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먼 쇠고기이력추적제

오류 가능성 곳곳에 산재

2009.06.23 19:15:30

'쇠고기이력추적제'가 제대로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문제점이 적지 않다.

우선 소의 출생에서부터 도축, 포장처리, 판매에 이르기까지의 정보를 기록·관리하기 위해선 전산화 작업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러나 생산단계에서는 축협이, 도축 가공은 지자체, 판매는 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각각 맡다보니 운영 과정에서 개별 식별번호 자체가 잘못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전면시행에 들어간 현재까지도 정보입력이 진행중이어서 각 기관의 정보를 정리하는데도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청주축협 관계자는 "관내에서 관리해야할 소의 두 수가 7만두 정도인데 현재 입력된 것은 6만여두 정도라 입력을 마무리하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개별 식별번호가 제대로 입력됐다 하더라도 일선 업체에서 제대로 표기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현재까지도 일반 정육점 중 영세한 절반 정도는 이력제에 대한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들은 쇠고기의 이력을 파악할 수 있는 단말기를 설치도 비용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어 대부분 손으로 번호를 적거나 개별적으로 서류를 작성할 수밖에 없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충북지원 유통관리과 단속반원들이 청주의 한 정육센터에서 쇠고기이력추적제 준수사항을 잘 이행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소의 이력이 잘못 기재될 우려도 적지 않다.

청주시 흥덕구 율량동의 한 소규모 식육 판매업주 A씨(57)는 "구체적인 설명도 제대로 안해주고 무턱대고 시행에 들어가면 어쩌냐"며 "과태료가 한두 푼도 아니고 자칫 실수라도 할까봐 겁이 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상당수 고령농의 참여를 어떻게 이끌어낼지도 문제다.

이들 가운데는 이력추적제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부실한 관리가 우려되는 농가가 많아 소를 신고하지 않고 팔아버리면 제도 자체가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다.

이에 농림수산식품부는 고령농이나 소규모 축산농가, 소규모 정육점 등이 적응할 수 있도록 오는 8월31일까지 계도 기간을 거친 후 본격 단속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단속기관의 턱없는 인력으로 제대로 된 계도와 단속이 이뤄질지 의문이다.

지난 22일 농산물품질관리원 충북지원 명예감시원 25명은 12개 팀으로 나눠 계도 위주의 단속활동을 벌였으나 도내 1천800여개 정육업체 가운데 70여개 업소에 그쳤다.

도축 과정에서 확보한 DNA 시료와 판매 쇠고기가 일치하는지 수시로 점검해야 거짓 정보를 막을 수 있는 업무의 특성을 감안하면 현 인원으로 전체단속을 벌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게다가 지난해부터 시행중인 농산물원산지표시제 단속업무와도 병행해야 하는 것은 인력난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충북농관원 관계자는 "청주권 담당자가 20명도 안 된다"며 "인력 충원 없이 업무가 자꾸 늘어나고 있으니 우리도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밖에 '양축농가→중간상인→도축장→중간유통업체→식육점→소비자'로 이어지는 유통과정에서 단계별로 소의 이력을 입력해야 하기 때문에, 이 때 발생한 추가 비용이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경우 시장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낳고 있다.

/ 전창해기자 wide-se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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