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앉는 충북도

2009.03.22 20:13:16

아무리 경기침체의 늪이 깊다 하더라도 이렇게 까지 침잠해서는 곤란하다. 각종 경지지수나 실물 경제가 아직은 반전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은 어쩔수 없다고 하지만 지역사회의 어느 구석에서도 활력을 감지하지 못하고 또 그 핵심적 경기부양을 위해 전력을 투구해야 하는 지도층들의 헌신하는 모습 역시 느낄수가 없다. 경제는 심리라고 하는데 이렇게 무기력한 상황이 더 심화된다면 사회 전반의 민심이 결코 순해질 리가 없을 것이다.

중앙이나 지방이나 동일하지만 행정의 집행에서 그 속도감이나 실체감을 느끼게 하는 것은 공직자들의 자세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지자제 실시 이후 과거 관선 때 처럼의 일사분란함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충북도와 일선 시군들이 거버넌스 보다는 그물에 걸려 뱃전에 갓 끌어올려진 문어의 다리처럼 각자 놀고 있는 양상이어서 경제특별도의 추진 동력이 다 소진된 듯한 무기력한 모습이다.

굵직한 대형 국책사업들 지역유치 위기감 고조

첨단복합산업단지, 과학비즈니스벨트, 세종시 법적지위 문제,청주공항 민영화 논란 등 등 충북의 미래를 운명 지을 대형 현안들 중 어느 것 하나 우리에게 유리하게 돌아가는게 없지만 이를 뒤집으려는 열성과 협력이 실종되다 시피 해버렸다.

아니, 협력은 고사하고 충북도와 지역 출신 야당 국회의원등 지역정계 관계가 냉랭해져 서로 등돌리고 비난전이 난무하는 상황이다. 청주국제공항의 민영화 확정에 다른 도의 변심으로 촉발된 민주당과 한나라당 사이의 설전에 이어 밀레니엄 타운 차질과 일자리 창출 허수 등의 문제점 지적에 대한 정우택지사의 반격에 맞서 민주당의원들의 재 공세강화 등으로 가뜩이나 삐걱거리던 여당 도백과 야당 국회의원들간의 대립각은 수습이 불가능한 전선(戰 線)을 형성했다. 여기에 충북도립오케스트라 지휘자 선정을 둘러싼 석연치 않은 잡음과 밀레니엄 타운 차질 등에 대해 시민단체 등이 강도 높은 규명을 촉구하는 등 일련의 도정을 둘러싼 갈등은 충북도와 한나라 대(對) 민주당과 시민사회단체의 구도를 만들어 황사 자욱한 요즘 날씨처럼 지역을 가시거리 제로의 회색도시로 만들고 있다.

사실 정상적인 관계라면 도지사와 지역국회의원들 사이는 신혼부부 처럼 달착지근해야 맞다. 하지만 야당이 압도적인 현 구도는 이런 밀월을 꿈꿀 수 없다. 겉으로는 당을 떠나 지역발전을 위한 협력을 공공히 한다고 수차 언론용 멘트를 날렸으나 실제로는 국따로 밥따로였다. 국은 밥이 잘못됐다고 하고 밥은 국이 맛이 있니 없니 따지는 판국에 정작 숟가락을 든 도민들은 식욕을 잃은 꼴이다.

다른 지역들은 대형 국책사업 하나라도 더 유치하려 온갖 역량을 강화하고 있는데 충북은 사분오열로 구심점이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이라면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는 난망이다.

당연히 경기와 관련된 흐름이 나빠질 수 밖에 없다. 게다가 경제특별도의 아이콘이던 하이닉스는 이제 대중의 눈길에서 멀어져가고 양해각서(MOU)의 허상이 도민들을 허탈하게 만들고 있다. 여기저기서 숱하게 투자하는 사람들과 악수하고 신나게 사진을 펑펑 찍고 있지만 달라지고 있음을 느끼는 사람이 별로 없다. 그 효과가 단시일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도민들은 그것을 기다릴 마음과 호주머니의 여유가 없다.

정계는 사분오열로 대립각 구심점도 없어 실망

혹자들은 정지사 역시 한때 야당 국회의원을 지낸 과거를 주시한다. 그래서 누구보다 현역 지역의 야당 국회의원들의 처지를 이해할 것으로 믿고 동병상련의 훈풍을 기대했지만 그렇지를 못해 아쉬움을 많이 느낀다. 물론 정지사도 할말이 많고 억울한 부분도 있겠지만 지금과 같은 냉전을 해소하려면 어쨌든 지사가 먼저 손을 내미는게 순리라고 본다. 지는게 이기는 것이라고 하지 않는가.

먹고사는 것이 힘들어지면 그 원망의 방점이 어디서 찍히는지는 잘 알 것이다.

여의도에서 여야가 죽기살기로 나라를 망치는 꼴을 보는 것 만해도 민초들은 정치에 대한 염증을 느끼고 있는데 지역까지 날선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은 도민들에 대한 배신이다.

정치에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는 명언(?)을 상기해 비록 마땅치 않더라도 서로 지역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다른 지역은 잰걸음으로 가는데 우리는 소걸음을 가다간 충북은 홀대론을 꺼낼 자격도 없어진다. 일단 우리앞에 놓인 큰 산을 넘은 다음 티격태격해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유권자들의 엄중한 심판을 피하기 어렵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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