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노스 수학탐험대
[충북일보] '수포자(수학포기자)'라는 말이 유행하는 시대다. 학생들에게 숫자와 기호로만 이뤄진 수학은 어렵고 따분하지만 이를 가르치는 학교에선 암기 외에는 별 방법이 없는 탓이다.
학부모들은 자녀를 수포자로 만들지 않기 위해 과외, 개인교습소 등 발이 닳도록 찾아 다닌다. 학생들의 스트레스가 높아지는 건 당연지사다. 이대로 두다간 수학이 가정불화의 주범이 되진 않을까.
다행히 청주출신 시인 함기석이 최근 수학동화책 '크로노스 수학탐험대(난다 출판)'를 펴냈다.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한 함 시인은 그동안 문학활동과 더불어 틈틈이 어린이들에게 수학을 알기 쉽게 소개해왔다.
이번 책도 그가 '초등 독서평설'에 연재했던 수학동화를 묶어 펴낸 것으로 수학의 세계를 탐구하고 조사하다 마왕의 세계로 실종된 아버지를 찾는 두 남매의 여정이 담긴 이야기다.
수학을 복잡하고 딱딱한 기계의 세계가 아니라 아름다운 상상의 세계이자 신나고 재밌는 놀이의 세계로 보여주고자 했다.
책 구성은 초등학교 3학년부터 중학교 1~2학년 기초선행과정을 토대로 이뤄져 다양한 연령대가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각도와 삼각형, 수직과 평행, 직육면체의 겉넓이와 부피, 약수와 배수 등 실제 교과서에 수록된 주제가 밑바탕이 됐다.
또 각 장마다 미션 문제가 수록돼 독자들이 자연스레 수학적 고민을 하도록 만든다. 수동적 독서 습관에서 벗어나 능동적 독서까지 경험하는 셈이다.
이 책이 수학에 대한 흥미를 유도할 뿐 아니라 수학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교과서로도 손색이 없는 이유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책을 통해 수학의 역사에서 큰 영향력을 끼친 유명 수학자들과 직접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탈레스, 피타고라스, 히파수스, 유클리드, 가우스, 오일러 등 교과서에서 본 수학자들이 동화 속에 모습을 드러낸다.
이들은 수학 공식의 원리를 알기 쉽게 설명하며 주인공들의 탐험을 돕는다. 암기로만 알았던 수학공식이 생생하게 살아난다.
더불어 함 시인 특유의 깔끔한 문장과 정확한 비유, 일러스트를 맡은 조성흠 화가의 그림은 이야기의 재미와 흥미를 더한다.
과연 책 속 두 남매는 어떻게 마왕의 세계를 뚫고 아버지를 만날 수 있을까. 이 시대 수포자들의 해답이 여기 담겨 있다.
/ 강병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