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유치가 전부는 아니다

2008.11.09 19:44:23

 나라를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양분시키는 수도권 규제완화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지방이 고사될 수 밖에 없는 여러가지 징후와 예고편이 줄을 잇고 있다. 이는 정부가 수도권 비대 정책을 합리화 하기 위해 지방을 살린다는 이른 바 '선 지방 균형발전론'을 아무리 들고 나온다 해도 이를 곧이 곧대로 믿기 어렵고 되레 불신만 키우고 있음을 반증한다.

 우리나라의 수도권 비대화가 세계에서 비교대상이 없을 만큼 모든 면에서 과밀, 포화상태임은 공지의 사실이다. 수도권에는 전체 제조업의 58%, 사업체의 50%, 벤처기업은 68%, 공공기관은 85%가 집중돼 있다. 금융 등 경제력의 쏠림현상은 이보다 더 심하다. 이런 현실속에 규제가 풀리면 노무현정부의 균형발전 정책에 따랐던 탈 지방 기업들의 수도권 U턴이 명약관화 해지고 그 것은 지역경제 침체라는 직격탄과 연결된다.

우선 충청권경제협의회가 분석한 자료를 보면 수도권 공장 입지 규제가 철폐돼 지역 성장률이 50%로 낮아지면 비수도권 전체 지역은 124조원의 피해를 입고 이 가운데 충청권은 50조원의 직·간접 피해가 예상된다. 비 수도권 지자체가 국가적 재앙으로 규정하는 목소리가 그냥 나오는 게 아니다.

 충북의 경우 11조7천792억원의 생산피해와 함께 9천34명의 산업종사자가 감소한다. 이는 민선4기 총 투자유치액 17조원의 68%를 앉아서 날리게 되는 대형사고이다. 그렇지 않아도 급격히 악화되는 경제상황으로 인해 투자유치가 갈수록 어려워지는데 첩첩산중의 길로 몰아넣는 형국이다.

 현재 진천문백에서 공장을 가동중이며 2010년까지 1천234억원을 투자해 본사와 공장을 모두 진천으로 옮길 것으로 결정됐던 현대오토넷의 사업구상도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겉으로는 계열사인 현대모비스로의 흡수 합병 때문이지만 이번 수도권 규제완화 도 어떤식으로 든지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진천군민들은 도내 유일의 연 매출 1조원의 기업 유치 무산 우려에 대한 실망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청주시가 326만㎡ 부지에 1조3천억원을 투자해 중부권 최대 첨단복합산업단지를 조성한다는 청주테크노폴리스 사업도 후폭풍을 피해가기가 쉽지 않을 듯 하다.

청주 테크노폴리스가 완공되면 국내외 우량기업 200여개 등 모두 1천여개의 첨단업체가 입주해 연간 3조2천억원의 생산유발과 함께 1만2천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전체 사업비의 절반 이상을 투자하기로 한 산업은행이 작금의 금융위기 때문에 투자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부동산시장 침체, 그리고 이번의 수도권 규제완화 까지 겹쳐 공장 이전 계획을 잡고 있던 기업들이 관망을 하거나 입주를 포기하는 위기감이 확산되는 분위기이다. 몇몇 굵직한 사례를 들은 것이지만 기초단체로 내려 갈수록 앞으로 이같은 타격의 진폭은 더 커지고 강하게 될 것임을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

 민선단체장들의 경제살리기 1순위 타켓은 기업유치이다. 필자가 만나본 몇몇 단체장 등 모두 공통적으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몇개의 기업 유치를 해왔다고 하는 점을 대표적 치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눈에 당장 드러나는 업적의 평가척도 이기에 저마다 모든 행정력과 연줄을 총동원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그러면서 기존에 지역에 있는 소규모 농공산업단지 등의 유지와 확대에 적지않은 고민을 하고 있다.

새로운 기업을 하나 유치하는 사이 오래전 부터 가동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문을 닫고 지역을 떠나야하는 음지와 양지의 그림자가 교차하기 일쑤이지만 나가는 사람 붙잡기 보다 새 식구 데려오기에 정성을 기울이는 게 일반이다. 잡아놓은 고기도 물을 잘 갈아주고 밥도 더 잘 줘야한다.

 그렇다면 수도권 규제완화로 일부에서 말하듯 나라가 두동강이 났다고 하지만 그 후속대책에 대한 현실적이며 진지한 고민들이 이뤄지고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당장 철회요구 성명서가 각 지역마다 봇물을 이루고 대규모 군중집회도 예상되는 바 이지만 정부가 이를 받아들일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기껏 지방소비세 등의 신설로 사탕발림을 하는 수준이다.

따라서 별 승산이 없는 투쟁의 서막을 여는 것도 중요하지만 적어도 단체장이나 의회 등은 지방의 기업 이전을 차단하는 이번 조치에 대응하는 항구적 대안 모색과 창조적 실행에 대해 머리를 짜내야 한다. 기업이 없는 빈자리를 어떤 시책과 아이템으로 메울 것인지, 기존의 인력과 자원을 최대한 가동하고 지역의 모든 인프라를 재정비, 점검하므로서 천편일률적인 기업유치 를 벗어나려는 지혜가 필요하다.

 아무리 위기가 기회라고 하지만 그 것을 내것으로 만드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게 바로 리더십의 차이이다. 이상은 높게 보는 게 맞지만 현실을 지나치게 비관하는 것도 옳지 않다.우리 주변에는 기업유치 보다 다른 방면으로 일찍 눈을 돌려 지역경제 와 지지기반 구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단체장들이 적지 않음을 눈여겨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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