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 셰어링의 두얼굴

2009.03.01 19:22:49

 제 월급을 깎겠다고 할때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자발적이든 떠밀려서든 마찬가지다. 그런데 요즘 우리 주변에서는 임금을 '자진'해서 깎거나 반납하는 열풍이 불고있다. 처음에는 일부 중소기업 등이 중심이 돼 임금 삭감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가 점화된 이후 공기업의 대졸 초임 삭감에 이어 30대기업 역시 대졸신입 사원 임금을 깎아 신규 직원을 채용하기로 협의성 합의를 했다.

이 바람은 공직사회에도 전이가 돼 행안부가 중앙부처중 처음으로 사무관 이상 1천여명의 연봉을 1-5%'까지 자율반납해 청년인턴 일자리를 만들기로 했다. 행안부는 중앙부처의 기준이 되는 곳이므로 타 부처에 일종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할 것이 확실시 된다. 또한 확정되지는 않앗지만 지자체 공무원들 사이에도 이같은 임금 자진 반납이나 삭감등의 분위기를 어쩔수 없이 받아들여 하는 것 아니냐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물론 속으로는 부글부글 끓고 있으면서 말이다.

총체적이며 전방위적으로 경제위기가 엄습함에 따라 실직자의 급증과 청년백수의 무더기 사회 배출 등 일자리 확보와 창출에 대한 일종의 아노미현상이 일고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정부가 주도하고 민간기업이 동참하는 일자리 나누기는 공공기관이나 기업들 사이에서 동참은 해야 하겠지만 우리만 하고 다른데가 하지 않으면 바보가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심리와 회사나 기관마다 임금격차를 감안하지 않은 일률적 비율 제정에 수긍이 가지 않는다는 난맥상을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공무원사회에서는 이미 봉급이 동결된 상태에서 삭감을 한다는 것은 아무리 그 취지에 대해 공직자들이 앞장선다 해도 우리도 생활인이라는 근본에 대한 배려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거부감을 숨기지않고 있다.더군다나 명목임금마저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감소한 현실에서 만만한게 공무원이냐라는 불만이 나올법도 하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이며 거시적으로 이 실업난과 구직난을 해소하기 위한 묘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임금삭감이나 자진 반납에 대한 호쾌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것 같다. 즉 세계경제의 위축이 우리의 희망대로 단시간내에 해결될 것 같지 않은 불안감이 존재하고 있는 한 길어야 1년을 넘기지 못하는 인턴 등의 한시적 일자리 창출은 훗날 더 큰 후유증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제기하는 문제로 대졸초봉을 낮추기로 한 대기업 들이 직원주머니를 터는 것 만으로는 효과가 크지 않고 투자를 늘려 일자리를 만드는 게 위기극복과 고용확대를 극대화 하는 것이라고 인정하는 것처럼 장기적인 대책을 준비하는 게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그리고 줄인 임금만큼 실제로 고용을 늘릴지도 의문이다.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사람채용 약속을 할 수도 없는 일이다.경기의 흐름을 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런 딜레마속에 시중에서 두가지 유형의 지적을 하고 있는 바 꽤 정곡을 찌르고 있다. 하나는 근로자들이나 공직자들의 임금을 깎아 내리면서 정작 경영자들이나 국가지도자급 관리들은 무관한 듯 하다며 고통분담에 왜 동참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더 나아가 신입사원들만 타겟으로 할게 아니라 기존직원들에 대한 조치도 뒤따라야지 천신만고끝에 바늘구멍을 통과한 20대 사회초년병들에게만 부담을 강요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다.

임금 하향평준회에 대한 노조의 반발은 불보듯 뻔하지만 들불처럼 확산되고 있는 잡 세어링의 물결을 거스를지 여부 역시 궁금해진다. 일부에서 금모으기 보다 더 위대한 일이라고 고무시키고 있는 일자리나누기에 대해 꼭 동참해야할 집단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정치집단인데 이들은 민생 챙긴답시고 허구한날 싸움질만 하며 아까운 세금만 축내고 있다.

따라서 금배지들도 자진해서 세비를 반납하든지 , 깎든지해서 실추된 이미지를 이번 기회에 조금이라도 보정하라는 목소리들이 높아지고 있다. 그리고 도의원이나 시·군·구의원들 역시 돈담무심하지 말고 늦기전에 위기극복에 솔선하는 모범을 보일 것을 촉구하고 있다. 애꿎은 20대나 팍팍한 살림을 영위하는 월급쟁이들에게 다 떠밀지 말고 사회지도층으로서의 의무를 상기해야 한다.

사흘 굶어 남의 집 담장 안넘는 사람 없다고 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실업대란과 경기불황으로 사회적 불만이 증폭돼 곳곳에서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고 있는 유럽 등의 혼란을 그저 남의 집 불구경 하듯이 해서는 안된다.정부가 노력하는 것 이상으로 지도층이화답을 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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