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올림픽의 양지와 그늘

2008.08.24 21:44:47

말 많고 탈 많고 걱정거리 많았던 베이징 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지구촌 축제라 할 만큼 역대 최다 204개국이 참가하고 풍성한 기록도 수립돼 양과 질적인 면에서 세계 스포츠 역사를 새로 쓰기에 충분한 지구촌 축제였다.

그런 가운데 쿠베르탕 남작이 올림픽을 창시했을 당시 캐치프레이즈인 󰡐참가에 의의󰡑는 회차가 늘어갈수록 저 뒤켠으로 밀리고 그 자리에는 돈 냄새가 진동한다. 금메달만 따면 하루아침에 돈방석에 앉는 스포츠 거부(巨富)들의 탄생을 예고하는 것도 새로운 올림픽 풍속도이다. 프로 선수들의 출전이 허용 된 이후에는 이같은 상업주의 분위기가 더 짙어지고 있다.

이번 베이징 올림픽 참가 한국 선수단 중에서 거침 없고, 남 눈치 보지않는 등의 신세대 트렌드를 확인 할 수 있었으며 그것은 과거 엄숙하고 국가 대항전의 성격에서 벗어나 스포츠가 즐기는 대상으로 전이되는 과정을 알려줬다. 배드민턴 금메달리스트 이용대의 카메라를 향한 윙크, 은메달이지만 환하게 웃으며 메달을 깨무는 유도의 왕기춘, 세계를 놀래킨 국민 남동생 박태환의 주먹에 입맞추기 시상식 퍼포먼스 등에서 신세대들의 재기 발람함을 확인케 된다.

즐기며 재미있게… '메달따면 더 좋고' 두드러져

우승 소감에 고정 멘트인 '국가와 국민에게 감사' 보다 '어머니 아버지 아내 자식'이 먼저 튀어나오고 유도 최민호 외에는 시상식에서의 짠한 눈물도 보기가 어려워졌다. 또한 '메달을 못 따도 최선을 다했기에 나에게는 금메달이나 마찬가지'라는 사자후를 토해 국민들에게 신선한 감동을 준 역도 이배영선수나 사상 첫 여자 카누에 출전 예선 최하위를 한 이순자, 역시 꼴찌인 남자 다이빙 손성철, 여 투포환 이미영, 승마 최준상 등 도 '후회는 없다' 라는 당당함도 4년전에는 보기 힘든 언감생심 이었다.

국민들 역시 메달리스트들에겐 축하와 함께 그들의 그늘에 가린 훨씬 많은 노메달 대표선수들에게 따뜻한 격려와 함께 '참가만으로도 큰일을 했다'는 올림픽 정신의 고양에 앞장섰다. 이는 성적 최우선주의의 엘리트 체육에서 이제 생활체육의 즐기는 저변이 확대되고 국가보다 개인의 명예와 자기만족이 우선하는 세태로 변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같은 추세로 보아 4년 뒤 런던 올림픽때는 약관들의 활약상과 튀는 행동들이 지금 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점쳐진다.

그러나 긍정적 변화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한국의 경제를 부러워해서인지 지리적 인접한데다 역사적으로 반만년 전부터 얽혀있는 중국이어서인지는 몰라도 중국인들의 반한(反韓), 더 나아가 혐한(嫌韓)감정은 경계수위까지 올랐다. 한국의 경기가 열린 경기장에는 상대가 중국이 아니더라도 한국팀에게 야유 ․조소 등을 보내고 상대방팀에게는 '짜유'(加油 ․파이팅)을 외치며 한국에 대해 노골적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인터넷상에서는 이보다 더 험하고 살벌하게 반한기류를 형성했다.

올림픽 전만 하더라도 한류의 영향으로 그리 적대적 감정이 아니었으나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한류가 밀려나고 잠복해 있던 반한감정이 한꺼번에 분출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국인들의 反韓 ․ 嫌韓 감정은 갈수록 더해져 걱정

사실 반한 기류의 형성은 중국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필리핀.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들을 다녀보면 현지인들이 한류 못지않게 한국인에 대해 나쁜 감정을 감지할 수 있다. 대표적 원인은 결혼이민자 들이 급증한 이후에 한국인 남편들이 신부들에게 저지를 횡포 등으로 몹쓸 사람 이미지가 굳어져 가는 것과 산업연수생으로 와서의 부당 대우 등에 대한 가족들의 분노가 반한감정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을 꼽을 수 있다.

여기에다 일부 관광객들이 돈을 펑펑 쓰며 거들먹거리는 행태 역시 반한기류 생성의 한 축이다. 이래저래 70년대 어글리코리안의 모습이 해외에서 재현되고 있지만 정작 우리는 그 우쭐함과 편견에서 벗어나려는 최소한의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

중국의 반한 감정은 이와는 약간 괘를 달리하지만 본질은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중국은 대중화주의의 선언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 소득 수준이 조금씩 높아지면서 한국을 넘을 수 있다는 징조를 읽고 그를 바탕으로 과거 대국과 조공을 바치던 관계의 반추와 백두산공정 등 역사의 씨줄날줄이 엉킨 것이 복합적으로 한국을 무시하며 반한과 혐한기류를 만드는 것이다. 이는 역으로 말하면 한국에 대한 시기심에서 출발한다고도 볼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기류가 수그러지지 않고 장기화 될 경우이다. 우리 주위에도 산업연수생이나 불법체류자, 결혼이민자 중국인이 적지 않다. 그들의 접촉점에서 잘못된 인식이 현지로 퍼져간다면 그것이 결국 영구적 갈등으로 남을 수도 있음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이 '가깝고도 먼 나라'라면 중국은 '좀 친해지려다 먼 나라'가 되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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