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대 동성학대 사건 엄중히 처리해야

2017.04.05 14:10:12

[충북일보] 동성(同性) 간 성희롱이나 성폭력 등 성관련 학대행위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과거처럼 군대나 장애인보호시설 등 특정된 환경에서만 일어나는 일도 아니다. 오죽하면 대학 내에서도 생기는 흔한 일이 됐다.

청주에서도 대학 내 동성 간 성학대 논란이 일고 있다. 청주대학교 한 학과에서 남자 선후배간 성희롱과 학대행위가 있었다는 주장 때문이다. 파장도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지금도 인터넷과 SNS 공간을 들끓게 하고 있다.

글 작성자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달 20일에 벌어졌다. 선배들이 공개된 장소에서 후배의 바지를 벗기고 신체 일부에 라이터를 대며 장난을 쳤다는 게 골자다. 심지어 이 같은 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다른 학생들에게 보여줬다는 내용이다.

물론 경찰이 나서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사건의 진위는 곧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가해 학생들도 피해학생에게 사과를 했다고 한다. SNS에 올렸던 글도 삭제됐다. 하지만 피해학생이 수치심을 극복할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남성이 남성을 상대로 한 성희롱 등 가학행위는 대개 '마초' 심리에서 비롯된다. 주로 상대방보다 자신이 우세하다는 것을 나타낼 때 사용된다. '마초'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여성적인 남성을 벌하는 수법이다.

이런 행동은 힘의 우위를 이용해 상대를 굴복시키는 방법이다. 상대에게 굴욕적인 자세를 강요하는 게 대표적 행동이다. 다시 말해 힘으로 자신의 지위를 확인하려는 일종의 권력 콤플렉스다. 이런 행위는 인류 문화적으로도 자주 확인된다.

청주대에서 발생한 남자 선후배 간 성관련 사건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공개 석상에서 바지 벗기기 등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문제는 가해자의 마초적 행위 요구에 동의하지 않는 피해자의 심리적 피해가 크다는 점이다.

동성에게 지속적으로 성희롱을 당하면 심각한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에 따르면 가장 먼저 무력감과 절망감, 수치감으로 인해 우울감이 생길 수 있다. 심하면 삶에 대한 의욕저하로 인해 자살을 시도할 수도 있다.

성희롱에 반복적으로 노출될 경우 처음에는 불면에 시달리는 게 일반적 증상이다. 학교나 회사 등에 가려면 가슴이 뛰고 어지러워지기도 한다. 좀 더 심해지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준하는 정신증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남성이든 여성이든 동성 간 성희롱이나 성학대는 아주 위험하다. 따라서 예방이 최선책이다. 발생 공간이 학교라면 더 철저하게 예방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런 점에서 청주대의 사건 처리과정엔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청주대는 문제를 알고도 되레 축소·은폐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사건 발생 후 해당 학과 학과장 등은 선·후배 간 가혹 행위를 알았다고 한다. 하지만 곧바로 진상조사 등 조처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진상조사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가해 학생들은 어떠한 제재도 받지 않았다. 쉬쉬하다 보니 사건 발생 이후에도 가·피해자가 같은 공간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학교 측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기보다 방치한 꼴이 됐다.

아직까지 정확한 내용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학교 측은 관련 학생 등을 상대로 정확한 경위를 조사키로 했다. 조사결과를 근거로 처벌 범위와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경찰도 이번 문제와 관련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학교 측이 동성 간의 성관련 학대행위에 좀 더 심각하게 접근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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