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가족이라더니… 학대받는 반려견

이웃주민 "쉴 새 없이 짖어댄다" 성화에
견주들, 전기충격기·쵸크체인 사용 비일비재
보호센터 "과다 사용시 이틀 안에 폐사 가능성"

2017.03.27 21:45:47

짖음방지용 전기충격기를 목에 맨 강아지가 바닥에 힘없이 쓰러져 있다.

ⓒ청주시반려동물보호센터
[충북일보] 청주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직장인 현모(24)씨는 얼마 전 주변 이웃들의 성화에 못 이겨 애지중지 키우는 반려견에게 전기충격기를 채웠다.

출근 후 홀로 남겨진 반려견이 쉴 새 없이 짖는 통에 같은 아파트 입주민들의 불만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는 "동물학대 논란이 있다는 건 알지만 막상 써보니 효과는 확실히 있었다"며 "큰 문제가 없으면 계속 사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반려동물 1천만 마리 시대가 도래한 가운데 목에 전기충격을 가해 짖기를 멈추게 만드는 '짖음방지용' 전기충격기 사용이 여전히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쇼핑몰 옥션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2월 22~3월 21일) '짖음방지용' 상품 판매는 전년 같은 기간 보다 70% 늘었다. 목을 졸라 공격적인 행동을 저지하는 '쵸크체인' 사용도 적지 않았다.

본래 이 기구들은 사냥개나 대형견의 훈련용 장비다. 아파트나 빌라 등 공동 주거지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려는 가구가 급증하자 용도가 바뀐 셈이다.

일부 장비의 경우 경찰이 쓰는 범인 진압용 전기충격기의 전압을 웃도는 수준이었다.

소형견용 목걸이의 수요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인터넷 쇼핑업체 관계자는 "특히 홀로 사는 직장인들이 제품을 많이 찾는다"고 밝혔다.

반려견에게 '쵸크체인'을 사용한다는 직장인 함모(28)씨는 "(산책을 할 때마다)다른 동물들을 보고 공격적으로 달려드는 걸 보면 사용을 안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비글이나 푸들 등 활동성이 강한 견종을 키우는 견주들의 사용 동기가 강했다. 직장을 다니며 따로 반려동물을 훈련시킬 여력이 없는 탓도 있었다.

전문가를 불러 교정하기에 비용이나 시간이 부족하다는 게 이들의 호소다.

문제는 실제 반려동물들이 느끼는 극심한 고통이다. 전기충격기나 쵸크체인을 장기간 사용할 경우 동물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엄청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청주시 반려동물보호센터 관계자는 27일 통화에서 "전기충격기나 목줄로 오랜 학대를 당한 동물들은 부상 정도가 심각해 길어야 하루나 이틀 안에 죽는 게 대부분"이라며 "털이 길게 자랐거나 얽히고 설키는 등 관리가 되지 않은 동물의 피해는 더 심각하다"고 밝혔다.

일부 업체들이 선전하는 낮은 강도의 장비를 사용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겉으로 보이는 부상 뿐 아니라 내적으로 겪는 스트레스 또한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는 지적한다.

인천 소재 한 동물병원 수의사도 최근 통화에서 "동물의 질병이 반드시 외적인 요인에서 오는 게 아니다"라며 "짖음방지용 제품을 계속 사용할 경우 스트레스성 설사와 탈모 같은 증상들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전문가들이 말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견주들의 책임 의식이다.

동물보호 단체인 '동물을 위한 행동' 전채은 대표는 "동물들이 짖는 행위는 본능이자 기본적인 욕구 충족 행위"라며 "이를 전기충격기 같은 인위적인 방법으로 제어할 때 발생하는 문제는 전적으로 견주 책임"이라고 말했다.

반려견 훈련이나 교정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야 할 필요도 있다.

동물자유연대 조희경 대표도 "집에서 하는 간단한 훈련으로도 반려동물이 짖는 행위나, 공격적인 행동을 충분히 줄일 수 있다"며 "혹 '짖음방지용' 장비를 사용할지라도 반려동물의 상태를 보며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강병조기자 dkrm1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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