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귀가

2024.09.19 14:31:56

한기연

음성문인협회장

낭송 분위기가 무르익는다. 테이블 위에 꽃과 벽을 따라 걸린 줄에 빨래가 나부끼듯 시와 수필이 걸려있다. 작은 불빛이 깜박거리며 꽃 속에서 빛난다. 벽을 환하게 밝힌 노랗고 붉은 커다란 종이꽃은 청도축제에서 가져온 선물이다.

아름다운 해변 도시 청도에서 열리는 맥주 축제는 가기 전부터 칭다오 맥주를 실컷 마시고 즐길 생각에 흥분되었다. 예총 벤치마킹으로 출발한 2박 3일 일정이지만 새벽에 가고 밤에 도착하기에 하루를 더 여행하는 것과 매한가지였다. 스무 명 남짓 회원이 새벽부터 만났다. 이번 여행에는 가족을 동반한 경우가 많았는데, 나는 큰아들과 함께했다.

아침에 도착하자마자 맥주박물관을 향했다. 청도는 예전에 독일과 일본의 지배를 받았던 아픈 역사를 지닌 곳이라고 한다. 그래서 구시가지의 경우 유럽풍의 건물을 많이 볼 수 있다. 맥주박물관도 유럽풍의 건축물로 중국인지 모를 정도였다. 1903년 독일인이 지은 맥주 공장의 설비를 보존한 상태로 2001년 맥주박물관을 개관했다. 독일은 청도를 40년 지배하면서 맥주제조 기술을 흔적으로 남긴 셈이다.

맥주박물관 앞에는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외관부터 규모가 커 보였는데 안에도 세 구역으로 구분된 공간으로 명소로 손 꼽힐만 하다. 이곳에서는 우리에게도 친숙한 '칭다오 맥주'의 양조 기술과 맥주 산업 발전 등에 관한 다양한 전시를 하고 있다. 유리 벽 너머로 맥주 공장도 볼 수 있었는데, 마지막 맥주 시음 장소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평소 칭다오 맥주 맛을 좋아하는데 현지에서 맛보는 원액에 대한 기대가 컸다. 생맥주는 흑맥주와 비슷했는데 원액은 내 입맛에 맞아 맛있었다. 맥주를 못 마시는 지인의 몫까지 단숨에 마신다. 아침부터 이렇게 취기가 오르도록 술을 마시기는 처음이다. 오늘 할 일은 다 했다.

드디어 여행의 목적지인 청도 맥주 축제장에 도착했다. 이 축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독일의 '옥토버페스트'와 비슷하지만, 더 크고 중국풍의 화려함과 열정이 녹아 있다. 아시아 최대의 맥주 축제이자 세게 4대 맥주 축제로 약 30개국에서 200여 브랜드의 1300종류의 맥주를 맛볼 수 있다. 1991년부터 시작된 축제는 올해로 34주년을 맞이하는 전통 깊은 행사이다. 세계 각국의 맥주를 맛볼 수 있고, 라이브 음악, DJ 파티, 전통춤과 같은 문화 공연뿐만 아니라 맥주를 주제로 한 다양한 게임과 경연 대회도 열린다고 한다.

올해는 서해안 신구 금사탄맥주성에 조성된 특별한 공간에서 축제가 열렸다. 오후에 방문한 축제장은 쏟아지는 태양열과 지열로 한 발짝도 걷기가 힘들다. 축제를 제대로 즐기려면 밤에 와야 하는데 일정이 여의치 않았다. 축제장 규모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넓어서 차를 타고 이동했다. 큰 공장처럼 지어진 세계맥주 브랜드 관의 규모부터 남달랐다. 맥주 한 잔 마시지 못하고 그곳을 지나칠 때는 아쉬웠다. 곳곳에 설치된 조형물의 크기 또한 상상을 초월한다.

화려한 꽃장식으로 꾸며진 터널 앞에서 오랜 시간 머물렀다. 파스텔 색조의 아름다운 꽃은 한 송이가 갓난아기 크기 정도 되었다. 꽃에 두른 불빛이 반짝이니 더욱 빛났다. 거기에서 예 총회장님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는지 직원들과 의견을 나눈다. 나도 불현듯 좋은 생각이 났다.

청도에서 오자마자 만든 종이꽃이 드디어 빛나는 밤이다. 여행 후 달고 온 꽃이 낭송의 밤을 화려하게 수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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