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은 말이 없는데…

2008.08.10 20:36:17

나는 지금까지 금강산을 가본 적이 없다. 200만명 가까운 사람들이 다녀오고 주위에도 구경 갔다 온 이들이 적지 않지만 못 갔다온 아쉬움은 없다. 또한 앞으로 언젠가 꼭 한번 가봐야 하겠다는 마음도 없다.

북한 땅을 밟아보는 것 만으로도 새로운 경험일터인데 하물며 명승지를 둘러본다는 것은 분명 가슴이 뛰고 영원히 접해 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경외감도 생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군대생활을 군사분계선에서 보낸 나에게는 북한 땅이라고 해서 느껴지는 별 다른 감흥이 없다. 경치야 설악산 보다 약간 좋다고 생각하면 되고 그 거 못봐서 안달 날것도 없고 그런 저런 이유로 금강산 관광 다녀온 사람들의 이야기도 시큰둥 하다.

금강산 관광이 시작된 게 지난 1998년 11월이니 꼭 10년을 채워간다. 그보다 9년전인 1989년 1월 고인이 된 정주영 전 현대 명예회장이 소떼를 이끌고 방북해 북한측과 금강산 남북공동개발 의정서를 체결하므로서 그 발판을 마련했다. 그후 김대중 정부 때 본격적으로 관광객들이 군사분계선을 넘나들기 시작하며 진보 진영으로 부터는 ‘햇볕정책의 옥동자’로, 보수진영에서는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 사업은 대외적으로 단순히 경제적 대가를 지불하고 명산을 구경하는 것 보다 남북한의 장벽을 허물고 민족 화해를 추구하는 숭고한 평화사업으로 정의 돼 있었다.

여기서 말하는 경제적 대가는 유적지 입장료 등을 포함해 1인당 수십달러씩을 사업주체인 현대아산이 북측에 지불하는 달러를 말하는데 99년에 2억600만달러를 시작으로 올 7월까지 모두 4억8천600만달러(한화 약 5천억원)에 달하고 있다.

초기에 정부가 남북경제협력기금을 지원해 수많은 단체관광객들이 다녀오고 그 산자수려함에 입소문이 퍼져 한달여전 남한 관광객이 북한 초병에게 피격사망한 사건이 발생하기 직전까지도 하루에 1천명 이상이 금강산을 방문 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북으로서는 참 놓치기 아까운 외화벌이 창구다)

특히 고향을 북한에 둔 실향민들에게는 그나마 좀 더 가까이서 고향의 체취를 맡을 수 있는 유일한 공식 방북이고 금강산에서 벌어지는 이산가족 상봉 프로그램으로 통해 또 다른 분단의 상징으로 자리매김 하기도 했다.

이러한 가슴시린 사연들 이면에는 김대중, 노무현 정권을 이어오며 보수진영으로부터 퍼주기식 지원에 대한 비난이 끊이질 않았고 이를 매개로 진보진영과의 갈등과 대척은 10여년 넘게 현재 진행형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번 관광객 피격사망 사건(나는 피격이 아닌 관광객 사살사건이라고 본다)을 계기로 이념 따위를 떠나 단순히 감성적으로 금강산 관광을 지속해야 하는지에 대해 한번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통일의 물꼬를 빨리 틔우고 어쩌고 하는 것 말고 내돈 바쳐가며 그러한 통제 받고 비명횡사 하게 하는 일들이 관광이라는 포장아래 전부 용해돼야 하는지 의아스럽다.

특히 피격사망 사건을 대하는 정부의 태도는 실망을 넘어 분노를 사기에 충분할 정도로 소심하고 정부로서의 위상을 세우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대북 정보의 차단으로, 북한이 ‘노’ 하면 속수무책인 상태가 지속되고 오죽하면 통미봉남(通美封南)이나 통민봉관(通民封官)이라는 말까지 나와 고립된 외교와 채널의 단절을 비난하기에 이르렀었다. 오늘로 사건 발생 한달째인데 정확한 진상 규명은 커녕 그저 국민들 뇌리에서 잊혀지기만 바라는 정부의 태도에서 과연 대북정책의 축이 있는 것인지 하는 의구심이 가중된다. 정부로서는 올림픽에서의 한국 선수단 선전이 매우 고마울 것이다.

지금 정부의 대응이라는 게 향후 관광객의 신변이 보장되지 않으면 금강산 관광을 중단한다는 것 이외에 단 한발도 진전이 없다. 대화도 끊어진지 오래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현대아산이야 속이 타겠지만 그 깟 금강산 안가면 그만 이라는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국민들이 많이 생기는 것 같다.

무릇 관광이라는 게 제 돈 쓰며 대접받고 자유로움속에서 방문지 상대방이 고마운 마음도 조금 갖는 게 상례이다. 그렇지만 금강산이나 개성관광은 이와는 거리가 멀느낌이다. 그런데도 앞다퉈 금강산 관광을 가야할까. 퍼주기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이 사업이야 말로 통일을 앞당기고 민족의 화합을 도모하는데 첩경이라는 확신도 없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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