동 벌이며 중량감을 인정받는 종단 리더중의 한 사람이다..

그는 지난 1989년 처음 북한 방문을 계기로 배고픈 인민들을 중생구제하기 위해 1997년 황해도 사리원에 금강국수라는 국수공장을 지어 무상으로 밀가루 등을 공급해 국수를 나눠주는 인도주의를 실천한 스님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 과정에서 자연히 친북인사로 분류돼 역대 정권에서 여러 번 고초를 당하기도 했는데 조국평화통일 불교협회 상임부회장과 회장,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 된 후 2000년 8월15일 사면되는 등의 개인 이력이 그 것을 증명해주고 있다.

그리고 오래전 전두환 신군부가 1980년 10월27일과 30일 조계종 스님과 불교계 인사 153명을 강제연행 하고 전국의 사찰 5천 7백13곳을 일제수색한 이른바 '10.27 법난'의 진상 규명과 보상. 재발 방지 등을 요구하는 특별법 제정 추진위원장을 맡아 스스로 만족해하지 못하지만 지난 연말 법제정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이러한 이력으로 혹시 편향된 이데올로기를 설파하지 않을까 내심 신경썼는데 그 점은 장시간 그와의 대화에서 기우로 끝났다.

촛불집회 교훈 정권은 깨달아야

스님과의 수인사 뒤 현 시국에 관한 담론이 자연스레 나올 수 밖에 없었다. 법타스님은 "1백일이 조금 지난 이명박 정부가 촛불에 많이 데였을 것"이라며 "그 원인이야 여럿 있겠지만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 게 결정적"이라고 진단했다.

즉 쇠고기 문제 타결 되면 우리나라 승용차 등을 더 많이 팔게 돼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겠지만 보다 더 중요한 먹거리 안전 문제를 간과한 업보라는 것이다.

이제 국민들은 먹고사는 생존의 문제에서 벗어나 웰빙이니 해서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로 수준이 달라졌는데 이를 업수이 보고 '먹기 싫으면 안 먹으면 그만'이라는 등의 오만(?)한 발언으로 국민 염장을 질렀다는 것.

또한 국민을 현대건설 노무자로 인식하는 듯 한 착각이 거부감이 더 불러 일으켰다는 점이고 말 따로 행동 따로의 경박함도 지도자로서의 신뢰감에 대한 기대치를 떨어뜨렸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물론 이 정도의 평가는 세속인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정도의 것이긴 하지만 같은 말이라 할지라도 지난 번 종교계 촛불집회에서 연사로 나선 바 있는 스님의 대중 연설 속의 무게와 파괴력과는 비교할 수 없을 것 이다.

국민은 마음으로 끌어안아야

스님은 집권 1-2년 기간에 이런 상황이 벌어졌다면 탄핵거리가 되지만 취임 초기여서 다행이며 퇴진 운운 하는 것은 더 큰 혼란을 부르는 일인 만큼 촛불 민심을 교훈삼아 말로만 국민을 섬길게 아니라 진정성을 바탕으로 국가 통치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 했다.

남북관계가 꽉 막혀 있는데 대해서도 걱정이 많은 듯 했다.

지난 5월에도 북한을 다녀왔다는 그는 북한 당국의 통미봉남(通美封南) 정책이 굳건해 짐을 느꼈으며 정부차원 대화창구의 불통의 파장이 상당기간 길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내놨다. 개인적으로는 밀가루 값이 많이 올라 북한 주민에게 공급하는 국수생산량이 줄어든데 대한 안타까움도 피력했다.

산사를 떠나기 전 스님에게 물었다. 그렇다면 국가 지도자의 제일 덕목이 무어냐고. 간단한 답변이 돌아왔다. 국민의 마음을 끌어안고 신뢰를 쌓도록 하면 된다는 것이다.

귀가길 차속에서 곰곰이 생각해봤다. 그렇다면 대통령은 한 두사람도 아닌 수천만명의 마음을 어떻게 끌어안아야 하는 지 고민이 많겠다고…. 그런 가운데 '이심전심 염화미소'라는 불교용어가 떠올랐다. (이 만남 직후 금강산 관광객 피격과 독도 사태가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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