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운하와 양치기 소년

2008.12.21 19:12:28

먼저 인터넷 유모 한토막을 소개한다. 어느 양치기 소년이 양을 치고 있는데 하도 심심해서 거짓말을 하기로 했다. '늑대다 늑대가 나타났다'고 소리치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그들은 곧 소년이 거짓말을 한 것을 알고 한번만 더 거짓말을 하면 가만 안놔둔다고 했다. 그리고 얼마 후 비행기 4대가 지나갔다. 양치기 소년이 비행기를 보고 뭐라고 소리쳤는데 사람들이 달려와서 소년을 죽도록 팼다. 양치기 소년이 한말은 '앗 넉대다' 였다.

4대강 정비사업으로 논란 재점화 , 국론 등 분열

정부가 지방종합대책의 하나로 발표한 4대강 정비 사업을 둘러싸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반발하고 있는 야당과 환경단체 등은 4대강 정비(정부는 4대강 정비가 아닌 4대강 살리기로 사업명을 바꾸는 것 같다)는 대운하 사업을 위한 사전정지 작업이므로 당장 철회 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대해 정부는 대운하와 4대강 정비는 관련이 없다는 공식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명박대통령도 지난 6월19일 기자회견에서 국민들이 원하지 않으면 대운하사업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청와대 참모나 일부 장관들이 그 진의를 의심할 만한 발언들을 살살 흘리고 있어 논쟁을 가열시키고 있는 것이다.여기에 지난 주 대통령을 만난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가 '한반도 대운하를 절대 하지않는다고 천명하는 게 어떠냐'고 건의했으나 대통령은 즉답을 피하면서 '할때 되면 하고,안할때 되면 안하면 되지 미리 안한다고 할 필요가 있느냐'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것을 유추해석 하건데 진정 대통령이 대운하 추진에 의지를 접었다면 박대표에게 안한다고 했을텐데 이것이 여운을 남기게 돼 더 대통령의 속내가 궁금해지게 됐다.또 이보다 얼마전에는 '운하면 어떻고 4대강 정비면 어떻냐, 나라에 도움이 된다면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사실 대통령의 대운하 의지가 강하다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다. 그래서 촛불정국의 민심 소용돌이를 진정시키기 위해 내키지는 않지만 대운하 포기 카드를 들고 나왔을 때도 아예 안한다고 하지 않고 '국민들이 원치 않는다면…' 이라는 단서를 달아 놓았던 것이다.이는 정책의 추진 속도나 환경의 변화가 있을 경우 대운하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의 반전이 생성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둔 것이다. 민심은 변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일이 생기지 않는다고 볼 수 없는 것은 맞다. 그러나 현재 대운하 추진에 관한 국민여론은 각종 조사에서도 확인되듯이 부정적 것이 많이 앞서간다.

갈등 더 깊어지기전 대통령 명확한 입장 중요

대통령으로서는 박대표가 건의한 대로 돌격내각을 만들어 4대강 정비 등을 계기로 전국에서 망치소리가 들리게 하며 4대강 현장에서 지휘봉을 들고 땀을 흘리는 대통령을 보면 국민들이 큰 감동을 받을 것이라는 말이 예사로 들리지 않을 것이다. 건설회사 CEO출신으로 '공사현장 '등 자신이 커온 텃밭에 대한 향수 등으로 가슴이 설레일 법도 했을 것 같다. 이와 더불어 여당은 분위기를 띄우느라 '속도전' 운운하며 전 국토의 조기 공사현장화를 주문하고 있다. 이런것들이 현 정권의 경제살리기 핵심이라는 것을 부인하는것은 아니다. 하지만 감동을 받고 안받고는 국민이 느끼는 것이지 여당 대표의 생각대로 되는 문제가 아니다. 감동을 느끼는 국민이 있는가 하면 되레 반감을 더 가지는 국민들이 나올 수도 있는 것이고 , 그래서 민심은 알다가도 모르는 것이다. 정부야 전자의 감동의 확산되길 바라겠지만 후자의 4대강 정비 반발이 확대될 수도 있다. 더 더구나 수도권 규제완화에 대한 비수도권의 대응이 강경모드로 돌아설 조짐마저 일고 있음을 볼 때 낙관적으로 판단하기는 무리같이 보인다. 그럴 경우 자연스레 대운하를 하겠다든지 아니면 진짜 포기한다든지 양단간의 선택이 불가피 해질 것이다. 그러나 지금 그 싯점까지 기다리기엔 국론의 분열로 인한 소모가 너무 크다. 청와대의 희망대로 4대강 물길 살리기 사업이 정쟁과 논쟁의 족쇄에서 풀어지길 바란다면 대통령이 대운하 문제에 있어 침묵을 지키고 있을게 아니라 야당의 요구대로 야당을 비롯한 전문가 집단, 교수, 국민 등이 의심하지 않도록 대통령의 확실한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는데 동의한다. 늑대와 양치기 소년의 우화를 4대강 정비사업과 같은 맥락으로 볼 경우 여러모로 시사하는 점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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