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화삼씨의 추락을 보며

2008.12.08 01:49:30

 권불십년(權不十年).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십년가는 권력없고 열흘 넘게 피는 붉은꽃은 없다는 은유다. 이는 곧 .절대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말과 궤를 같이한다. 기업인으로 우리 지역에 꽤 알려져 있으며 노무현 정부 들어와 대통령의 절친한 친구에다 양길승 사건으로 특검의 조사대상이 되며 전국적 유명해진 정화삼씨가 농협의 증권회사 인수와 관련 검은 뭉칫돈을 받은 혐의로 영어(囹圄)의 몸이 된 반전의 사건을 보며 떠오르는 단상이기도 하다.
 정화삼씨를 잘아는 사람들은 그의 인성과 언행에 대해 대체적으로 호의적인 편이다. 부산 출신이 그가 청주에 터를 잡고 기업체 임원으로, 청주상의 부회장으로, 또 골프 육성을 위해 독지가 역할을 해오며 나름대로 좋은 이미지를 쌓아왔다. 필자도 그와 선후배 관계로 십수년 전 부터 교분이 있지만 배울점이 많은 선배였다.그래서 그의 뇌물수수가 처음 알려졌을때 반산반의 했다. 그런 한켠으로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는 살아있는 권력의 죽마지우라는 인연으로 이해관계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로 부터의 여러 유혹을 끝내 뿌리치지 못한데 대한 귀결이 이렇게 되는구나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추측컨데 그런 생각을 한 사람이 비단 나뿐이 아닐 것이다.
 사실 노무현대통령이 후보시절 청주를 들렀을때도 그의 비중은 무시못할 정도였는데 막역한 친구가 권부의 정점에 서 있으니 주변에서 가만히 놔둘리가 없었다. 그 자신도 걸려오는 전화때문에 아무것도 못하겠다며 모르는 전화번호는 받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도 있었다. 그래서 그를 잘아는 주변의 몇몇 사람들이 처신에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는 애정어린 조언을 한 것도 알고 있다. 그 바탕에는 이름을 알만한 적지않은 인사들이 이런 정씨를 등에 업고 실제 이상의 친분을 과시하며 호가호위를 한다는 얘기들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주문이 깃들어 있었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지역으로서는 대통령과 '너니 네니'를 하는 인물이 가까이 있다는 것이 대단한 행운이며 활용하기에 따라서는 보이지않게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가교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정씨는 당시 충북도정 발전을 위해 애를 많이 써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대통령이 취임 직후 주민들에게 되돌려 준 청남대도 대통령의 결심과정에 그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는 것을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또 알게모르게 지역의 민원도 해결하는데 적지 않게 나섰다고도 한다.
 그렇다면 이번 뇌물사건은 별개로 보고, 그로 인해 개인적이든 공적이든간에 도움을 받았다던가, 아니면 잘안되는 일이 잘 풀렸다든지 하는 사람들이 분명 있었을 것이고 따라서 그들은 정씨에게 인간적 호의를 잊으면 안되는 게 상식이며 기본 도리일 것이다. 그런데 참 알다가도 모를일이 그가 힘이 있을때는 그렇게 친분을 내세우며 지내던 사람들 중 일부가 요즘 몸을 납작 엎드리는 것은 물론, 이제와서 정화삼씨와의 연계를 경계한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음을 볼 때 만약 정씨가 저 구치소 담장안에서 이런 소리를 들으면 분노와 허탈이 동시에 교차할 것 같다.그러나 그게 바로 세상 인심이다.
 또 하나 지금 노무현 전 대통령을 둘러싸고 있는 측근들의 언행 역시 정씨가 서운함을 느끼기에 충분할 것 같다. ' 부산상고 출신은 다 측근인가' 라던가 '정씨는 노 전대통령의 고교동기로 대선당시 청주에서 선거운동을 도운 사람으로 이 정도의 인연을 가지고 측근이라 불리는 것은 맞지 않는다'라는 등 봉하마을 사람들의 '거리두기'는 인간적으로 연민의 정까지 느끼게 한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일이지 세상에 정화삼씨가 노전대통령과 40년지기이며 두사람의 관계가 친구 이상이라는 것을 확인 해주는 일화도 여럿 알려져 있다. 그런데도 측근이 아니라고 하면 과연 어느정도여야 측근인가. 그래서 하는 말인데 주위의 또다른 측근들이 그런말을 한다 해도 노전대통령 자신이 '화삼이는 내 친한 친구가 맞는데 이번에 일이 잘못돼 유감' 이라는 정도의 인간적 솔직함을 보여주는 게 훨씬 노무현스럽지 않았을 까 한다. 하기사 '아니다'라고 발뺌을 했지만 결국 측근보다 더 가까운 피붙이 형이 구속된 마당에도 아직 공식적 입장표명이 없는 봉하마을임을 감안할 때 너무 무리한 기대가 될 수도 있겠다.그래도 늦었지만 그런 말을 듣고싶다. 선인들은 혈육이상으로 친구를 더 소중히 하라는 가르침을 많이 던지지 않았던가.
 
 '살아있는 권력'의 친구를 등에 업었던 인물들
 비리 연루되자 '거리두기' 나서는 모습에 씁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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