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의회 '과전불납리 이하부정관'

2017.05.17 13:47:28

[충북일보] 같은 사안을 놓고도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다. 시대 변화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새로운 사실과 자료가 추가될 경우 다른 판단을 하기도 한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행동이다.

그러나 오해를 살만한 일은 처음부터 하지 말아야 한다. 뒤늦게 자세한 과정을 아무리 설명해도 변명으로 들리기 쉽다. 오해받기 십상이다. 최근 청주시의회에서 그런 일이 생겼다. 아주 오해받기 딱 좋은 행동이었다.

청주시의회 A의원은 청주시의 제2쓰레기 매립장 조성방식 변경과 관련해 줄곧 특혜 의혹을 제기하며 거세게 반발했다. 그랬던 A의원이 해당 업체 관계자들과 해외여행을 다녀온 것으로 확인됐다.

물론 A의원은 "친구와 머리 식힐 겸 여행을 다녀온 것일 뿐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라며 "여행지에서 제2매립장과 관련해 서로 얘기를 나누지도 않았고, 술자리나 카지노에도 동행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그렇게 간단하게 끝나지 않을 것 같다. 오해가 확산되면 해결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진위논란이 뜨거워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누군가 나서 해결해야 한다. 업체관계자든 해당 의원이든 나서 정확하게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게 우선이다.

제기된 내용은 정말 오해일수도 있다. 반대로 그 오해가 사실일수도 있다. 오해를 사기에 충분한 조건도 갖췄다. A의원이 제2쓰레기 매립장 조성 방식 변경에 적극 반발한 것도 사실이고 해당 업체와 매립장과의 관계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과전불납리 이하부정관(瓜田不納履 李下不整冠)란 말이 있다. 오해받을만한 행동에 대한 경고다. 참외밭에서 신을 고쳐 신지 말고 오얏나무 아래서 갓을 고쳐 쓰지 말라는 세상사는 행동요령에 대한 주의사항이다.

지방의회 의원은 각종 민원이나 현안과 관련된 업무를 처리할 때가 많다. 사안에 따라 특정인의 이익과 손해가 상반되기도 한다. 매사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이유는 여기 있다. 그래야 괜한 오해나 의심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의회 의원을 포함한 모든 공직자는 일을 계획할 때마다 전후 사정을 제대로 살펴야 한다. 냉철하고 객관적인 마음으로 거리를 두고 판단해야 한다. 자칫 섣부른 판단이 말과 행동을 다르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말은 쉽고 실천은 어렵다. 이중적인 태도로는 그 누구의 마음도 움직일 수 없다. '지행합일(知行合一)'은 지식과 행동이 하나로 맞아야 한다는 명제다. 중국의 공자나 조선의 율곡이 이 명제 실천에 목숨을 건 까닭을 알아야 한다.

A의원 스스로 아무리 업무와 전혀 관련 없다고 해도 소용없다. 직무관련 민원인들과의 어떤 관련이 있다면 그들과 부정의 연관을 의심받게 마련이다. 공직자 스스로 이권이나 청탁 등을 멀리해야 하는 이유는 여기 있다.

청렴성과 도덕성은 공직자에게 아주 중요한 잣대다. 청렴성과 도덕성이 높을수록 개인의 경쟁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 과전불납리 이하부정관이란 말 속에 들어있는 교훈적 가치를 되새겨보는 것도 좋다.

우리는 청주시의회 의원 중 누구라도 오해의 불씨를 만들지 말았으면 한다. 본디 말이란 한 사람 한 사람의 입을 건너갈 때마다 더 부풀려지는 경향성을 보인다. 무슨 사건과 연관되기라도 하면 어김없이 구설수로 번진다.

지방의원은 주민을 대리하는 공인이다. 오해받을만한 말과 행동을 삼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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