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 그룹이 커보이지 않는 이유

2009.06.21 17:50:49

23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재계 28위의 대형 유통그룹. 지난 1999년 4월 현대그룹에서 계열분리 한 후 현대백화점을 중심으로 오프라인 유통과 현대 홈쇼핑, 종합유선방송(SO) 등의 온라인 유통을 아우르는 기업집단. 이는 장기 학내분규를 겪고있는 서원학원(서원대)을 인수하려는 현대백화점 그룹의 위상이다.

그렇다면 서원대는 어떨까. 청주시 흥덕구 모충동 일대 13만1천㎡ 부지에 19개동의 건물과 학생수 7천여명, 교수 90명, 직원수 120여명인 지방의 중간급 사립대학이다. 원래 청주사범대학으로 출범해 교사 배출 등에 있어서는 나름대로 인정을 받고있지만 그외는 인지도가 그리 높지 않은게 사실이다.

이런 대학을 국내 굴지의 재벌 그룹이 운영권을 갖기위해 오랜동안 공을 들이고 있다. 그러나 1년여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드러난 인수추진 과정의 선명성 미흡과 모호성, 그리고 장삿속에 대한 지역의 시선이 곱지않아 보인다.

연전인 지난 해 7월14일, 현대백화점그룹측은 모건설 등 서원학원 채권자 10여명과 모두 67억원의 채권(채권액 174억원)을 인수하는 계약을 했다고 발표했다.이를 두고 당시 일각에서 대기업이 학원정상화를 내세워 인수를 추진하는 것은 탓할 수 없으나 법적으로 아직 주인인 재단측을 따돌리고 채권 인수 계약을 한 것은 적대적 기업합병(M&A)과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왔었다. 대기업답게 정면으로 나와 인수제의를 밝히면서 그 조건으로 채권문제가 해결됐어야 하지만 뒷거래를 한뒤 이를 앞세워 채권해결 능력이 없다고 보는 재단측에 압박을 가하는 것이 장사꾼 답다는 것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서원학원의 '최대채권자'이자 '인수희망자'로서 표면에 나선 현대백화점 그룹은 지긋지긋한 학내 갈등에 염증을 느낀 대다수 구성원들의 전폭적 지지와 함께 우호적인 지역여론을 등에 업고 전 이사장측이 항복하기를 기다리는 장기전 양상에 들어갔다. 그러면서 꾸준하게 박인목 전이사장에게 대내부채 27억을 비롯해 249억원의 부채 총액을 상환하고 학원을 유지하든지 ,아니면 박 전이사장이 출연한 현금과 이자 등에 대한 합리적 보상을 해줄테니 그것으로 손을 떼라는 양자택일의 카드를 내밀고 있다. 그러면서 만약 교과부로 부터 임시이사가 파견되면 이 제안도 '없던 일'이 된다고 못박고 있다.

이는 지난 연말 교과부의 서원학원 특감결과 드러난 여러 지적사항에 대한 계고 이행 미흡에 대한 이사진 청문에 이어 안병만장관도 현 이사진에게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있다는 발언이 나온 직후 가진 현대백화점의 회견에서도 강조되는 부분이다. 유추 해석해 볼때 이제 관선이사의 파견이 가시화 되는 분위기여서 표면상으로 한번 더 기회를 주자는 명부 축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대백화점측이 비록 식물상태라고는 하지만 이사진을 제쳐두고 범대위나 구성원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이같은 점을 견지하고 있는 것은 '목마른 사람들에게 물을 줄 사람은 우리밖에 없으니 따라오라'는 강자우월의 오만이 깔려있다.

현 상황에서 돈 문제만 따진다면 현대백화점측은 약 300억원 정도면 초·중·고·대학 등 5개의 서원학원을 인수하게 될 것이다. 학원이 깔고 앉은 땅이나 건물의 가치를 따져보면 '거저 먹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인수 조건에 전입금 출연 등이 있긴 하지만 어쨌든 초기 인수금은 300억원 을 넘지 않는다. 항간에 중앙대를 인수한 두산측이 2천억원이상을 들였다고 하는 말을 들었는지 현대백화점측은 두 학교를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면 곤란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학원정상화의 갈구를 이 금액으로 '상한'하려고 하면 큰 착오이며 농단이다. 서원학원을 걱정하는 상당수 여론은 재벌그룹답게 배팅을 해서 명문으로 재탄생 시킬 의지를 증명할 것을 바라고 있다. 학원 인수후에 마스터 플랜을 발표해도 늦지 않다는 전략을 세웠는지 모르지만 자신들이 누차 강조하는 육영사업의 의지를 회의적으로 보게 만드는 소지를 없애는 것도 기업 이미지 제고와 맞닿아 있는 것이다.

이제 서원학원 사태는 최대 분수령을 지나고 있다. 그리고 현대백화점그룹이외 다른 대안도 없다. 그러나 대안이 없다는 점을 무기로 삼아서는 안된다.장사꾼 냄새를 걷어내고 상처입고 멍든 학원 구성원들을 달래 줄 통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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