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5년, 나는 누구와 살고 있을까

2017.05.01 14:34:31

변혜정

충북도 여성정책관

나는 1964년에 태어났다. 2045년에는 81세로, 특별한 일이 없으면 살아 있을 것 같다. 2016년 남녀 기대수명이 82.3세이며 남성(78.8)세보다 여성(85.5세)이 더 오래 산다고 하니 28년 후 분명(·) 살아 있을 것이다. 더구나 최근 세계보건기구(WHO)는 복지제도와 의학발전 덕분으로 2030년에 태어나는 한국여성의 기대수명이 91세, 남성 84세로, 세계 최장수국가가 될 것이라고 발표하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2045년, 나는 누구와 살고 있을까· 배우자· 자식· 반려가족· 친구· 실버공동체· 아니면 로봇· 나보다 나이 많은 배우자는 사망할 수 있으며, 자식과는 같이 살지 않을 것이며 알레르기가 있어 반려동물이 아닌 반려식물과 같이 살 수 있겠다. 아니면 친구 동거나 여럿이 함께 사는 실버공동체도 가능할 수 있다. 로봇과 같이 살 수 있지만 아직까지는 '글쎄'이다. 이처럼 여러 가능성을 예측 할 수 있지만 통계청의 최근 발표는 내가 1인 가구로 살 확률을 크게 한다.

통계청의 장래 가구 추계 2015~2045년에 따르면, 한국의 총가구수는 2015년보다 2045년 증가하나 평균가구원수는 2.53명에서 2.1명으로 감소한다. 특히 1인 가구 비중은 2015년 27.2%에서 2045년 36.3%(809만 8000가구)로 증가하며 그 중 65세 이상의 독거노인 가구는 고령화로 인해 45.9%로 늘어나 전체 1인가구의 절반에 가깝다.

그렇다면 2045년 나는 고령자 독거노인으로 건강하게 잘 살고 있을까· 한국의 건강수명(질병 없이 건강하게 사는 기간)은 73.2세로, 기대수명(82.3세)과는 약 9년 정도의 차이가 있으며, 가까운 미국이나 일본 5년~ 7년보다 길다고 한다. 질병이나 부상 그리고 정신장애 등으로 사망하기 전 평균 9년 정도는 고통스럽게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고령자 독거노인이 되는 나는 건강한 삶을 위해 경제적, 신체적, 사회 심리적 '돌봄'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이제까지 어떠한 돌봄도 준비하지 않았다. 영원히 지금처럼 살 것처럼 막연하게, 그냥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앞만 보고 살았다. 정책적으로는 고령화 복지제도를 주장했으나 정작 2045년 나의 미래와는 연관시키지 못했다.

가끔씩 베짱이를 부러워했지만 '개미처럼 살아야 할 것' 같았다. 학교의 배움을 획일적으로 믿고 개미처럼 열심히 살기만 하면 국가가 다 해줄 것이라 과신해서일까· 2045년 혼자 살 수 있는 나를 위해 '베짱이개미'처럼 즐겁게 현재를 살면서 부지런히 미래를 준비하고 싶다. 비슷한 생각을 하는 지인들과 함께 구체적으로 말이다. 그러기 전에 꼭 할 일이 있다.

2045년 나는 자식들의 돌봄을 기대할 수 없지만, 적어도 우리보다 더 '개미처럼 살아온' 외로운 부모를 챙겨야 한다. 우리 부모들은 개미처럼 열심히 일했지만 모아둔 양식도, 놀 친구도 없다. 그래도 우리는 베짱이처럼 즐겁게 살아가는 방법을 부러워하며, 통계를 통해 2045년을 예측이라도 할 수 있지 않는가·

마침 가족의 달 5월이다. 그러나 5월만이 아니라 자주 부모님 목소리를 즐겁게 듣고, 바로 이어, 미래를 기대하지 말고, 자식들과 대화하는 것! 이것이 바로 2045년 홀로 살기를 위한 기본이다. 그러나 내가 그 기본을 못한다는 것을, 필요할 때만 전화를 하는 자식들을 통해, 이번에 확실히 알았다.

돈이 필요해서 전화를 하는 자식들보다, 바쁘고 착한 딸이라는 이유로, 필요한 것을 요구하지 않는 부모에게는 그나마 전화도 잘 하지 않는다는 것을, 2045년 나의 외로움을 예측하면서, 더 확실히 알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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