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끈 마저 놓지는 말자

2008.11.02 20:15:56

만나는 사람마다 환한 표정을 볼 수 가 없다. 혼자 즐거운 일이 생겨도 주위가 거의 회색 분위기여서 인지 드러내놓기가 쉽지 않다. 토막난 펀드, 주식, 안팔리면서 값만 내리막길을 타는 부동산, 구조조정 불안 등 등 세인의 화두는 온통 경제에 관한 것 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개인이 어찌할 바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당국자들의 대응을 보고 그 결과에 일희일비 할 뿐 . 그런 가운데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이 유일한 자기 최면이라고 할까.

회복이라고는 담을 쌓을 것 같던 경제분위기가 약간 생기를 찾은 것 같다. 별별 대책을 내놓아도 싸늘하기만 하던 시장이 한국과 미국의 통화스와프 체결 발표 이후 지난 주말까지 금융시장이 안정세를 보였다. 시중에는 '리만브라더스(이명박+강만수)가 모처럼 한 건을 했다'는 희화적인 말들도 돌아다닌다. 그동안 정부의 헛방대책 시리즈가 통화스와프란 빅 이벤트 한방으로 어느 정도 비난의 사슬에서 벗어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한고비를 넘긴 것 뿐이지 침체의 탈출이라는 본질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점 이다.

솔직히 말해 불황이 심해진 이후 국민들의 눈에 대통령은 눈에 보이지 않았다. 외국 방문때 정상회담을 하며 웃는 모습조차 국민의 눈에는 거부감으로 도치됐다. 그 뿐 아니라 국무위원을 비롯한 국회의원 등 정치권 역시 도외시 돼왔다. 마음부터 실생활까지 자신의 몸뚱아리 하나조차 추스리기 힘든 판국에 다른 것을 생각할 여유와 겨를이 없었다. 나라의 운영을 통째 맡긴 그들로 부터 실낱같은 희망의 끈이라도 잡아보려 했지만 불행히도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속설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물론 그들이 오늘의 이 난국을 헤쳐가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IMF의 망령에서 국민들을 구원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아니 되레 불신과 절망의 골로 더 밀어넣는 일들이 잇달았다.

별 생산성도 없는 국감에서 매년 되풀이 되고 있는 공기업의 후안무치 방만은 이제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라는 우아한 표현 조차 역겹다. 직불금 파문은 제도의 허점이 국민을 도둑으로 만드는 데 일조한 케이스다. 시민단체 간부는 기름피해 어민에게 돌아가야 할 성금을 가로채 충격을 줬다. 침체와 불황의 쌍나팔이 울리는 데도 여야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엉뚱한 일로 쌍심지를 켜고 있다. 그 와중에 어느 국회의원은 부실국감을 방지하기 위해 보좌관 급수를 올리고 활동영역을 넓혀야 한다는 용감성(?)을 드러냈다.

모두가 실망스러운 일 투성이지만 위정자와 지식층이 이 부조리들을 해결해 줄 것이라는 한가닥 믿음을 가지고 기다리는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 사이에 서민들의 속은 시커멓게 더 타들어 갈 테지만 이 것도 우리가 넘어야 할 고비라면 감수를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현실을 정확히 깨닫는 소중한 기회로 받아 들여야 한다.

작금의 경제상황은 세계적 석학이자 현실주의적 지식인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자본주의 경제를 비난할 수는 있어도 아무도 자본주의를 비난 할 수는 없는 시대에 살고 있음을 확연히 증명했다. 한나라의 성장률은 의미가 없어졌으며 미국에서 유럽, 남미, 아시아 등 모두가 글로벌 네트워크에 의해 동반 침체,동반 활황을 겪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국제공조가 공고히 된 측면이 강하다. 우리가 이 질곡의 삶에서 벗어나려면 쉽지 않은 일이지만 위축을 털고 보다 긍정적인 마인드로의 전환이 뒤따라야 할 것 같다. 이 것도 G8이나 G7으로 가기 위한 성장통으로 받아 들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하게된다.

잃어버린 10년의 책임공방을 따지는 사이 다가올 잃어버릴 5년, 아니 10년이 될 지도 모르는 환경에 대한 대비를 해놔야 한다.

학자들은 한국만의 독특한 경제모델이 있다고 지적한다. 즉 재벌, 직업윤리, 노동운동, 아시아 국가 중 가장 극적인 민주주의 발전을 이뤄낸 경험, 각종 시민사회단체 등의 인자가 서로 작용한 결과로 본다. 그러면서 한국의 역동성을 눈여겨 보고 있다. 자원, 인구가 빈약한 아시아의 소국이 지금 세계경제 10걸을 넘보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우리의 잠재력이 바탕이 되는 것이다. 지금은 힘들고 앞이 안보인다 하더라도 터널의 끝은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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