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대사'가 기가 막혀

2009.06.28 18:30:36

약간 구태스러운 냄새가 나는 말이지만 한때 자기 피알(PR)시대라고 한 적이 있었다. '피알'은 피할 것은 피하고 알릴 것 은 알린다 라는 변형을 거치기도 했다. 그리고 단순한 PR이 광고 선전의 카테고리를 벗어나 지금 세태는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기발한 방법으로 자신을 알리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는 가운데 나의 가치를 스스로 끌어올리려는 노력은 때론 눈물겹기도 하다. 특히 취업을 앞둔 예비 사회인들의 톡톡 튀는 자기 홍보는 어쩌다 인터넷 등을 통해 유행의 한 축을 이루기도 한다.

PR의 주체는 개인 또는 조직체이며, 이 조직체에는 정부 ·공공사업체 ·자선사업체 ·영리사업체, 기타 모든 기업이 포함된다. 따라서 사회의 대부분 조직에서 홍보는 마케팅과 함께 손과 손바닥의 관계처럼 공존의 영역으로 자리잡고 있는 추세이다.

정부의 굵직굵직한 대형 행사나 캠페인 등에도 홍보대사를 임명해 많은 대중의 참여를 이끌어내거나 보이지 않는 이미지 마케팅을 통해 기대효과를 창출하기도 한다.

특히 과거와는 달리 지자체 역시 홍보 비중이 높아져 기업 못지않은 예산을 투자하거나 유명인을 내세운 알리기에 적지 않은 신경을 쓰고 있다. 충북도의 경우도 도정시책 관련 행사참석 등을 통한 도정 홍보나 이미지를 내외에 널리 알리기 위해 홍보대사를 임명해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이들이 도의 의도대로 경제, 복지, 문화, 스포츠 등 행사와 연계해 얼마나 제몫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위촉할 때의 요란함 뒤에 어쩌다 얼굴 한번 슬쩍 내밀고 그것으로 끝을 내버리는 현상이 적지않아 보인다.

충북도가 올해 선정한 연예인이나 방송인 등 유명인 홍보대사는 김병찬, 송기윤,조민기,허영호씨 등 4명이다. 하지만 이들은 지난 1월 경제특별도 2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것을 빼곤 현재까지 충북을 위한 홍보를 위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김병찬씨만 청남대 개방 6주년 행사에 참석한게 고작이다. 도는 전문성과 대중성을 갖춘 유명인을 선정 기준으로 삼아 앞으로 일반인을 포함해 몇 명을 더 위촉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한다. 기존 인물도 활용이 잘 안되는데 더 뽑아서 뭘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궁금하다.

단위 행사가 충북도 보다 훨씬 많은 청주시는 홍보대사만 해도 100여명이 웃도는 실정이다. 9월에 열리는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홍보를 위해 20명이 넘게 위촉을 해놓았고 직지 홍보 대사로는 탤런트 박인환씨 등 17명이 임명장을 받았다. 김병찬씨는 직지 홍보대사도 겸하고 있다.

지난해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홍보대사에 위촉된 디자이너 이상봉씨는 패션의 본고장 파리에서 한글을 이용한 디자인으로 꽤 유명세를 타고 있는 인물이다. 이씨는 직지에 대한 관심도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를 잘 활용하면 직지를 세계화 시키는데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데 여기에서 끝인 것 같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본인도 이를 아쉬워한다고 한다.

충북도교육청도 탤런트 한효주와 이훈을 2년전 학교폭력에방 홍보대사로 위촉했지만 관련 캠페인에 한번 참가했을뿐 이다. 일부 시군들 역시 그 지역 출신 가수나 연고를 가진 유명인을 지자체 홍보와 큰 행사의 홍보대사로 위촉했지만 활동은 미미한 편이어서 지역민들의 기억에서 거의 잊혀져 있다. 얼굴만 팔았지 콘텐츠 개발과 마케팅에 소홀히 한 결과이다.

이같은 홍보대사의 범람은 업무를 맡는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회의론이 적지않다. 상향식이 됐든 하향식이 됐든간에 위촉을 했으면 제대로 활용하는 방안이 뒤따라야 하는데 언론 보도용에 그치는 게 태반이다. 위촉된 당사자들 역시 어차피 얼굴 알려지는게 나쁠게 없는 사람들로 크게 마다할 일이 없으며 그렇다고 무엇인가 스스로 할 일을 찾아 나서기도 그럴 것이다. 밑져봤자 본전 인 셈 이다. 결론은 관계자들의 무관심과 함께 동기부여의 노력이 결여됐다는 점이다.

이런 현실이라면 국가를 대신해 주재국에 상주하는 외교관이거나 정부의 특별 임무를 수행하는 '대사'라는 명칭도 성격에 맞지 않아 보인다. 그냥 요즘 아무데나 잘 같다붙이는 '도우미'가 더 적격일 것 같다. 명칭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일을 하는가가 더 가치있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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