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악·폐습' 장난 넘어 심각한 인권침해

대학교 각종 부조리 근절에 사회적 공감대
군기문화서 시작, 반복되는 악순환 대물림
"쉬쉬하기보다 적극적인 개선 의지 중요"

2017.04.09 20:23:16

[충북일보] 매년 반복되는 대학 내 '군기 문화', '갑질 문화' 등 부조리가 사라져야 한다는 데에는 큰 이견이 없다.

단순 재미와 장난이라고 하기엔 도를 넘어선 행위인 데다, 인권침해 즉 범죄 수준의 행위까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사회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청주대학교 동성 간 성(性) 학대'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학교 내 부조리가 근절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가해자 형사처벌 여부 관심

경찰은 지난 2월 중순부터 3월 말까지 전담팀을 꾸려 대학 내 불법행위 집중신고 기간을 운영했다. 하지만 뚜렷한 성과는 없었다.

경찰은 앞서 이 학교 OT(신입생 오리엔테이션) 기간 불거진 A학과 문제를 조사했으나 관련자 처벌 등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 B학과 남학생 간 '성 학대' 사건의 경우 가해자 처벌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애초 이번 문제의 직접 가해자는 3명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피해자 조사 등을 토대로 가해자를 2명으로 압축했다. 경찰은 이들 2명을 입건해 조사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긴 어렵다"며 "다만 수사 결과에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반복되는 악순환의 대물림

그렇다면 대학 내 선·후배 간 반복되는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사회는 물론 대학 내 암묵적으로 남아있는 '군기 문화'를 근본 원인으로 꼽았다.

특히 가혹 행위 등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해결 의지로 대물림의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피해 학생은 어느 순간 가해자가 되고, 또다시 제3의 피해자가 발생하는 등 문제가 대물림되면서 반복되기 때문이다.

이희숙 충북대학교 인권센터장은 "군기 문화에서 시작되는 가혹 행위나 선·후배 간 부조리 등은 심각한 인권침해 사례"라며 "군사정권부터 이어진 군기 문화가 우리 사회에서 용인되고 있는 점은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창근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회문화국장은 "대학 내 선후배 간 위계질서를 잡는 문화는 군사정권 시절 군기 문화에서 비롯된 인습(因習)"이라며 "대학에서 이 같은 악·폐습이 남아있고 매년 반복된다는 것은 무척이나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학내 부조리 명백한 인권침해

무엇보다 대학 내 각종 부조리는 인권침해 문제로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학생 스스로의 개선 의지뿐만 아니라 학교당국 등 주변의 자정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이 센터장은 "피해자들이 가혹 행위를 당하더라도 피해 사실을 인권침해로 생각하지 못한다는 점도 큰 문제"라며 "인권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교육을 통해 사안의 중대성을 학교부터 나서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했다.

오 국장은 문제를 무조건 감추고 쉬쉬하기보다 공론화를 통해 개선에 대한 구성원 간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건이 발생했을 때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반드시 따라줘야 한다. 일벌백계하지 않는다면 잘못된 문화는 다른 형태로 계속 남아 지속될 것"이라며 "매년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대학의 책임도 있다. 대학이 적극적으로 고발창구를 만들고 홍보해 구성원 모두가 부조리는 곧 인권침해로 인식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박태성·강준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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