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련다 떠나련다…눈물

2008.07.23 21:13:25

가련다 떠나련다 어린 아들 손을 잡고 감자심고 수수 심는 두메산골 내 고향에 못살아도 나는 좋아 외로워도 나는 좋아 눈물어린 보따리에 황혼 빛이 젖어드네 ----

혹여 몸이 아픈데 모르고 내 넘치는 기분대로 잡다 아프게나 하지 않을까 조심하고.

기운이라도 불어넣어 주고픈 마음에 어깨춤이라도 흥이 나는 만큼 덩실덩실하다 행여 아픈데도 참고 비명조차 못 지를까 조심하고.

그런 가운데 서로들 손을 내밀고 눈을 마주치면서 부르는 옛 노랫가락이 무르익을 무렵 노인 한 분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그러자 모두들 그 눈물의 의미를 헤아릴 새도 없이 하나가 되어 서로 어깨를 끌어안고는 가련다. 떠나련다 어린 아들 손을 잡고..................를 불렀다.

그동안의 살아온 삶이 어찌되었고, 앞으로의 내 남은 삶이 어찌될 것인지에 대한 눈물인지 그건 잘 모르겠다. 그러나 그 곳에서의 눈물에 하나가 되었던 나는 자꾸만 작아지는 부모님을 생각했다.

칠십 아홉 된 친정아버지는 네거리 중앙에서 가게세도 안 나오는 장사를 하신다.

다음주면 칠순를 맞는 친정어머니는 허리가 아픈데도 놀면 더 큰 병 얻는다며 공장엘 나가신다.

먹고 사는 게 어려워서 그런다면 자식 된 도리에 정말 가슴이 아프겠지만, 그래도 자식들한테 손 안 벌리고 당신들일은 지나치게 깔끔하게 처리하신다.

나이차이가 꽤 나는 두 분인지라 같은 날 세상 뜨는 거 아니고 친정어머니한테 “ 엄마, 혼자되면 내가 좋은데 모셔다 드릴게요.” 그러면 그 좋은 데가 어디냐고 물으신다.

그곳은 노인요양시설이다.

나는 업무상 자원봉사자들과 노인복지시설을 자주 찾아간다. 그곳에 가서는 스스럼없이 그분들과 같이 부대끼며 내 부모님 같은 그런 마음으로 손길에 애정을 담아낸다.

온전한 마음을 갖고 함께 동행하는 봉사자들과 그 곳 어르신들의 윤기 흐르는 모습들을 보며, 내가 부모를 모신다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생각을 해 본다.

단지 같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 참으로 많을 것이다. 물론 나는 딸이고 장남인 오빠가 있지만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허리가 아파서 이 무더운 여름에도 복대를 해야 하는 친정엄마에 대한 생각을 참 많이 한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일할 것을 독려했던 것도 나였지만, 정말 한계에 와서 일을 놔야 할 경우에는 지역에서 노래교실, 수영교실 등 노인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시키려 생각하고 있다.

“엄마, 일 그만두면 내가 그 다음에 할 것은 다 생각해 놨으니까 걱정하지 마셔.” 그러고는 내가 생각했던 것을 쭉 말씀드렸더니, 내성적이고 소심한 우리 노인네는 지레 겁먹고 “ 절대 내 허락없이 신청하지 마.” 그러신다.

이런다고 모르고 저런다고 모를까? 엄마 맘을....

노인복지시설에 생필품과 떡 한 말을 해 가지고 가서 시설 청소며, 목욕까지 시켜드리고 슬퍼도 울고 좋아도 운다는 그 분들과 제목도 모르고 ‘가련다 떠나련다’를 부르며 눈시울을 붉혔던 봉사자들은 “이제 나도 멀지 않았어.” 그러기에 시설의 노인들에게 내미는 손엔 마음이 얹혀져 있다.

그리고 돌아오는 발길 내내 난 우리 엄마 아버지의 모습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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