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무관심에 서글픈 소녀상

청주시 청소년광장 '평화의 소녀상'
2015년 우여곡절 끝에 설치됐지만
찾는 이 없어 낙엽·쓰레기만 쌓여

2017.11.19 20:45:16

불법주정차된 차들로 둘러싸인 평화의 소녀상.

ⓒ강병조기자
[충북일보=청주] 17일 낮 12시 20분 청주시 상당구 청소년광장.

이날 청주지역 체감온도는 -2도.

영하로 떨어진 날씨에 매서운 바람이 불자 거리의 사람들은 서둘러 광장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사람들의 발길이 스친 자리에는 누군가 버린 쓰레기와 낙엽들이 나뒹굴기 시작했다.

한참을 이리저리 흩날리던 낙엽들은 광장 한 구석, 한 소녀의 의자 밑에 멈춰섰다.

일제강점기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을 기억하고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이었다.

초겨울 영하를 웃도는 때 이른 한파에 전국 곳곳에선 털모자, 목도리, 장갑 등 방한장비를 챙겨 평화의 소녀상을 찾는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청주시 상당구 청소년광장에 자리잡은 소녀상엔 털모자 대신 낙엽과 흙먼지만 쌓이고 있다. 논란 끝에 설치된 소녀상이지만 시민들의 무관심 속에 놓여있는 셈이다.

지난 2015년 설치된 청주 평화의 소녀상은 지금의 자리에 있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당시 충북 평화의 소녀상 건립 시민추진위원회가 청주시에 소녀상 설치허가를 요청했지만, 시는 놀이목적으로 마련된 공간에 추모 기념물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청소년단체의 반대를 이유로 임시 전시만 허용했다.

이후 거듭된 논란에 떠돌이 신세가 될 뻔했던 소녀상은 시민추진위, 청소년단체 등 관계기관간 합의를 거쳐 청소년광장에 자리잡게 됐다.
어렵게 마련된 소녀상이지만 현재 시민들의 발길은 거의 없는 상태이다.

광장 구석에 설치된 데다 불법 주·정차된 차량에 둘러싸여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이다.

찾는 이가 없다보니 자연히 소녀상에는 낙엽과 흙먼지가 날리고 군데군데 새의 배설물이 묻어있었다.

또 주변에는 누군가 버린 생활용수와 시든 화분들이 방치된 채 놓여있었다.

태극기를 보관하는 의자 밑 상자는 뚜껑이 열린 채 나뒹굴고 있었다.

소녀상 바로 옆에서 농구를 즐기던 김모(17)군은 "청소년광장에 운동을 하러 가끔 오지만 이곳에 소녀상이 있는 줄은 몰랐다"며 "소녀상이 좀 더 눈에 띄는 곳에 있으면 많이 찾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보은 뱃들공원에 설치된 소녀상을 포함해 충북에는 총 4곳(청주, 제천, 보은, 세종)에 소녀상이 있다.

충주시도 내년 설립을 목표로 건립추진위를 구성해 모금운동을 벌이고 있다.

건립에 앞서 소녀상에 대한 시민들의 지속적인 관심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광장에서 만난 김모(30)씨는 "소녀상이 여러 곳에 설치되는 것은 좋게 생각하지만 시민들이 자주 찾아야 건립 의미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 강병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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