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청원 통합의 방정식

2008.09.21 20:14:51

3년전인 2005년 9월29일. 청주청원 통합을 묻는 주민투표가 실시됐다. 결과는 청주 시민이 찬성 91%, 청원군민이 반대 53%로결국 청원군민의 절반이상이 통합을 반대하는 바람에 무산됐다.

당시 이 주민투표는 한대수청주시장이 청주와 청원군의 상생을 위해서는 통합이 필요하며 청원군이 주체로 통합을 추진하되 통합이 되면 통합단체장 선거에 불출마 등 기득권을 포기하겠다고 밝히는 등 우여곡절 끝에 청원군이 수용해 이뤄졌었다.

오효진 청원군수도 계속 통합반대를 고수하다 마침내 시군 통합이 군과 군민의 이익에 부합되지 않지만 주민들이 원하면 적법절차에 따라 주민투표로 결정할 수 있다고 밝히며 청원군수 선거 불출마를 선언하는 배수진을 쳤다.(이같은 과정에서 공교롭게 두사람이 같은 시기에 미국방문길에 올랐고 그래서 자연스레 이 문제를 조율한 다음 귀국해서 통합추진 으로 입장을 바꿨다는 분석이 당시에 제기된 바 있다)

그러나 통합투표 부결에 따라 한대수시장은 도지사에 출마하기 위해 임기 만료전 사퇴를 했고 경선에서 정우택지사에게 밀린 후 18대 총선때 청주상당갑에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했으나 홍재형 후보에게 져 낙선했다. 통합반대에서 막판 찬성으로 돌아서는 바람에 주민들로 부터 변절했다는 비난을 한 몸에 받은 오효진 청원군수도 군수대신에 여당 후보로 청주시장에 도전했으나 낙마를 하는 바람에 통합을 시도했던 두 단체장의 정치적 승부수는 빛을 보지 못하고 야인의 길로 몰아넣는 패인이 됐다.

그 뒤로 3년여가 지난 요즘. 한대수시장의 뒤를 이은 남상우 청주시장은 취임 직후부터 청원군과의 통합을 소명으로 내세우며 집요하리 만큼 청원군을 향한 통합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김재욱 청원군수는 독자 청원시를 부르짖으며 남시장의 구애에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남시장의 애정공세는 그칠 줄 모르고 통합 후 차기 지방선거까지 석달은 통합시장을 양보하겠다는 유혹까지 해보지만 김군수는 ‘지금 잘 살고 있고 앞으로 큰집으로 이사도 갈 것인데 왜 자꾸 합치자고 하느냐’며 남시장을 거의 정신나간 사람 취급을 하고 있다.

남시장의 ‘대세론’이 김군수의 ‘싱글족’고집을 꺾지 못하는 양상이다.

그렇다면 충북도는 어떤 입장인가.

충북도는 이원종 전 지사때 부터 통합에 부정적이었다. 그런데 한가지 눈여겨 볼 것은 그 당시 현 김재욱 청원군수가 자치행정국장과 농정국장을 지냈다는 점이다. 왜 반대입장이 나올 수 밖에 없었는가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다.

이런 흐름을 이어오다 정지사가 새 도백이 되고 그 후 남상우 시장과 올 봄 부단체장 임면권을 둘러싼 감정이 발생한 데다가 음식물쓰레기 매립장 감사 결과 갈등까지 겹쳐 두사람은 막말을 주고 받는 등 상당기간 냉랭한 관계를 유지하다 얼마전 화해를 했다.

그래서 주위에서는 정지사와 남시장의 관계는 표면적으로는 좋아 보이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는 말도 흘러나오고 있다. 반면 김재욱 군수와는 서로 성격도 맞는 것 같고 청원군 방문때의 화기애애한 분위기 연출 등을 볼 때 남시장 보다는 소위 죽이 맞는 사이라는 게 일반적인 통설이다.

그래서 청주청원 통합 문제를 보는 도의 시각은 내심 청주시 보다 청원군의 입장에서 다소 방관자적인 태도를 취해왔다는 게 정설이다. 즉 청주시가 커져서 도에 득 될게 하나도 뭐 있느냐는 인식이 깔려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근래 이 입장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정우택지사가 2010년 지방선거
에 지사 재출마를 굳히고 난 이후이다. 현실적으로 재출마했을때 인구 64만의 청주시와 15만 청원군의 표를 따져보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고 그럴 경우 어디 쪽 유권자의 지지를 받아야 당선될 수 있는가 하는 계산이 간단히 나온다.

즉 청주시에서 이기는 게 곧 당선유리 라는 등식이 성립되기에 통합을 반대하는 쪽에 무게를 두기보다는 청주시 유권자들에게 눈도장을 찍는게 훨씬 유리할 수 밖에 없고 그래서 청주시와 갈등도 오래 끌면 끌수록 손해이기에 화해를 할 수 밖에 없었다는 시나리오가 완성되는 것이다.

이는 청주 청원 통합 문제는 주민들의 찬성 반대 의사도 중요하지만 이들 세사람의 정치적 이해타산이 어느 정도 교감을 이룰때야만 가능하다는 맥락으로 이어진다.

지금 남시장과 김군수는 공통적으로 주민들이 원해서 라는 전제를 달고 있다. 한쪽은 ‘주민이 통합을 원하니까’추진하고 반대쪽은 ‘주민이 통합을 반대하니까’할 수 없다는 논리다. 그렇다면 진짜 주민들이 원하는 게 어떤건지 주민투표를 해보면 방향제시가 되지 않을까.

서로가 진정 민의를 존중한다면 시도해볼만 한 일이다.그래서 그 결과만을 놓고 매듭을 짓는 게 옳다고 본다.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아전인수격인 여론 뒤에 숨어 소모전을 벌이는 것은 아무래도 책임지는 자세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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