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군 복합문화시설 건립 찬반 논란…왜?

공론화 과정 없이 강행… 갈등 초래
贊 "속리산 관광발전 도움"
反 "투자 대비 실효성 없어"
전문가 "벤치마킹 병행해야"

2016.12.01 21:41:33

[충북일보=보은] 보은군이 옛 속리중학교에 추진 중인 복합문화시설 건립을 놓고 어수선하다.

찬반 양측의 공방이 가열되고 있기 때문이다. 찬반을 놓고 배후 조정설과 셈법에 따른 행동 등 억측이 나도는 복잡한 기류까지 형성되고 있다.

◇복합문화시설 추진 현황

정상혁 보은군수는 지난해 10월 이 지역 출신으로 당시 미국에 살던 고(故) 이열모 화가를 만나 그의 미술작품 268점과 관련 서적 446권, 그림 도구 등을 기증받기로 협약했다.

이후 군은 이 작품들을 전시할 미술관 건립을 계획하다가 여의치 않자 옛 속리중학교에 복합문화시설을 지어 일부를 미술관으로 사용하기로 방침을 바꾼다.

군은 충북도교육청으로부터 속리산면 옛 속리중학교 건물 4동 1천766㎡와 토지 1만8천455㎡를 16억5천만원에 매입했다. 이곳에 향토박물관, 공립미술관, 무형문화재 전승체험관 등을 갖춘 복합문화시설을 건립하겠다는 것이 군의 계획이다.

이 사업에 충북도 균형발전 특별회계 230억원 가운데 120여억원과 용지구매비 등 모두 150여 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찬성론자 "침체한 관광 활성화"

복합문화시설 찬성론자들은 속리산면에 복합 문화시설을 건립해 침체한 관광 활성화와 지역 경제 발전의 기틀을 다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속리산면 이장협의회·주민자치위원회·관광협의회 등이 찬성의 중심에 서있다. 이들은 지난달 23일 보은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복합 문화시설 건립 지지를 선언했다.

이들은 이날 "복합문화시설은 보은군이 보유한 귀중한 향토문화재를 전시·보관할 박물관과 미술관, 전통문화체험관이 결합된 시설"이라며 "이 시설이 들어서면 속리산 관광발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하며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 속리산면 주민의 일치된 견해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그러면서 "복합문화시설 건립 계획에 대해 일부 주민 등의 반대 의견이 있다"며 "여론을 호도하고 본질을 왜곡하는 것은 보은 관광 활성화에 발목을 잡는 것이며 보은군발전에도 아무런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반대론자 "실효성 없다…독선 행정"

일부 주민과 군의원들은 복합문화시설이 '물 먹는 하마'가 될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이들은 "복합 문화시설의 의무지출 경비로 매년 5억원에서 10억원을 군비로 충당해야 하는 데, 투자 대비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복합문화시설 건립 반대 추진위원회도 가동됐다. 김승종 반대 추진위원장은 지난 30일 보은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정자립도 7.8%의 보은군이 균특예산으로 불요불급한 미술관을 건립하는 것은 정상혁 군수의 오만하고 독선적인 군정"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그러면서 현직 군수를 실정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겠다는 뜻을 비쳤다.

기부금품법에 '기부금품이란 반대급부 없이 취득하는 금전이나 물품'이라고 규정하고 있는데도, 정상혁 군수가 '이열모 미술관을 군내 설치하고 초대 관장을 기증자가 추천하는 자로 선임해 군 규정에 의해 처우 하겠다'는 내용으로 반대급부가 있는 조건부 협약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김 위원장은 "지방자치법 제39조 6항에 중요 재산의 취득 및 처분은 지방 의회의 의결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정 군수는 이열모 화가의 작품 등을 기증받으면서 이런 절차를 밟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앞서 보은군의회 하유정 의원 등도 "군이 충청북도 균형발전 특별회계 230억원 가운데 100억여원을 미술관 건립과 복합문화시설에 사용하려는 독선 행정을 계획하고 있다"며 "미술관을 포함한 복합문화시설 사업을 중지하라"고 요구했다.

정 군수는 복합문화시설 내 박물관을 짓고 충암 선생의 유물 등을 전시하겠다는 뜻을 비쳤다. 반면 경주김씨 판서공 종중은 충암 김정 선생의 유물을 절대로 속리산 복합문화시설 박물관에 전시하지 않을 것이며 충암 선생이 나고 나란 보은읍 성족리가 아니면 다른 어느 곳에도 갈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전문가들의 입장과 제안

현재 보은군은 재정자립도(7.8%)가 낮다. 그만큼 예산운용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복합문화시설 건립에 소요되는 예산이 적지 않다. 균특 예산이 특정 분야에 쏠리면 상대적으로 소외받는 분야에서는 불만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군이 이 사업을 추진하기 전에 공청회를 통해 주민의 소리를 귀담아듣거나 의회와 충분한 협의가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지금이라도 공청회 등을 통해 지역민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다양하게 수렴하는 자세를 지향해야 한다. 공론화되지 않은 사업을 일방적으로 강행할 경우 책임론과 부작용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타 지자체들의 문화시설 실태와 문제점에 대해 면밀히 분석해 사업 추진에 참고해야 한다. 성공사례에 대한 벤치마킹도 병행해야 한다.

지방자치는 주민의 참여가 보장되는 민주주의의 확대 지평선이다. 보은군은 이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보은/장인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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