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의 풍모로 자리를 맡아야

2017.02.26 15:30:12

김병규

상당고 교장·교육학 박사

대통령 탄핵 사건과 관련하여 연일 보도되는 뉴스와 언론에 점차 심드렁해지고 식상한 느낌이 든다. 끝이 어디까지인가도 염려되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최00 게이트니 하는 것에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이 사건을 두고 논객들이 쏟아내는 주장을 듣다 보면 상상어린 주장에 혀를 내 두르곤 씁쓸한 마음까지 들게 된다. 해당 사안에 대하여 전문가답게 책임 있고 명쾌한 근거로 설파는 못할망정 ~카더라 내지 아니면 말고 식의 주장에는 무책임한 변설이라 여겨져 짜증까지 난다.

게다가 잘 배워 수능 시험 성적이 손가락 안에 들 정도의 수재였던 사람에, 전직 대학교수로 보좌진에 입성한 사람도 있건만 높은 벼슬자리에 있던 이들의 무책임과 신의 없음은 후안무치의 지경을 넘어선다. 국격에 까지 심대한 손상을 끼친 저간의 일들을 보면서 조선 전기에 소학동자로 지칭되었던 한훤당 김굉필의 '선비론'이 떠오른다. 이 사람들이 입신 이전에 선비의 처신을 공부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부끄러울 뿐이다.

"선비는 보배를 벌여놓고서 초빙되기를 기다리고, 부지런히 힘써 학문을 닦아 쓰여지기를 기다리며, 충성과 신의를 품고서 등용되기를 기다리고, 힘써 실천함으로써 벼슬자리를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들이 스스로를 닦고 있는 것이 이와 같습니다. 선비는 기거에 엄격하고 어려움을 두려워하며, 그들의 거동은 공경하고 말은 반드시 신의를 앞세우며 행동은 반드시 알맞고 올바릅니다. 길을 나서서는 편리한 길을 다투지 아니하고, 여름이나 겨울에는 따스하고 시원한 곳을 다투지 않습니다. (중략) 선비는 금과 옥을 보배로 여기지 아니하고 충성과 신의를 보배로 삼습니다. 땅 차지하는 것을 추구하지 않고 의로움을 세우는 것으로써 땅을 삼으며, 재물을 많이 축적하기를 바라지 않고 학문이 많은 것을 부로 여깁니다. 벼슬을 얻는 일은 어렵게 생각하되 녹은 가벼이 생각하며, 녹은 가벼이 생각하되 벼슬자리에 머무는 것은 어렵게 생각합니다. 적절한 시기가 아니면 나타나지 않으니 벼슬 얻는 일이 어렵지 않겠습니까. 의로움이 아니라면 화합하지 않으니 벼슬자리에 머무는 것이 어렵지 않겠습니까."

초야에 묻혀있는 선비도 충성과 신의로 몸을 다스리는 기개가 있어 함부로 몸을 굽히지 않았다. 또한 불의로 얻게 되는 부귀를 뜬 구름과 같이 여기어 쓸데없이 벼슬자리를 탐하지 않았던 선인들의 행동 가짐을 보고 작은 배움이라도 깨우쳤으면 저런 막장 드라마를 연출하지는 않았을 터. 論語 자장 편에 보이는 '배우고 여유가 있으면 벼슬을 하고' 小學에서 학문이 넉넉하면 벼슬을 하여 나라를 위해 충성을 다하고 백성을 내 자식과 같이 돌보라는 가르침을 똑똑한 사람들이 몰랐던가. 이 사람들이 선비의 풍모로 벼슬에 임했다면 벼슬에서 물러난 뒷모습까지 아름답지 않았을까.

요즘 종편 방송은 물론 뉴스도 보기가 꺼려 진다. 아니 보기가 두렵다. 잘못이 폭로되면 국민들이 배울 가 염려되고, 이번에는 또 어떤 발상으로 여론을 호도할지 겁나기 때문이다. 국정조사나 특별검사의 수사 중에 혹 이들 언론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을지는 모른다. 그러나 나는 다행히도 아님에 안도하면서 이런 저런 말들을 여과 없이 쏟아내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

우리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부조리와 비정상적인 사고방식이 하루빨리 사라지고, 건전하고 의로운 사회 기풍이 진작되기만을 바랄 뿐이다. 학교에서는 좋은 말과 글로 인성을 계도하고자 애를 쓰고 있건만 좋지 않은 표양으로 언론에 나오는 인사를 보면 답답하기 그지없다. 그리고 그런 사람을 노리개 삼아 썰을 풀어내는 의롭지 못한 모습엔 오히려 화가 난다. 그래서 이래저래 뉴스 보기가 싫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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