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어진 6월의 민주주의

2009.06.14 17:17:33

#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민장 이후 여야는 정반대 완전불통의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전에 합의해놓은 6월 임시국회는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문책을 요구하는 민주당과 먼저 상임위라도 열자는 한나라당의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려 표류중인데다 6.10 장외투쟁 충돌이라는 격랑까지 더해 여의도정치는 좌초된 상태이다. 설령 개회가 된다해도 순풍항해 기대는 접어야 한다. 서로간에 사활을 걸고 있는 미디어법이나 비정규직처리법안 등의 대립각이 꺽일 조짐이 안보이기 때문이다. 그 사이에 민생은 도탄에 더 빠지게 될 것이다.

# 평소에도 시국상황과 정치에 민감한 상당수 대학교수들이 지난 3일 서울대를 시발로 시국선언 테이프를 끊자 60여개가 넘는 대학들이 릴레이 하듯 가세를 하며 민주주의 후퇴를 둘러싼 사회적 담론에 불을 지폈다. 숫자상으로는 3천여명을 훌쩍 넘겼지만 전체 교수 숫자에 비할 때 별 반향이 없다는 기류가 형성된다. 이를 묵과할 수 없다며 68개 대학 128명의 보수파 교수들은 시국선언을 비판하는 반박선언으로 응수했다. 학생들도 패가 갈리고 있다.

# 시민사회단체들이 이 시기를 놓칠 리 없다. 서울광장 개방을 요구하며 연대투쟁을 선언하는가 하면 한국작가회의 등이 이명박정권의 독주를 비난하데 이어 교회실천개혁연대, 불교인권위원회 주축 단체 ,변호사 들이 동참했다. 보수진영 단체인 뉴라이트코리아를 비롯해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바른사회시민회의 등은 야당의 국회즉시 복귀 등을 촉구하는 맞불 성명을 내놓는 등 지난 주는 '행여 빠질세라' 전국에서 시국선언 절정을 이뤘다.

# 언론도 갈라졌다. 서울에서 발행되는 일간지를 비롯해 방송사들의 이념분리가 점점 뚜렷해져 여론의 왜곡과 함께 언론의 신뢰성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이른바 보수언론은 진보성향의 매체들의 논조 뒤집기 등을 신랄하게 까고 있으며 진보언론들은 그에 대응논리를 펴며 사뭇 공세적이다. 중도성향은 양쪽을 다 비판하며 균형감각의 유지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밑바닥을 보면 경기불황으로 급격히 쪼그라든 영업환경 속에 향후 존립여부를 좌우하는 미디어법의 처리를 둘러싸고 벌이는 서바이벌 게임의 치열함이 자리 잡고 있다. 과거에는 언론매체들끼리의 편들어주기를 비롯해 '노 터치'의 금기같은게 있었으나 이게 완전히 무너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미명에 자신의 유년시절의 모든 것이 녹아있는 부엉이바위에서 몸을 날리며 이승과 영별할 때 그는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예상을 했을까. '누구도 원망하지 말라'는 말은 산자들이 잘 해석하고 '알아서' 행동하라고 하는 무언의 충동메시지였을까. 아마 아닐 것이다. 대통령으로서 누구보다 지역과 계층의 통합을 위해 노력했다는 사후 평가를 받고 있는 그로서 후자쪽으로 심중을 두진 않았으리라고 믿고싶다. 오히려 나를 제물로 화합과 화해를 이뤄 사람사는 세상을 만들어 달라고 외치며 소멸됐을 것 같다.

그러나 바닥의 인생들이 먹고사는 1차원적 문제에 매달리고 있는 사이 사회의 이른 바 주류들은 별 체감과 공감이 되지않는 민주주의 후퇴니 독재, 갈등 조장 등의 현실과 동떨어진 논쟁과 대치로 긴장의 6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우리에게 6월은 6.10항쟁이나 6.15선언 같은 민주화의 거름이 된 역사의 조명을 받을만한 달인 것이 분명하지만 이보다 더 거슬러 올라가 6.25전쟁이라는 이념 충돌의 질곡이 자리한 기념비적인 달이기도 하다. 민주주의를 논한다면 당세대의 노력도 있겠지만 반세기 훨씬 전 나라를 위해 초개같이 산화한 전(前) 세대 순국자들의 '대지분'을 뛰어넘기 어려울 것이다. 형상이 없는 민주주의라는 대상을 놓고 '정착'과 '후퇴'의 주장을 여과없이 펼수 있는 그 자체가 민주적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작금 한반도의 긴장과 불안감은 그 어느때 보다 위중하다. 보수진영이 잘 써먹는 '안보불안'의 무기가 아니더라도 눈으로 보이는 게 그렇지 않은가. 그러나 어찌됐든 이 균열의 6월을 봉합하려면 정치의 복원이 시급한 데 그럴 기미가 안보여서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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