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모두가 자신을 위한 것!

2017.05.24 13:49:06

정태국

전 충주중 교장

사람들마다 걱정이 태산 같다고 한다. 어떤 일을 저질러 놓고 후회하거나 남 탓을 하느라 맹랑하게 세월을 허비하기도 한다.

며칠 전 죽마고우가 낙상을 해 입원했기에 문병 차 들렀는데 마침 그 친구의 아들이 초등학교 5학년 여식을 데리고 할아버지 문병을 와있었다. 친구가 손녀 걱정을 한다. 걱정하는 내용인즉 손녀가 축구를 하고 있는데 강렬한 운동을 하다가 다칠 게 제일 걱정이라며 여자답게 차분히 공부나 하면 오죽 좋겠느냐고 정말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내가 친구 손녀를 보자니 이목구비가 또렷하다. 몇 마디 이야기를 건네 보니까 축구에 꽤 심취돼 있는 것으로 보였다. 뭐 눈엔 뭐 만 띈다고 했던가· 나 역시 평생을 학생들과 함께한 습관이 발동하고 말았다.

병석에 누워있는 친구를 배려하느라 친구부인과 한참 이야기가 이어갔다. 할머니로서 손녀의 축구사랑을 어찌 생각하느냐고 질문을 했더니 그의 답 역시 친구와 판박이다. 나는 곧바로 축구나 야구, 배구로 이름난 유명선수들을 거론했더니 다 잘 알고 있었다. 왜 걱정을 하고 무엇이 못마땅하냐고 했더니 부인 역시 친구랑 대동소이했다. 안 되겠다 싶어 작심하고 조목조목 짚어가며 독선적일 정도로 나의 주장이 강요에 가깝게 이어졌다.

손녀가 누구의 강요에 의해 축구를 하느냐는 질문에 자신이 무척 좋아했단다. 곧바로 자신이 자신을 가장 잘 알뿐더러 자신이 즐기며 최선을 다하는 축구를 하고 있다는 건 다행이니 오히려 권장해 줘야 할 일이라고 했다.

보통사람들은 자기 능력의 고작 2%를 평소에 발휘하고 산다는 말이 있음을 피력했다. 다소 훌륭하다는 사람들이 3%를 활용하고 탁월하다는 사람들이 4~5%를 활용할 뿐이며 발명가들이 약 8%를, 생사의 위기를 맞는 사람들이 24%를 발휘 한단다. 안타깝게도 사람들은 거개 자신이 지니고 있는 능력의 98%를 낭비하고 있다는 이론적 설명에 친구 부인도 긍정적이다.

손녀는 여느 또래들보다 지금 신바람 나게 보통 또래들보다 더 많은 기량을 연마중이니 대견하지 않느냐고 단호하게 말했다. 옛날과 달라 현대는 직업이 다양해진 만큼 무엇이라도 즐기며 최선을 다한다는 건 얼마나 좋으냐고 부연하니 두 내외는 나름 마음이 다소 놓이는가 보다.

조부모로서 손자손녀를 걱정하는 것이야 당연지사나 지나치게 걱정만 앞세우는 것은 탐탁치 못 하다는 말도 곁들였다. 특히 사람마다 자기의 몫이 따로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즉, 손자손녀들에게 조부모는 응원만 해줘도 좋은 조부모로 녀석들에게 각인될 수 있지 않겠느냐고 강조했다. 걱정한답시고 자칫 녀석들에게 잔소리꾼으로 취급받아서야 무슨 소용이냐고도 했다. 그 녀석들에게 잔소리나 호된 꾸중도 때때로 필요하겠지만, 그 점은 그 아이들의 부모들 몫이려니 생각하고 차라리 나 몰라라 해두라고 했다. 물론 어찌 했으면 좋겠느냐고 물어올 때만 의견을 제시하는 정도면 족하다고도 했다.

아직 미숙한 손자손녀들이라고 지나치게 기우하며 사사건건 간섭한다는 건 차라리 아이들의 부모들 몫이거니 해두라고도 했다. 속된 말로 아이들이라고 제 살 궁리도 안 하겠느냐고 생각하라는 제안도 했다. 사람은 어떤 일에 깊게 빠져보면 터득에 이어 문리가 터진다고 했다. 굳이 직업에만 연루시키지 말고 깨달음을 통한 바른 삶을 영위토록 격려가 더 좋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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