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데기를 걷어내는 장미대선이 되기를

2017.04.27 15:02:02

한정호

충북대병원 내과교수

신동엽 시인의 '껍데기는 가라(1967년)'는 순수함에서 나오는 강한 열정과 의지에 찬 어조로 읽는 이의 가슴을 뛰게 한다. 그리고 그 열정과 순수함이 보편적인 인간의 가치에 기반하기 때문에 세상사 어디에나 적용될 수 있으며, 환자읠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데도 마찬가지이다.



'껍데기는 가라.

사월(四月)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東學年)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 곳에선, 두 가슴과 그 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中立)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 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4.19 혁명을 자신들의 정치적 야망을 위해 이용하는 자들에게 일침을 날리며, 순수한 학생과 국민의 열망 이외의 껍데기들이 걷어지기를 바라는 시인의 소망, 동학농민혁명에 식솔과 자신의 모든 생명을 바치며 탐과오리와 외세가 걷어지기를 바라는 노비와 백성들의 소망, 그리하여 새로운 세대가 혼례를 통하여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며 새 시대를 열기를 축복하며, 조선 반도에 평화만 남기를 바라는 시인의 열망을 너무도 '껍데기' 없이 정제된 우리말로 전달하고 있다.

진단이 잘 안되는 환자를 볼 때나, 수술/시술을 하는데 난관이 부딛힐 때도 껍데기를 보내고, 고갱이만 남기는 사고와 수술방식이 최선임을 항상 깨닫는다.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 중에 정말 어느 것이 핵심일까· 환자가 정말 전달하고 싶어하는 것이 무엇일까· 내가 처방하는 검사나 시술이 정말 필요한 것일까· 수술을 할 때도 내 술식이 꼭 필요한 것만 제거하고, 꼭 도려내야할 것만 더도 덜도 말고 정수를 지켜내고 있는 것일까란 끊임없는 물음을 한다. 아니,해야한다.

2017년 5월 9일, 장미대선. 어느 후보가 껍데기이고 어느 후보가 알맹이일까· 누가 또는 어느 당이 국민의 소리에 진심으로 귀 기울이고, 산적한 문제를 해결할 핵심을 짚어 내고 있는가· 그리고 그 해결 능력과 의지가 있을···누가 허위와 가식과 과장으로 우리를 속이며, 외세와 탐관오리를 대변하고 있는 자일까· 누가 진심과 진실된 언행으로 자신을 축소시키더라도 거짓을 전하지 않으며, 보통 시민을 대변하는 자일까·

독심술이 없는 필자는 도통 모르겠다. 그래서 유심히 이번 선거를 바라보면 나름의 원칙을 정해보았다. 특정 지역을지지 기반으로 하는 후보와 정당은 결국 지역의 토호와 지역의 탐관오리를 대변하는 것이 아닐까 경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표심의 향방에 쌀겨(껍데기)처럼 흩날리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 평화와 국토수호의 의지가 명확한 자가 대통령이 되기를 꿈꿔본다. 원래 정직함이나 우직함이란 선거와 같은 단기전에는 큰 손해를 보기 마련이다. 하지만 정직이란 알맹이는 껍데기가 사라지는 추운 시절이 다가올수록 단단하고 빛을 내기 마련이다.

특정 지역의 토호나 이익을 대변하지 않고, 특정 계층을 대변하지 않는 보편적인 대한민국 시민을 대변하는 알맹이 같은 사람이 대통령이 되기를 기대한다. 설사 이런 알맹이가 이번 선거에서 낙선한다하여도, 다음 총선과 그 다음 대선에서는 가치를 지키고 정도를 걸어가는 사람이 일어설 날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 이제 우리 대한민국은 선진국이고 깨어있는 시민이기 때문이다. 가치에 있어 깨어있음은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문제가 아니다.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려는 자라면 우리 국민의 가치를 높이기 위하여 스스로의 가치를 드러내고 높여야만 한다.기존의 가치에 저항하는 진보와 기존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지키는 보수는 적대적 개념이 아닌, 상보적 관계이고 서로 깨어있으며 서로를 발전시키는 가치이자 세력다. 부디 이번 대선이 지역과 정파가 아닌 지향하는 가치와 미래 비전을 제대로 제시하고 지킬 능력과 의지가 있는 후보자가 대통령이 되기를 꼭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연휴가 길다고 하여 선거일까지 비우지 말고, 꼭 투표를 하자. 그래야 정치가 제대로 서지 못하면 욕할 자격이라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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