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지명산책 - 다리골에는 다리(橋)가 왜 없을까?

2017.04.05 15:45:39

이상준

전 음성교육장, 수필가

청주시 상당구 운동동에 있는 다리골, 음성군 감곡면 월정리의 다리골, 보은군 회인면 죽암리의 다리골을 비롯하여 대전직할시 유성구 구룡동의 다리골, 경북 영양군 영양읍 황용리의 다리골 등 다리골이라는 지명이 많이 있으며, 전북 무주군 안성면 진도리의 다릿골, 경북 영덕군 남정면 구계리의 다릿골, 경남 함양군 서하면 송계리의 다릿골, 경북 의성군 의성읍 원당리의 다릿골, 경북 안동시 임하면 추목리의 다릿골 들에서 다릿골은 다리골과 표기만 다를 뿐 결국 같은 말이다.

'다리골'이라고 하면 '다리의 주변에 있는 마을'이라는 의미로 들리므로 가까이에 냇물이 있으면 다리(橋)가 있거나, 과거에 다리가 있었을 것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런데 전국에 많이 분포되어 있는 다리골의 위치를 보면 다리와는 거리가 먼 산속의 마을들이 대부분이므로 다리골의 다리는 다리(橋)가 아니라 다른 말에서 음이나 의미의 변이에 의하여 생겨난 말로 추측할 수가 있으며 그 근거를 다음의 지명에서 찾아볼 수가 있다.

서울특별시 성북구 하월곡동에 있던 옛 마을 이름이 다리골인데 명칭 유래에 대해서는 그 한자명으로 교곡(橋谷) 또는 월곡(月谷)이라고 두 가지로 표기하고 있는데 이에 대하여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첫째는 한자로 교곡(橋谷)이라 표기했던 것처럼 인근에 내를 건너는 다리가 있어 다릿골, 다릿굴이라 불렸을 것이다. 둘째는 한자로 월곡(月谷)이라 했던 것은 인근 산의 모양이 반달처럼 생겼기 때문이라는 설과 조선 후기에 소장수들이 인근 도살장에 달밤에 도착하여 잔월(殘月) 아래 소를 파는 흥정을 했기 때문에 생긴 이름이라는 설이 전하고 있어, 달골, 달굴이라 불렸던 데서 유래되었을 수 있다. 따라서 다릿골, 다릿굴이라 하던 것이 변하여 달골, 달굴이 되었을 수도 있고, 반대로 달골, 달굴이라 하던 것이 변하여 다릿골, 다릿굴이 되었을 수도 있다. 다만 고종 2년(1864)에 발간된 ≪육전조례≫부터 '月谷里' 기록이 보임에 따라 달골, 달굴이라 하던 것이 변하여 다릿골, 다릿굴이 되었고, 교곡(橋谷)은 이 다릿골, 다릿굴을 뜻으로 풀어 한자명으로 부른 이름이었을 가능성이 더 크다 하겠다.

'달'이 '다리'라는 음으로 불리다보니 '교(橋)'와 연관짓게 된 지역의 예는 많이 보인다. 경기도 여주군 강천면 강천리의 교동(橋洞)은 원래는 다리가 없었는데 영동고속도로를 확장하면서 많은 다리가 생겼다고 연관짓고 있으나 원래의 이름이 다리골이어서 그렇게 해석한 것이며 역시 '달'이 어원인 것이다.

특히 제천시 봉양면 연박리의 다릿말에는 다랑고개, 다랑티, 다리목이라는 지명이 있어 '다리'가'달'이라는 어원에서 나온 말임을 알 수가 있으며, 청주시 흥덕구 강내면 지역에는 다락리를 비롯하여 다리울(월탄, 부탄), 다름뱅이(월곡리), 월송 등의 지명에 '다리, 다름'이 한자 '월(月)'로 표기됨으로써 고어 '달'이 조금씩 변이된 음으로 지명에 흔하게 쓰여 왔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청주시 상당구 운동동의 '다리골'은 '월골(月-)'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다리'를 천체의 '달', 즉 '月'로 보고 한자로 바꾼 지명이다. '다리골'을 '월골'로 바꾸어 놓고 이 마을의 지형이 반달 같아서 생겨난 이름으로 유래를 설명하기도 한다. 다리골의 뒷산은 용암동과 경계를 하고 있는 높은 산으로 월운천이 침식을 하여 낮은 월운천 계곡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높게 보이는 산능선이므로 다리골은 높은 지역에 있는 마을을 의미하며 '높다'는 의미의 '달-'계의 지명임을 알 수가 있는 것이다.

음성군 감곡면의 월정리는 본래 충청북도 충주군 감미곡면에 속해 있던 지역이었으나 1906년 음성군에 편입되었다. 1914년 행정구역 개편에 따라 독정리, 무수동, 하티리, 월동을 병합하여 월동의 '월' 자와 독정리의 '정'를 따서 월정리라 하고 감곡면에 편입되었다. 월정리에는 독정리, 무수동, 고니골, 다리골(月洞), 메티 등의 마을이 있는데 월정리라는 이름의 뿌리인 다리골 마을이 수리산 줄기의 높은 지대에 있어 원래 달골로 불리다가 한자로 '월동(月洞)'이라 표기된 것을 볼 수가 있다.

따라서 다리골의 다리는 '다리(橋)'나 '달(月)'과는 무관하고 '높다'는 의미의 '달'에 조음소 '-이'가 개재된 어형으로서 지명의 선행 요소로 '달미, 달매, 달산(月山), 달기봉, 달기미, 달내강' 등 '달-'계의 지명을 이루어 왔고, '달'의 변이형으로 '다리, 다락'들도 지명에 많이 쓰였으며 '다리골'은 이러한 맥락에서 설명할 수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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