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도 못 구하는 가난

2009.02.08 18:13:55

입이 어떻게 생겼든지간에 말은 똑바로 해야 할 것 같다. 우리나라 경제의 가장 큰 지주목인 수출이 1월 들어 33%나 감소하는 충격에 빠져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 근심을 더해주고 있다. 그 원인은 세계적인 경기침체에 각국의 보호무역 확산으로 압축된다. 통계를 작성한 이래 가장 낮은 수출 감소율이기에 '쇼크'·라고까지 표현한다.

문제는 위기발원지인 미국과 일본의 내수가 회복되지 않으면 당분간 이같은 타격은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각국에 인위적인 수출정책을 펴는 것 보다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누군들 돈 쓸 줄 몰라서 안 쓰는가. 쓸 돈이 없어서 못쓰는 것이지.

근래 주위의 사정을 돌아보면 왜 돈이 말라가는지 확연해진다. 우선 불황으로 인해 자영업자의 몰락이 두드러져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600만명 밑으로 줄어들었다. 내수시장 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이다. 기업체들의 사정도 별반 다름없다. 정부가 기존 인력의 임금을 깎아서라도 일자리를 유지하자는 잡 셰어링을 권고하고 있긴 하지만 이미 지탱함 힘을 상실한 상당수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거리로 쏟아지고 있다. 당연히 수입원이 없어지는 것이다. 남아있는 사람들의 사정도 이전만 못한 것이 뻔한 일이다.

이러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이 고용지원센터에 몰려 실업급여를 신청하느라 센터는 업무부하가 걸릴 지경이다. 지난해 12월 실업급여 신청자가 사상 최고를 기록한 것을 보더라도 어느 정도 상황인지 짐작이 간다. 그렇지만 해가 바뀌었는데도 줄어들 기미는 전혀 없다.

우리 지역으로 눈을 돌려보자. 빈곤층인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대상이 크게 늘어 청주시의 경우만 하더라도 올 들어 121가구 235명이 신청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64%와 83%가 증가한 것이다. 이는 차상위계층의 주민들이 신 빈곤층으로 추락하는 반증으로 앞으로 실직가정 등의 신청이 더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충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생활이 어려운 사람에게 생계비 등을 지원하는 긴급구호자금은 지난해 세웠던 예산이 10월에 바닥 나 추가 예산을 편성해 지원하다 이마저 떨어져 중앙으로부터 재차 지원을 받아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올 1월에는 지난해 2월보다 건수가 144%나 늘었고 금액 역시 120% 증가했다. 2007년에 비해서는 건수는 4.6배, 금액은 5.7배나 지원한 것이다. 서민생활의 위기가 현실로 닥치고 있다고 봐야하는 현상들이다.

우리나라 5대 주력 수출시장의 하나인 미국인의 소비심리가 대공황때와 비슷해 지갑을 닫는 대신 저축을 늘이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분명 이번 수출 급감을 계기로 내수와 균형을 이루는 정책의 개발 등이 시급함을 노출시키고 있는 것이다.

소비가 미덕인 시대가 있었지만 지금은 분명 이 가치가 더 빛을 발해야 하는 절박함으로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이미 양극화 된 사회구조에서 가진자들의 지갑을 더 열게 하는 모티브를 마련하는 게 온당한지, 먹고 죽을래야 그럴 형편도 안되는 계층에게 대안도 없이 소비진작을 외치는 것이 합당한지 따져볼 일이다. 자칫 강도짓이라도 하라는 말로 들릴 수 있다.

옛말에 가난은 나라도 구제하지 못한다고 했는데 이 말 역시 수정을 해야한다. 사회복지 개론에서 많이 원용되고 있는 영국의 대처수상의 '대처주의' 즉, 경제 전 부문에 시장경제 원리를 적용해 영국민들의 나태와 무사안일을 몰아낸 것은 가난구제 정책으로 좋은 교훈이 되고 있다. 빈부격차는 인류가 태동한 이래 나타난 자연현상이며 앞으로도 영원히 존재할 사회현상인 동시 인위적으로 없앨수도 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나라가 입안하고 수행할 수 있는 다양한 사회안전망의 강화와 구축 등을 통해 취약계층의 보호 조치를 취하는 한편, 현실적인 경기부양의 매진을 촉구하라는 것이다. 즉 시스템으로 궁핍 탈피를 도모하는 게 구제의 방편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는 한편으로는 개인의 가난을 사회와 국가의 책임으로만 돌리지 말고 끊임없는 자기계발과 위기를 기회로 삼고자 하는 노력을 경주해야 하는 자세가 동반되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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