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보내달라" 장기불황 뒷모습

도내 살인·강도·폭력 등 5대 범죄 감소세
한탕주의 노린 도박 중독·사기 사건은 빈번
붕어빵 재료·꿀벌 훔친 생계형범죄도 증가
"갈 곳 없고 살 길 막막"… 수감 희망하기도

2017.03.22 21:35:21

[충북일보] 장기화한 경기 침체는 범죄 풍속도까지 바꿔놓고 있다.

강력범죄는 줄어드는 반면 절도 등 생계형 범죄가 증가하는 모양새다.

충북지역 5대 범죄(살인·강도·성범죄·절도·폭력)는 꾸준히 감소 추세다.

충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도내에서 발생한 5대 범죄는 지난 2011년 1만9천732건, 2010년 1만8천239건, 2013년 1만8천124건, 2014년 1만7천269건, 2015년 1만7천173건, 지난해 1만6천134건으로 집계됐다.

대표적 강력범죄로 꼽히는 살인·강도의 경우 지난 2011년 154건에서 지난해 58건으로 감소했다.

다만 추행 등 성범죄는 지난 2011년 507건에서 지난해 626건으로 늘었다.

사기 범죄의 증가도 눈에 띄는 점이다. 지역에서 발생한 사기 사건은 지난 2012년 5천569건, 2013년 6천291건, 2014년 5천785건, 2015년 6천435건, 지난해 6천379건으로 집계됐다.

경찰 관계자는 "지역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강력범죄가 꾸준히 줄고 있다. 성범죄의 경우 사건 자체가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과거보다 피해 사실을 적극적으로 신고하는 경향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도 있다"며 "CCTV와 블랙박스 증가 등 사건 해결 시간이 줄이면서 연쇄 범죄가 줄어든 것도 범죄가 줄어든 요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어려운 환경 때문인지 소액물품 절도 등 생계형 범죄가 계속되는 상황"이라며 "한탕주의에 빠져 도박에 손을 대거나 물품 거래 사기 등 사기 사건 등에 연루되는 경우도 상당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생활고 등을 이유로 범죄를 저지르는 이른바 '생계형 범죄'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음식물 등 소액 물품을 훔치는 경우가 상당수인데, 범죄 유형을 살펴보면 '설마 이런 것까지 훔칠까' 하는 말이 나올 정도다.

최근 청주상당경찰서는 양봉장에서 벌을 훔친 A(67)씨를 절도 혐의로 형사 입건했다.

A씨는 지난 12일 청주시 상당구 남일면에 있는 B(55)씨의 양봉장 인근에 꿀을 바른 벌통을 설치, 꿀 냄새에 모여든 벌 12만마리를 훔쳐 달아났다

조사결과 양봉업을 하다 수 차례 실패한 A씨는 양봉에 필요한 벌을 구하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에는 가경동 한 포장마차에서 붕어빵 재료를 훔친 C(53)씨가 붙잡히기도 했다.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C씨는 가게 사정이 어려워 재료비를 아끼려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현실도피 수단으로 죄를 짓고 교도소에 가기를 희망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죄를 지으면 처벌을 피하려고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거나 선처를 바라는 게 상식적이다. 하지만 교도소에 보내달라며 경찰에 오히려 하소연 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지난 2일 오전 7시10분께 음성군 맹동면의 한 편의점에서 종업원을 흉기로 위협, 금품을 빼앗아 달아난 D(25)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D씨는 경찰에서 "사업이 잘 안되고 대출금 독촉이 심해져 감옥에 가려 그랬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수사형사는 "마땅히 지낼 곳이 없다는 이유 등으로 교도소에 보내달라는 이들이 종종 있다"며 "일부 출소자들의 경우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지 못해 또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 박태성기자 ts_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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