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소통하기①

2017.04.04 13:48:07

황미영

충북청소년상담복지센터장

한 때 존 그레이의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라는 책이 세간에 회자되던 때가 있었다. 서로 다른 별에서 왔으므로 당연히 언어와 사고방식이 다를 수밖에 없고, 이들이 연애나 결혼생활 중에 겪게 되는 문제를 해결하는 지침을 소개했다. 또 지난해는 '화성에서 온 아빠 금성에서 온 엄마 안드로메다 아이(라의눈)' 라는 책이 출간되었다. 한 술 더 떠서 화성과 금성의 두 외계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안드로메다 아이는 과연 어떤 언어로 의사소통을 할까·

이렇게 외계인으로, 불통으로 대변되는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들은 과연 어떤 식으로 대화하고 접근해야 이들과 소통하고 좋은 유대관계를 형성할 수 있을까· 많은 책이나 강의, 논문 등을 통해서 다양한 방법의 소통 기술이 제시되고 있지만 여기서는 상황을 바라보는 부모의 시각을 바꿔봄으로써 소통을 하는 방법에 대해서 함께 나눠 볼까한다.

자녀를 키우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겪을 수 있는 일들이 있다. 유치원 가기 싫다고 떼를 쓰고, 원하는 것을 사주지 않는다고 뒹굴고, 학원 간다고 나가서는 친구들과 어울려 PC방 가고, 거짓말이 들통 나고, 반항적인 말과 거친 행동으로 문을 닫아걸거나, 야동을 보는 아들과 마주하게 되면 부모들은 하나같이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그냥두면 큰일 나겠어. 얼른 버릇을 고쳐야지." 큰 위기라고 생각하고 야단을 치고 체벌을 하고 다짐을 받는다. 그러나 얼마 못 가서 같은 일이 반복되고 실망을 거듭하다 보면 아이의 행동은 나아지지 않고 부모의 말은 점점 과격해져 간다. 부모에게 있어서 아이는 이미 문제아가 되어 버린 것이다. 하지만, 생각을 조금만 바꾸어 보면 바로 그 때가 우리의 아이들이 그 일을 제대로 배울 때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유치원에 가고 싶지 않고 학원을 가기 싫어졌다면 바로 그 때가 약속과 책임을 배우고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를 생각할 때다. 갖고 싶은 것이 생겨서 떼를 쓴다면 정당한 방법으로 원하는 것을 얻는 방법을 배울 때가 된 것이고, 거짓말을 하기 시작한다면 정직함을 알 때가 된 것이다. 야동에 호기심이 생겼다면 성숙한 어른이 될 준비가 되었다는 것이다. 바로 이 때 부모들이 얼마나 긍정적인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이야기를 나누느냐에 따라 이후 자녀와 좋은 관계를 형성할 수도, 안드로메다의 외계인이 될 수도 있다. 자녀에게 닥친 위기를 긍정적 자아상을 키워줄 훌륭한 기회로 만들어 주는 것은 오롯이 부모의 몫이다.

부모는 세상에 단 하나 뿐인 지원군이 되어야 한다. 아이들의 세상엔 너무나 많은 선생님이 있다. 진짜 선생님이 아니더라도 사춘기 아이들을 보면 누구나 선생님이 된다. 때로 부모들은 선생님처럼 논리적으로 잘잘못을 따지고 가르치려고 한다. 하지만 아이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나를 가르치는 또 하나의 선생님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나를 믿어 줄 세상에 단 하나 뿐인 응원군이다. 우리 자녀들이 가져야 할 올바른 도덕관, 정의감, 옳고 그름은 이미 배웠다. 몰라서 잘못을 저지르는 게 아니다. 성장의 과정인 것이다. 논리적으로 설득하려 하기 보다는 마음으로 먼저 수용해 주는 말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생각해 보면 아이들이 하는 행동들은 이전에 부모들도 한 두 번씩 다 해봄직한 일이다. 그 때로 돌아가서 아이들을 봐주자. 그리고 이렇게 말해 주자. 유치원 가기 싫다고 떼를 쓸 때는 "엄마도 네 기분 이해할 것 같아. 나도 그런 기분 들 때가 있었어." 라고. 학원가기 싫어하는 아이에게는 공부를 안 하면 큰 일 난다는 식의 협박성 회유보다는 학원에서 공부하는 게 왜 마음에 들지 않는지, 그만 두는 대신 어떻게 공부할 것인지 대안을 찾게 하는 것이 미래를 위해 더 중요한 일이다. 거짓말을 하거나 야동을 보다 들켰다면 그 순간 이미 아이 마음속에는 수치심으로 가득 찼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잘못을 이야기하는 것은 오래도록 큰 상처가 될 수 있다. 오히려 "나도 네 나이 때는 그랬지. 아니 더했는지도 몰라." 하면서 대화를 시작해 보자. 아이는 수치심을 벗고 부모에게 마음으로 다가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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