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의 '올레길'은 언제쯤…

2009.05.24 18:10:42

지난 주 제주도 출장길에 짬을 내 오래전 부터 마음속에 두었던 '맛보기' 올레길 걷기에 나섰다. 모두 13개 코스 200여㎞ 중 6코스인 쇠소깍에서 관광지로 잘알려진 외돌개까지 14㎞ 정도를 체험했다.무엇이 개설한지 2년에 불과한 이 올레길을 5만명의 뭍사람들이 찾아오게 만드는지 직접 느껴보고 싶어 그야말로 촌음을 아껴 발품을 팔았다.

'올레'는 제주도 방언으로 거릿길에서 대문까지의 집으로 통하는 아주 좁은 골목길을 뜻한다. 이 길을 내기 시작한 사람은 제주도 출신의 서명숙씨다. 서씨는 시사잡지 편집장 등을 지낸 기자출신이다. 인생을 어느 정도 살아온 이들 중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쉼표'를 찍는다면 제일 먼저 생각하는 곳 중의 하나가 스페인 산티아고길(약 800㎞)를 도보 순례일 것이다.

그는 지난 2006년 이 순례길 위에서 많은 것을 보고 느껴 고향인 제주도 바다를 끼는 산책길 조성에 나섰다. 뜻있는 사람들이 동참을 해 현재 동쪽 성산에서 서귀포를 지나 서쪽 고산까지 연결시켰다.서씨가 이사장을 맡고있는 사단법인 제주올레 이사중에는 방송인 손석희씨 같은 유명인도 힘을 보태고 있다.

제주 올레길은 개인 앞마당을 지나갈 수 있고 공공기관 정원도 통과해야 하는데 모두가 이에 동의를 해줘 명품길을 만들어가고 있다. 제주사람들은 아침 저녁 산책길로 애용하고 있으며 뭍에서는 일부러 작정을 하고 비행기로 날아와 구간구간 걷는 중독자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길을 걸으며 보이는 것과 느끼는 풍광의 감상은 저마다 제각각이지만 올레길이 지향하고 있는 '놀멍 쉬멍 걸읍서'(놀며 쉬며 걸으세요)는 길을 걷는 것을 통해 쉽게 행복해지는 법을 깨우치라는 주문이기도 하다. 이는 곧 요즘 대중의 관심이 일고있는 슬로시티와도 맥락이 닿는다.

제주 올레길은 제주도의 또다른 매력적 관광상품으로 뜨고 있다. 부가가치 또한 높다. 이미 13개 국내 대기업들이 올레길이 지나는 20여 마을과 자매결연을 맺고 특산물 팔아주기 등의 상생을 실행하고 있다. 그리고 이같은 사회환원 사업을 하고자 하는 대기업들이 상당수 대기를 하고 있다고 한다.

제주에 올레길이 있다면 지리산에는 지리산 둘레길이 만들어지고 있다. 5년간 1만2천㎞를 걸으며 탁발수행을 한 도법스님이 지난해 첫 단추를 꿰기 시작해 전체 300여 ㎞ 가운데 70㎞를 개설했는데 이 곳 역시 알음알음 소문이 퍼지고 있다.지리산 종주나 한번쯤 오른 사람들은 명산의 넉넉함에 반하지만 이 트레일 코스는 다랑논, 구릉 등을 스쳐가며 삶과 마음이 동화되는 또 다른 지리산의 매력을 안겨주기에 충분할 것이다.

걷는다는 것은 모든 살아있는 것과의 대화과정이다.걷고자 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꿰뚫고 내놓는 작품이 바로 이러한 걷는 길을 만드는 것 이다.제주 올레길과 지리산 둘레길이 부러운 것은 비록 아름다운 바다를 낀 해안과 지리산이라는 아이콘이 있기는 하지만 이를 다른 시각에서 접근해 웰빙의 전파와 관광 수입을 거두고 있는 센스이다. 우리 지역만해도 나름대로 산자수명한 천혜의 자원이 적지 않다. 특히 괴산이나 제천 단양 같은 곳은 관심을 갖는 정도에 따라 이들과 견줄만한 색다른 상품의 탄생이 가능하다고 본다.가령 괴산 35명산 중 비교적 해발 고도가 낮은 산을 몇군데 연결해 트레킹 코스로 개발한다든지 ,아니면 지난 해 부터 본보에 연재되고 있는 청풍명월 산경탐사 코스 중 일부를 시범적으로 상품화 하는 등의 시도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관의 의지와 지원이 필수적이다.

 꼭 올레길이나 지리산둘레길 처럼 장대(長大)형이 아니더라도 담양의 메타세콰이어 길이나 전남 청산도 보리밭길 같은 곳은 짧고 시간이 많이 안걸리지만 많은 사람들이 한번쯤 걷고 싶어하는 곳이다. 명소가 꼭 웅대해야만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갈수록 걷기의 매력에 빠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무작정이 아닌 계획표 아래서의 릴레이 걷기등으로 패턴이 바뀌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놓치지 말고 지역의 지자체나 선각자들이 선도하고 행동에 옮겨 충북의 '명품'걷는길이 탄생되는 날을 기다리는 것은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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