튼튼한 허리와 상생

2008.10.26 21:24:53

사람 신체가 어느 부분 하나 중요하지 않은 곳이 없지만 그 중에서도 허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계량할 수가 없다. 사람의 힘은 바로 이 허리에서 나온다. 따라서 허리가 아프면 거동을 못하고 침대 신세를 져야한다. 축구 경기에서는 허리가 강한 팀이 이길 확률이 매우 높다. 허리는 미드필더로 중원 장악의 특명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골잡이 한 두명 보다 확실한 승리를 위해서는 튼튼한 허리를 받침으로 한 전원 공격, 전원수비의 전략이 빛을 발한다. 축구뿐 아니라 몸을 움직여야 하는 모든 스포츠는 허리를 쓰지 못하면 게임 끝이다.

신체, 기업구조, 스포츠, 국가발전에도 중원은 중요


타이완은 중소기업 강국이다. 중소기업은 산업구조의 허리 받침이다.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 아시아판은 얼마전 ‘아시아·태평양 최우수 중소기업 200’을 소개했다.

‘아태 최우수 중소기업 200’ 리스트는 지난 1년 간 매출 규모가 10억 달러 미만인 상장사들로 지난 3년 간 탄탄한 매출·수익성·성장률을 기록한데다 앞으로 더 높은 실적이 예상되는 업체만 추린 것이다.

대만은 지난해 31개에서 올해 41개로 늘려 올해도 가장 많이 리스트에 올렸다. 대부분 부품 제조업체다. 중국은 23개 업체, 홍콩과 일본은 22개 업체이며 한국은 21개 이다.

대만이 이렇게 중소기업 강국이 된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제활동은 주로 대기업이 비중이 절대적인 반면, 중소기업의 상대적 침체로 인한 사회적, 경제적 불안요소를 안고 있다. 그러나 대만의 경제활동은 시장 메카니즘을 바탕으로 노동집약적 토착산업, 섬유산업 등이 중심이 된 중소기업을 모범적으로 육성하여 우리를 능가하는 경제발전과 또한 민주주의의 근본적인 이념에 입각하여 민생의 경제적 안정과 균형된 소득분배를 이룩하고 있다.

즉 규모의 경제를 통한 이득을 향유할 수 있는 대기업도 중요하지만 지역자원의 분배, 전통생산기술의 발휘, 시장규모가 한정된 경우 등에서 중소기업형태의 기업이 더욱 효율적일 수 있다는 사고하에서 경제정책이 이루어지고 있다. 일본 역시 강한 중소기업이 세계 2위의 경제력을 떠받치고 있다.

우리 사회구조에서 허리라 할 수 있는 중산층의 붕괴는 국가의 기둥이 약해진다는 의미나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경고음을 낳고 있다. 최근 국감자료를 보면 1980년대 중반부터 꾸준히 증가했던 중산층이 외환위기를 겪으며 급감하기 시작해 1996년 68.7%이던 것이 지난 해에는 58.3%로 감소했다고 한다. 그 대신 빈곤층은 11.2%에서 18.0%로 늘었다. 이탈된 중산층이 빈곤층으로 전락한 것이다. 이 비율은 비슷한 시기 중산층에서 상류층으로 올라선 가구의 2배가 넘는 것이다. 중산층의 몰락은 경기침체와 고용불안이 원인이다.

어느 미국의 교육전문가에 따르면 식사를 마친 후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따라 자신이 속한 사회적 그룹이 드러난다고 하는데 빈곤층은 '배불리 먹었느냐'이며 중산층은 '맛있었니?' 그리고 부유층은 '차려진 음식이 보기좋게 나왔느냐'고 묻는다는 것이다.

과거처럼 배부른 게 삶의 제 1목표처럼 숭상받지는 않겠지만 돌아가는 경제상황을 감안 할 때 시각에 미각을 곁들인 우아한 한 끼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계층은 점점 엷어질 것이 분명해 보인다.

받쳐주고 협력하는 힘 약해지면 사회전체 중병앓아


중산층의 붕괴는 필연적으로 빈익빈 부익부의 양극화 구도를 고착화 시킨다. 이는 사회적 통합이 멀어지고 더 심화되면 고시원의 ' 묻지만 살인' 같은 사회적 파장을 잉태하는 씨앗이 될 수 도 있다.

국토의 균형개발 차원도 이 허리 강화론을 크게 빗겨가지 못한다. 새 정부의 5+2경제권 구축을 놓고 허리라고 볼 수 있는 중부권 광역단체 들이 거부감을 극대화 하고 있다. X자형 성장축의 중심이 충청권인데 이를 간과하고 수도권 중심의 개발에 대한 반감이 조직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개인이든 스포츠건 기업이건, 더 나아가 국가가 되든, 허리의 중요성은 모든 분야와 관련되며 건강성의 척도로 지목된다. 또한 선수들끼리의 팀웍과 기업간의 협력, 계층간의 위화감 제거와 벽 허물기, 지자체 등의 공존 방안 모색 등 을 도모해야 할 인자(因子)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이 모든 것은 결국 상생이라는 말에서 방점을 찍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자강자생(自彊自生)만 꾀하다가는 허리 부실로 전체가 골병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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