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트 도시 청주

2008.08.06 20:08:15

에 느낄 수 없었던 긴장감과 흥미로움이 잔잔하게 밀려온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신간 서적들마다 다양한 색상과 디자인을 뽐내고 있기 때문이다. 예술성을 고려하고 아티스트의 감성과 손때가 묻어있는 정감어린 서적들도 눈에 띄게 많아졌다.

옛날 한옥을 연상하게 하는 문고리 표지의 책에서부터 페이지마다 독특한 그림과 작품들이 뒤섞여 있는 서적, 그리고 양각과 음각을 조화롭게 연출하거나 색채와 서체의 화려함을 뽐내는 책에 이르기까지 그 자체만으로도 예술미가 넘쳐난다.

앙리 베르그손은 ‘창조적 진화’라는 저서에서 인류의 역사는 창조와 진화라는 두 개의 수레바퀴에 위해 움직인다고 진단했다.

특히 생명 진화의 역사를 추적하면서 생명본연의 개념인 유기적 질서, 즉 끊임없이 변화하려는 흐름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성장시키고 확장하며, 그 안에서 지속적으로 자신을 창조하는 원리를 강조하고 있다.

생태에서 시작된 창조적 진화는 이제 문화예술계의 시대정신이 되고 있는 것이다.

책의 경우도 그렇다. 2차원의 종이를 활용한 단순 정보전달 기능으로써의 서적에 그치지 않는다. 3차원의 예술을 향해 무한 질주하는 출판물, 게다가 e-book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는 첨단과학으로서의 출판물 등 끊임없이 변화하고 진화한다.

북아트는 시대정신을 담고 있는 예술이다. 매년 서울에서는 국제북아트페어를 개최하고 있으며 북아티스트들의 창작공간도 속속 들어서기 시작했다. 뉴욕의 ‘프린티드 매터’와 런던의 ‘북아트숍’같은 전문서점도 만날 수 있다.

북아트의 가장 큰 가치는 직접 만지고 느낄수 있는 ‘책상위의 작은미술관’이라는 점이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예술가의 감성과 기예를 만날 수 있다. 작가의 끼와 열정이 마치 살아 숨쉬는 것처럼 보일 때도 많다. 아티스트의 영혼을 담았기 때문이다. 손만 뻗으면 바로 눈앞에 아름답고 재미있는 예술의 세계가 펼쳐지는데 이보다 더 값지고 의미있는 미술이 어디 있겠는가.

그래서 현대 디자인의 아버지로 불리는 윌리엄 모리스는 “예술이 낳은 것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건축과 아름다운 책”이라고 말했다.

책장을 넘길때마다 가슴이 떨린다.

그저 책이 아닌, 작은 설치미술처럼 느껴진다.

북아트는 출판시장의 위기를 호기로 바꿀수 있는 성장산업이자 블루오션이다. 컴퓨터와 인터넷의 확산으로 출판시장은 도산이 잇따르는 등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형국이었다.

그런데 북아트는 정보혁명에서 만날 수 없는 아주 특별한 감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과 신뢰를 받을수 있다.

북아트의 주체는 작가가 아니다.

소비자다. 한 장 한 장 책을 펼칠때 마다 만날 수 있는 예술의 세계는 그 자체만으로도 감동의 바다라 할 수 있다. 미술을 전공한 사람이 아디더라도 직접 북아트를 배우고 자신의 마음을 담을 수 있다.

이쩌면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 ‘직지’가 북아트의 원조가 아닐까. ‘직지’라는 한권의
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배첩장, 금속활자장, 한지장 등 수많은 장인들의 땀과 열정과 지혜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으며 예전에 보지 못했던 견고성, 보존성, 차별성, 생산성까지 갖추고 있다.

청주시에서 1인 1책 갖기 운동을 전개하고 직지축제와 문화의 달 행사를 기념해 북아트 특별전을 갖는 것은 직지의 정신적 가치를 새로운 문화콘텐츠로 계승발전시킬 수 있는 중요한 사례가 될 것이다.

최근들어 창조경영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다. 창조성은 상상력을 통해 구체화되며 그것은 교육을 통해 길러진다.

최고라는 것과 최대라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나만의 독특한 그 무엇, 즉 최초의 그 무엇만이 대접받는 시대다. 책읽는 도시, 북아트 도시는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을 수 있는 문화코드이자 혁신과 창조의 DNA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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