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자대표회의 분쟁, 대안은 없는가

2017.04.27 13:58:00

류정

한국시설안전공단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 박사

아파트 관리조직은 규모는 작지만 의결과 집행의 조직체계는 지방자치단체와 비슷하다. 의결기구인 입주자대표회의와 집행기구인 관리사무소장이 견제와 균형 속에 운영하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는 의결기구인 지방의회와 집행기구인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조직체계다. 임기 4년인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주민이 직접선출하고, 지방의회 의원은 일정한 선거구별로 주민이 선출한다.

지방의회 의원격인 입주자대표회의를 구성하는 동별 대표자의 임기는 2년이다. 지방의회 의장격인 입주자대표회의의 회장의 임기는 아파트별로 관리규약에 따라 정하지만 통상 2년이다.

공동주택에서는 입주자대표회의의 회장을 공동주택단지 전체 입주자 및 사용자가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를 통하여 민주적으로 선출한다. 동별 대표자는 해당 선거구별로 입주자 및 사용자들이 직접 선출한다.

이처럼 선출 모습만 보면, 마치 입주자대표회의의 회장은 지방자치단체의 장을 선출하는 모습과 흡사하고, 동별 대표자는 지방의회 의원을 선출하는 모습과 흡사하다. 이를 두고 혹자는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운영하는 모습이 최소 단위의 풀뿌리 민주주의라고 하기도 한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의결기구이고 관리사무소는 집행기구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집행권의 중요사항은 입주자대표회의에서 행사한다. 자치관리기구의 관리사무소장 임명권, 위탁관리시 주택관리업자 선정권, 공동주택 총사업비의 3%를 예치하는 하자보수보증금의 집행, 장기수선충당금의 운영권, 관리비 집행 등에 대한 감독권 및 감사권이 있다.

「공동주택관리법」에서는 관리사무소장이 관리비 등을 집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관리사무소의 인사권에 영향을 미치고 감독권을 행사하는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 관리사무소를 지휘·총괄하는 모습이 현실이다. 마치 관리사무소가 입주자대표회의 사무국처럼 보이는 이유다.

막강한 입주자대표회의의 권력은 선거 후유증을 낳기도 한다. 하나의 아파트에 2개의 입주자대표회의를 구성하기도 한다. 기존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측과 새로 구성된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측이 서로 자신이 적법한 입주자대표회의라고 다투기도 한다. 서로 주택관리업자를 선정하여 관리비를 2군데의 관리사무소에서 부과하기도 한다.

입주자들끼리 다투다가 입주자대표회의를 구성하지 못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동별 대표자를 선출하지 못하는 곳, 동별 대표자를 기피하여 입주자대표회의를 구성하지 못하는 곳, 아파트 비리로 동별 대표자를 해임한 후 입주자대표회의를 구성하지 못하는 곳도 있다.

분쟁이 격화되면 소송으로 비화되어 입주자대표회의를 구성하기가 어렵다. 구성한다고 해도 감정싸움으로 정상화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입주자 스스로 입주자대표회의를 정상화 할 수 있는 마땅한 대안조차 없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런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입주자대표회의의 회장과 동별 대표자는 명예·봉사직이지만, 일부 이권에 눈이 먼 입주자대표나 회장 등의 자리만 욕심내는 사람이 있어서 선량한 입주자들만 피해를 보고, 유지관리 부실로 공동주택이 골병들고 있다.

입주자대표회의 운영을 꼭 입주자 스스로 해야 할까. 그 운영을 지방자치단체에 위탁하면 어떨까.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련 전문가로 구성한 "(가칭) 공익 입주자대표회의"를 도입하면 어떨까. 입주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아파트에 입주자대표회의를 두지 않고, 공익 입주자대표회의에 서 의결한 것을 관리사무소가 집행하는 방안이다.

이제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새로운 입주자대표회의의 도입은 어떠한가. 분쟁이 없는 쾌적한 주거환경 조성을 위해 주택관리 문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전개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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