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공항 죽이기

2008.08.31 21:17:21

지난 해 개항 10년을 맞아 도약을 꿈꾸고 있는 청주국제공항이 큰 시련을 겪을 것 같다. 최종 확정 되진 않았지만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 한국공항공사 산하 14개 공항중 제주, 청주공항 등 3곳이 민영화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공항을 사기업에게 판다는 것이다.

이미 1차로 발표된 인천국제공항의 경우 세계 1등 공항으로 평가받고 있는 데도 외국 자본에 팔아넘긴다는 비판에 직면에 있는 상황에서 모든 국민이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든 공공재(公共財)인 공항을 민영화 한다는 것은 사기업의 배를 불리고 국가균형발전 정책에도 엇나가는 발상이다.

더 거슬러 올라가 흑자를 내는 김포 김해 제주 대구 광주를 제외한 청주 등 9곳의 적자 지방공항의 출생기록을 보면 거의 정치적 산물에 의한 것이지 수요 예측과는 거리가 먼 공통점이 있다. 그래서 정부의 실책을 공기업 선진화라는 포장을 씌워 민간에게 떠넘기는 것이나 다름없다.

김대중 대통령의 선물인 무안공항은 지난해 이용객이 고작 2만명이었고 강원도 양양국제공항은 4만명이 안돼 폐쇄설이 나오고 있다. 수요 개발 보다는 지역개발 등 선심성 공항설립의 대표적 폐해로 결국 수백억 국고만 날리는 셈 이다. 이밖에 원주 8만명, 군산공항 13만명 등 공항이라고 하기에 부끄러운 이용실태이다.

청주공항 역시 지난 98년 노태우대통령의 선거 공약으로 개항했다. 국내 4번째 국제공항이라는 타이틀을 따내 초기에는 사이판, 괌 등으로 비행기를 띄웠으나 승객이 없어 얼마 못가 노선이 없어졌다. 당시 그 노선 들도 도지사의 치적을 빛내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 된 것으로 평가 받았다. 그러나 청주공항은 지리적 잇점에다 지자체들의 활성화 노력으로 지난해 이용객 1백만명을 돌파하는 장족의 발전을 이뤄 제2의 도약을 다짐하는 분위기였다. 비록 연간 40억원 가까운 적자를 내고 있지만 승객과 화물수송량은 대구 등 흑자공항과 비슷한 숫치이며 증가속도는 주목할 만 하다.

이런 이유 등으로 공항공사가 미래를 향후 항공 수요를 대비해 지난해 만 1백억원 이상을 투자해 계류장 확장과 안전시설 확충 등을 하고 있다. 그만큼 성장가능성을 높이 산다는 의미일 것이다.

바로 이런 예측 가능 때문에 청주공항을 제일먼저 민간에 팔아 치우려는 것 같다. 비록 지금은 적자지만 민영화 한 다음 각종 공항관련 사용료를 대폭 올리면 수익 개선이 가능하다는 분석을 바탕으로 말이다. 이는 이용자인 국민의 돈 폭탄 부담을 배제하고 기업의 측면만 고려한 망상이다. 실제 그리스 아테네 공항은 민영화 이후 공항 시설 사용료를 500%나 올렸으며 호주 시드니 공항도 98%를 인상했다고 한다. 언뜻 보면 해당공항 취항사가 부담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용객에게 항공료 급등으로 부머랭 된다는 것이다.

또 중요한 것은 안전문제 이다. 공항과 승객의 안전은 그 무엇보다 우선이다. 아주 조그만 실수나 허점도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공항공사측은 청주를 비롯한 14개 공항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어 항공안전 및 운항 정보 시스템, 전문인력, 장비, 교육훈련 등을 관리 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공항별로 떼어 낼 경우 막대한 비용 은 물론이고 국제기구의 안점점검 대처 곤란 등 항공안전관리 수준이 현재 보다 현저히 뒤떨어져 결국 승객의 생명을 담보로 위험비행을 감수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밖에도 특정항공사가 공항과 특정 노선을 독점하는 폐해라든지 공항운영에 대한 효율성 저하 등 문제점이 허다 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충북도나 지자체, 그리고 지역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를 논의하지 않을 수 없다. 일부 국회의원이나 공황활성화 대책위 등이 움직이고 있지만 넓은 호수에 잔 물결이 이는 정도이다. 제주도가 도지사가 앞장서 민영화 반대를 위한 행동과 함께 여론을 결집시키는 것 과는 거리가 멀다. 귀에 못이 박히도록 떠드는 청주공항 활성화에서 이제는 청주공항 죽이기를 거부하는데 또 다른 힘의 결집이 필요하다.

이만큼이라도 키워놓은 수고로움은 알지만 공항을 구성하는 중앙정부, 지자체(SOC등 인프라), 공항공사(시설), 항공사(노선) ,관광업계(여행객) 가 과연 지금까지 제몫을 얼마나 해왔는지도 한번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수많은 회의를 열지만 각 주체로서의 역할보다는 중첩된 주제와 상대방이 챙겨주기를 바라고 결국은 '잘해봅시다'로 끝나는 '회의를 위한 회의'는 아니었는지 말이다. 지역에서 줄기차게 요구하는 공항 연결 각종 교통망 등의 예산 배정은 뒤로 한 채 민영화의 망나니 칼을 들고 지방공항 죽이기에 나서는 정부의 의지에서 '지방은 없다'라는 것을 재차 확인할 수 있다면 너무 비약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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