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택의 스핀닥터는 누구인가

2008.09.28 21:15:00

지난 1984년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공화당의 레이건 후보와 민주당 먼데일 후보의 TV토론이 끝난 뒤 두 진영의 정치전문가 그룹들이 자기 진영에 유리하도록 홍보력을 발휘했다. 이때 뉴욕타임스는 이들을 지칭해 스핀닥터(spin doctor)라고 했다. 스핀닥터라는 용어가 처음 언론에 등장 한 것이다.

스핀이란 원래 ‘돌리거나 비틀어 왜곡한다’는 부정적 의미의 단어지만 정치적으로는 정부 수반이나 각료들의 측근에서 국민의 생각이나 여론을 수렴해 정책으로 구체화시키거나 정책을 국민들에게 납득시키는 역할을 하는 정치전문가, 또는 홍보전문가들을 스핀닥터라 부르고 있다.

미국의 빌 클린턴대통령은 재임시 우수한 스핀닥터를 거느린 대표적 인물이다. 그는 재임기간 내내 르윈스키와의 성추문에 휘말려 탄핵소추까지 받았지만 항상 60% 가까운 국민지지율을 유지했다.

비결은 다름아닌 여론조사전문가인 딕 모리스 같은 스핀닥터들이 곁에 포진해 있기에 가능했다고 한다. 딕 모리스등은 적재적소에서 국민들의 지지를 이끌어내고 클린턴의 정치적 장점을 국민들에게 납득시켰다는 것이다.

10년 동안 집권한 영국의 토니 블레어 수상 뒤에는 수상실 공보비서인 알레스테어 캠벨이라는 막강한 스핀닥터가 있었다. 그는 영국의 일간지 데일리 미러지의 정치부장 출신으로 ‘사실상 부총리’ 또는 ‘블레어의 실체’라고 불리며 정부와 여당인 노동당의 정치정보를 100% 장악해 여론을 쥐락펴락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갈수록 미디어가 정치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면서 서구에서는 스핀닥터가 정치홍보 전문가라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정치판에서도 크게 다를 바 없지만 전재한 두 케이스 같은 인물의 등장은 없는 것 같다.

대선을 비롯한 총선, 지방선거를 치르면서 최근에는 홍보의 중요성을 각 캠프에서도 인정해 거의 홍보파트를 운영하고 있다.

대선 경우에는 매체별로 거의 수십명의 홍보담당자들을 포진시켜 이미지메이킹이라든지 공약전달 등의 중책을 수행한다. 총선, 지방선거도 규모의 차이가 있을 뿐 기능을 부여받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선거가 끝나면 보상성격으로 적당한 자리가 주어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지만 엄밀히 말해서 그 부류들이 스핀닥터의 역할을 한다고는 볼 수 없을 것 같다.

스핀닥터의 역할을 좀 축소한다면 정치인이나 고위관료의 측근이면서 대변인역할을 하는 사람 정 도로부를 수 있는데 모시고 있는 사람의 복심(腹心)을 얼마나 꿰뚫고 있느냐가 판단 기준이 될 것이다. 여권에서는 이동관 청와대대변인, 박형준 홍보기획관, 신재민 문화부 2차관 등을 이명박정부 스핀닥터 3인방으로 부른다고 하는데 이들이 대통령과 여권의 핵심 논리 전파에 앞장선다고 그렇게 불리는 것 같다. 이들은 모두 영국의 캠벨처럼 신문기자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중앙 정치무대에서만 스핀닥터가 조명받는다는 법은 없다. 대권야망을 꿈꾸는 정우택지사는 취임 초 도청 공조직인 공보관과 지금은 없어진 별정직 대외협력관(후에 정무보좌관)을 통해 홍보와 여론 등의 동향을 살폈다.

전임지사 시절 대언론 기능을 갖고 있던 정무부지사는 경제에 전념시키며 어떻게 보면 홍보나 대외 접촉의 창구를 격하시킨 것이나 마찬가지 였다. 홍보파트가 언론관련 인터뷰나 공적 회의 등을 통해 도민 여론 조정을 담당하지만 시책시행에 앞서 주민들의 생각을 읽고 그것을 반영시키고, 때로는 설득을 하면서 그의 생각을 구체적으로 알리는 확실한 메신저로는 부각되지 않았다.

1년여 지나 정지사는 홍보보좌관과 시민사회보좌관을 추가 채용해 홍보를 강화했지만 현재까지 크게 달라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엔 대외협력관 자리도 없앴다. 정무부지사에 그 기능을 부여했지만 내면으로는 지사 개인이나 시책홍보의 강화가 아닌 약화이다.

이는 도청내부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참모부재론과 무관해 보이지 않으며 이를 잘 알고 있는 정지사가 직접 스킨십을 통한 대민접촉을 강구한다는 후반기 도정 방향까지 밝히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봐야 할 것이다. 정지사 자신도 무엇이 2% 부족한지 잘 알고있다는 반증이다.

그렇다고 해서 측근이나 막후에서 정지사를 대신해 그의 사고와 정책방향을 주민에게 설파하고 구체화 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되지 않는다. 선거 캠프에 몸담았던 사람들과의 소통도 여의치 않은 것같아 ‘큰일’을 하려는 사람 같지 않다는 얘기도 나온다. 스핀닥터를 너무 정치적으로 해석하려 해서 그렇지 쉽게 말하면 ‘총대메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행정가 이전에 정치가임을 내세우는 정지사의 입지와 현실을 감안 할 때 이심전심의 인물로 정우택도정의 전도사를 키우든지 해야 할 시기가 됐다. 아니 늦었다고도 볼 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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